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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세라展, 이화익 갤러리 12.1~14

낮 속의 밤, 또는 밤 속의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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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200-201호 편집팀⁄ 2010.12.20 14:14:21

이선영 (미술평론가) 정세라 전에서 미로의 구조를 떠오르게 하는 ‘외부 없는 집’이라는 전시 부제는 유리나 금속 같은 반사면에 의해 건물 안팎의 구별이 모호해진 현대적 공간에서 출발한다. 건축 재료와 공법의 혁명적인 발명이 이루어진 근대 이래로, 고층빌딩이나 아케이드로 대변되는 현대 건축은 어두침침하고 눅눅하며 묵직한 건축의 전통을 벗어나서,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려는 날렵한 외관으로 그 안팎을 투명하게 개방했다.(중략) 정세라의 풍경에는 현실과 욕망이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얽혀 있다. 환상적으로 보이지만 현실로부터 출발했다는 느낌이 남아있으며, 그로테스크하지만 서정적인 아름다움 또한 남아있다. 형식적인 면에서 그녀의 작품은 임의적 장식으로 전락할 수 있는 추상으로 귀결되지 않으며, 내용적인 면에서 기괴함을 위한 기괴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정세라의 그림은 이 미묘한 경계 지대에 걸쳐 있다. 1,2층으로 나뉘어 전시된 20여점의 그림은 푸른 색조의 도시 풍경과 노랑 색조의 도시 외곽 지대 풍경으로 구별될 수 있다. 도시풍경의 경우, 흔히 낮과 밤에 기대되는 바의 감성과는 반대이다. 정세라의 작품에서 낮은 사물들의 차이를 구별하게 하는 명백함이 부족하며, 밤은 사물들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총체성이 없다. 풍경들은 낮이든 밤이든, 빛을 머금은 색조에 푹 젖어 있거나 발광(發光, 또는 發狂)한다. 도시풍경에서 깊은 푸른색은 심연처럼 모든 것을 삼켜버리며, 휴식을 모르는 밤의 빛(야간조명)은 모든 것을 무정형의 파편들로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낮의 침묵과 밤의 비명이 번갈아가며 들려오는 정세라의 그림에는 섞임과 분열, 또는 침잠과 폭발이 공존한다.

그녀의 그림은 공간의 안팎의 관계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시간 또한 그렇다. 분명히 풍경이긴 한데, 낮인지 밤인지, 여름인지 겨울인지 불확실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령 같은 작품이라도 건물 안에서 밖을 보는 시점으로 가정하면, 이리저리 휘어진 그리드 구조의 창틀에 걸쳐 있는 빛의 뭉치는 낮의 지표인 자연광으로 판단된다.(중략) 작품의 소재가 되는 참조 대상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어디인지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거기에 서있는 것들이 단지 상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유리창이 촘촘한 기하학적 배열이 야기하는 차이와 반복, 그리고 빛과 어둠과 교차되는 안과 밖 공간이 특징적인 화려한 유리 건물들이 등장하는 도시풍경은 언제 어디서건 인적을 발견하기 힘들며, 건축물로서의 확고한 토대를 상실한 채 풍선처럼 공중에 붕 떠 있다. 정세라의 작품에서 육중한 모든 것들을 중력으로부터 탈피시키는 것은 빛이다. 철골 구조와 그 사이를 채우는 유리 피막은 출렁이는 그물망이 되어 시간도 공간도 모호한 실체를 부질없이 포획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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