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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재 교수가 말하는 한식 세계화를 위해 준비해야 할 7가지

표준조리법 만들고 ‘음식+문화 전략’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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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6호 편집팀⁄ 2010.09.06 17:39:34

유용재 동원대학 관광계열 교수 금년 초인가 TV에서 입맛이 까다롭다는 뉴요커들에게 우리 한식을 소개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상 너무 가볍고 장난스럽게 주제를 다룬 면이 없지 않았지만 그 시도와 취지만큼은 참신하다고 느꼈다. 최근 들어 여러 방송에서 우리 음식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10여 년 전 스위스를 여행하던 중에 현지 슈퍼에서 우리나라 라면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참으로 반가운 마음에 하나 사서 어렵사리 끊여 먹어보았다. 그러나 그 맛은 한국에서 먹던 그 라면 맛이 아니었다. 분명히 한국에서 즐겼던 같은 회사의 낯익은 브랜드인데도 현지에서 사먹은 라면 맛은 달랐다. 아마도 그 라면 회사의 마케터들이 수많은 조사와 분석, 그리고 철저한 계획 속에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라면을 출시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라면 맛의 현지화가 추진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 음식의 현지화, 세계화에 대한 힌트를 엿볼 수 있다. 외국인들, 카메라 앞에서는 “한식 원더풀” 그러나 실제로 느끼는 바는 다를 수 있어. 그들 입장에서 한식 세계화 풀어나가야 국가 차원에서 우리의 음식을 세계화 하는 데에도 위에 언급한 민간 회사의 사활을 건 마케팅 전략처럼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우리의 음식을 해외에 소개하는 행사만으로는 세계인의 미각을 파고들 수 없다. 앞서 이야기한 TV 오락프로그램에 소개된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카메라 앞에서 우리 음식에 대한 느낌을 인터뷰 할 때는 전반적으로 맛있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식사 뒤 받은 평가서의 의견란에는 솔직한 평도 많았다. 돈을 주고 먹기에는 형편없는 음식이며 친숙치 않은 맛을 내는 음식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TV프로그램이나 스위스에서 맛보았던 라면을 통해 깨달은 것은 우리 음식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서는 현지인의 미각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식의 전통적인 맛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현지인의 미각에 맞지 않아 외면당한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좋아하는 자장면 역시 전통 중국음식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우리 입맛을 사로잡은 자장면은 외식 메뉴의 대명사이자 한국인이 즐겨먹는 대표 음식이 되어 있다. 1. 누구나 만들 수 있게 표준 조리법 마련해야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은 매우 많다. 그 중 하나가 표준화된 조리법(recipe)이다. 요리사마다 제각각의 비법이 있어 구현된 맛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인 표준 조리법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면 누구든지 그 조리법에 따라 요리해 유사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각 나라에 맞는, 조금씩 다른 표준 요리법이 나와야 한다.

2. 음식 이름을 제대로 영어화 해야 우리 음식에 대한 통일된 영문표기법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김을 ‘sea vegetable’로 표현한다. 이런 표현은 음식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곁들여 외국인의 이해를 한층 명확하게 만들어준다. 우리도 비빔밥 같은 한국 음식들을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할 것인지, 아니면 일본인들처럼 이해가 쉽도록 영어화 할 것인지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정부가 나서서 한국 대표 음식에 대한 영문 표기법을 마련한 바 있다. 이런 노력들이 계속 일관되고 통일성 있게 이루어진다면 세계화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 D.I.Y로 먹는 웰빙음식 만들어야 또 다른 시도로, 한식의 강점인 ‘웰빙(well being)’ 음식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D.I.Y(직접 만들기)가 가능한 음식들로 공략하는 방법이 있다. 비빔밥의 경우는 여러 가지 재료들을 나열하고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서양의 토핑 개념을 도입해도 좋겠다. 이 같은 여러 가지 논의들은 우리 음식을 세계 속에 소개할 때 다양한 측면들을 고려해야 함을 보여 준다. 따라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사고의 중심에는 음식과 문화를 연계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4. 음식에 문화를 얹어라 외국인에게 단순히 음식 그 자체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문화와 함께 소개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스타벅스는 커피 한잔에 미국의 문화도 함께 판다. 우리도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와 한류스타들의 인기에 한국 음식을 얹어 소개한다면 외국인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또한 한국 음식을 즐기는 문화를 ‘고급화’와 ‘건강식’이라 개념으로 잘 포지셔닝(위치 정하기) 한다면 우리 음식의 세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5. 한식을 먹으면서 한국 문화를 경험하도록 김밥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외국인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음식 재료를 진열한 선반에서 선호 재료를 골라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경험도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김밥 만들 때 착용하는 앞치마나 투명한 비닐장갑도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통로가 된다. 쌀, 싱싱한 야채, 육류, 치즈, 참치, 계란처럼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만의 고유성이 모두 담긴 김밥이 이처럼 여러 가지 노력과 병행해 소개된다면 일본 스시에 필적할 만한 세계 속의 김밥으로 재탄생 할 수 있다. 6. 음식에도 이야기가 있어야 여기에 음식에 담긴 이야기와 유래를 함께 소개하는 '이야기 만들기(Story telling)'도 함께 가미한다면 보다 흥미로운 음식소개가 될 수 있다. 김밥을 파는 레스토랑에 그 옛날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서 두런두런 둘러앉아 김밥을 먹던 아스라한 추억거리들을 빛바랜 사진과 함께 식당 벽이나 메뉴 뒷면 등에 올려놓으면 외국인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관광명소에만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니다. 음식에 우리 옛 이야기를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7. 한식 좋아하는 외국 스타를 찾자 외국 유명스타의 인기에 힘입어 음식을 소개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해외에서 비빔밥이 관심을 받은 것도 마이클 잭슨이라는 초대형 가수가 좋아하고 그와 관련된 일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할리우드 영화 속 배우들이 일본의 스시나 중국 음식이 아닌 한국의 비빔밥과 김밥, 불고기를 즐기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한식의 세계화에는 한 가지 길이나 특정한 방식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음식이든 세계화가 가능하다. 어떤 방법으로 풀어갈 것인지는 각국의 문화, 관습, 특성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또한 상황이나 시대에 따라 똑같은 방식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같은 맥락으로 현재 성공한 일본 음식과 중국 음식의 미래가 언제나 지금과 같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지금 일본 음식점과 중국 음식점이 있는 자리를 한식당이 대신할 날이 올 수도 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담론을 모으는 것, 이것이 세계화-현지화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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