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 (큐레이터) 지난 9월 1일부터 7일까지 인사동의 The K 갤러리에서 이영수의 회화전 ‘The People’ 이 열렸다. 이영수는 자신의 이름이기도 한 ‘영수’라는 인물을 캔버스에 등장시켜 불특정 다수를 뜻하기도 하며 작가 자신을 지칭하는 중의적 전략을 구사한다. 무수히 많은 원으로 채워진 작품들은 완성도가 높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안에 담긴 의미 또한 간단치 않다. 이번 전시는 굳이 따지자면 작가가 세상사를 담담히 조망하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전시라고도 볼 수 있다. ‘영희’, ‘철수’ 등 지금의 4~50대가 어릴 적 흔히 듣던 이름들은 이제 성장하여 각자의 자리에서 현실의 쳇바퀴를 돌린다. 작품에 그려진 ‘영수’라는 이름의 사나이 또한 무릇 어른이 되어 삶의 무게를 느낀다. 작가 자신이기도 하며 이 시대의 평범한 어른들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영수의 ‘영수’ 시리즈는 바로 이러한 구조 속에서 영수로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성장기이자, 우리 시대 영수들의 고단한 삶을 대변한다. 가령 퇴근 후 피로를 푸는 ‘목욕하는 영수’부터 ‘붉은악마 영수’, ‘배달 가는 영수’ 심지어 ‘노숙자 영수’까지 어느 하나 우리 주위의 풍경과 다르다 할 것이 없다. 이번 전시 제목이 'The People'인 이유이기도 하다. 대중성을 지향하는 것이 팝아트의 가장 큰 맥락이라면 그는 어쩌면 가장 충실한 팝 아티스트가 아닐까.
먹과 종이에 능통했던 동양화과 출신인 그가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형식과 느낌이 나타난다. 점묘법을 사용하여 더 그렇다.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묘 방식의 그림을 그리는 다른 작가들도 있지만 이영수의 작품에선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도시와 시골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스며들어 있다. 그렇다 보니, 작가가 스스로를 ‘향토 팝 작가’라 칭해도 그럴듯하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노력한다. 특히 ‘영희’와 노인 영수의 등장과, 붉은 악마 영수 등은 작가의 시선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유와 추억, 그리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그가 향토 팝 작가를 넘어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가 되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