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허리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만 왜 허리 통증이 생기는지를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적다. △암 △전신질환 △특수 기형 △큰 사고로 인한 척추 손상 등 원인이 분명한 허리 통증도 있다. 그러나 대개는 정확히 원인을 잡아낼 수가 없어 대개 △자세가 안 좋아서 생기는 증상(postural syndrome) △근육의 배열이나 손상에 따른 증상(derangement syndrome) △허리 부분의 수술, 심한 타박상 등으로 생기는 미세한 균열, 조직의 유착, 상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추간판 탈출증(척추디스크)을 비롯한 허리 통증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표 1 참조> 허리 통증은 통증이 나타나는 어느 한 부위만 잘못 돼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예컨대 골반이 뒤틀리면 골반 좌-우 근육의 배열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척추 부위의 좌-우 근육 근육에도 배열-강도가 달라지면서 통증이 온다. 어깨 쪽의 이상 때문에 허리 부분으로 통증이 전달되기도 한다. 우리 몸의 여러 근육 중 어느 하나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파도처럼 통증이 온몸으로 퍼져 가는 현상이다.
이렇기 때문에 허리 통증 역시 우리 몸의 신체 디자인 이상 때문에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한 ‘인체 디자인’이란 ‘우리 몸은 훌륭하게 기능하도록 태어나면서부터 디자인이 돼 있다’는 개념이면서, 동시에 ‘기능적-시각적으로 훌륭하도록 우리 몸을 우리가 스스로 운동을 통해 디자인해 나갈 수 있다’는 개념이다. 신체 디자인 이상으로 허리 통증이 생기는 경우를 세 가지로 나눠 본다. 1 - 요추 자세에서 시작되는 경우 요추 좌우를 받쳐 주는 근육의 균형이 무너지면, 강한 쪽으로 요추가 밀리면서 올바른 곡선 균형을 잃게 된다. 이렇게 변형된 요추 곡선에 중력이 가해지면서 증세는 더욱 악화된다. <그림 1>은 오른쪽이 강하고 왼쪽은 약해, 강한 오른쪽으로 요추가 기울어지는 과정을 보여 준다. 2 - 골반의 이상으로 시작되는 경우 골반의 좌, 우, 앞, 뒤 균형이 무너져 있는 사람이 많다. 양다리의 길이가 2cm 이상 차이나면서 골반의 좌우 균형이 무너진 사람도 적지 않다. 골반의 균형이 무너지면 골반의 한가운데로 연결되는 요추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문제가 생긴다. <그림 2>
3 - 상체 근육의 이상으로 시작되는 경우 목-어깨의 균형이 심하게 무너지면 어깻죽지 뼈도 좌우가 달라진다. 이렇게 되면 등근육의 배열에 이상이 오면서 아래로는 요추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 몸 어느 한 곳의 균형 상실은 결국은 몸 전체로 퍼져가게 되며, 이는 우리 몸의 모든 근육과 뼈가 서로 연관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림 3>
허리 통증이 있을 때의 척추, 디스크, 주위 조직의 변화 1 - 뭇갈래근(Multifidus, 그림 4)은 척추를 감싸는 수많은 잔근육들이다. 그런데 허리 통증이 발생하는 부위와 그 주변의 뭇갈래근에서는 근육들의 배열과 기능에 손상이 생기고, 근육의 숫자도 줄어든 것이 발견되기도 한다. 특히 디스크 환자에서는 척주를 중심으로 뭇갈래근의 오른쪽과 왼쪽이 확연히 다르다. 2 - 척추와 골반, 대퇴부까지를 연결하는 큰 근육인 대요근(大腰筋, Psoas Major)의 균형과 수축 능력에 이상이 생겨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그림 5> 3 - 척추 디스크의 미세 균열이 있을 수 있으며, 뼈조각 등이 생겨 있는 경우도 있다.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 흔히 ‘허리 디스크’라고 불리는 요추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뼈 사이에 추간판의 일부가 정상적인 자리를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척추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추간판은 나이가 들면서 건조해지고 손상받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런 상태에 있다가 척추뼈 좌우의 균형이 무너져 위로부터 내려오는 압력이 고르지 못하면 추간판이 찢어지고 튀어나오면서 척추를 타고 내려가는 신경을 누를 수 있다. 이러면 통증은 신경이 분포하는 엉덩이, 다리 부위까지 퍼져나가게 된다. <그림 6, 7>
척추관 협착증 척추 내에 척수가 지나가는 공간인 척추강이 좁아지는 증상이다. 원인은 △퇴행성 변화 △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한 척추강 안쪽의 돌출 △인대가 두꺼워지는 문제 등이다. 이들 문제로 인해 신경이 눌리면서 통증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