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에 집착하면서 심하게 부대끼며 사는 것은 인생을 낭비한다는 생각입니다. 멀찍이 떨어져서 일이나 풍경을 바라본다면 속상할 이유도 없이 편안하게 살 수가 있을 겁니다.” 경제논리만으로 부각되어 온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삶의 해답을 구할 수 있는 재충전의 기회가 필요한 때, 마음의 풍경을 담은 정광식의 작품이 빛을 발한다.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갤러리작에서 회화로서의 조각, 조각으로서의 회화 세계를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해내고 있는 정광식 개인전 ‘치유의 풍경Ⅱ’전을 11월 16일부터 12월 18일까지 연다. 갤러리작 권정화 대표는 “지난해 가을 우리 삶의 근간을 여유 있게 바라보자는 취지의 ‘치유의 풍경’전을 열어 반향을 일으켰으며 올해는 더 성숙한 모습의 ‘치유의 풍경Ⅱ’를 열게 됐다. 정광식 작가는 큰 것을 보면 작은 것은 잊을 수 있다는 호연지기의 사상을 보여준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예술과 삶이 따로 일 수 없듯이 작가의 작품은 삶을 관조하면서 천천히 살아가는 지혜를 안겨준다”고 말했다.
회화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그의 작품은 오석의 표면을 그라인더로 깎아내고 아크릴 물감을 칠해 태초의 자연 풍경과도 같은 분위기를 안겨준다. 오랜 세월의 지각변동, 융기와 침식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과 같은 흔적은 대지에 난 상처이자 자연이 만들어낸 웅장하면서 오밀조밀한 대지의 피부와도 닮아있다. 그의 풍경은 특정한 지역을 재해석한 것이 아닌 이미지로서의 풍경이자 그가 추구하고 있는 방법에 의해 두드러진 마음의 풍경이다. 그것도 멀리서 바라본 풍경, 즉 대상과 상당한 거리를 둔 풍경은 삶을 관조하려는 태도를 읽을 수 있다. 그의 풍경 조각은 치유의 풍경이자 아름다운 마음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하늘을 나는 새가 세상을 내려다본 시점인 조감법으로 그려놓은 풍경화를 연상시키는데 그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되어 별에서 지구를 바라보듯 순진무구한 마음이 되어서 작업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집, 강물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 섬이 있는 바다 풍경, 화면 공간을 가로지르며 유유하게 흐르는 강, 넓게 펼쳐진 들판, 거대한 숲이 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그 속에 조밀한 건축이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오석 돌을 캔버스로 삼아 부조처럼 깎은 최근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02)2155~2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