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호 김대희⁄ 2010.12.20 14:18:36
올 한 해 미술계는 조용히 움직인 가운데 크고 작은 이슈들이 끊이질 않았다. 우선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불황이 지속되면서 미술시장을 위축시켰다. 반면에 급격하게 변하는 IT 기술이 문화·예술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트위터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올해 미술계의 가장 큰 이슈는 ‘미술품 양도소득세’였다. 2011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이미 논란이 계속돼온 미술품 양도소득세가 2년 유예라는 결과로 일단락됐지만, 미술계 안팎에선 이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술계는 일단 한시름 놓으며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미술품 양도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미술 시장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고심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앞으로 산적해 있는 숙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양도세 유예로 국내 미술 시장이 살아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기대로 마무리되는 한 해가 됐다. 미술품 양도소득세 2년 유예로 타협 미술계를 위축시키며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술품 양도소득세’가 시행을 앞두고 많은 논란 끝에 2년 유예되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2011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소득세법 21조 1항 25호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법안’(생존-해외 작가 작품은 제외)에 따르면 세금 부과 대상은 한 점에 6000만 원이 넘는 회화-데생 등 미술품이나 골동품이다. 납부할 세금은 양도가액에서 필요경비를 차감한 금액에 원천징수세율 20%를 곱한 금액이다. 미술품 양도차익은 소득세 항목 중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되는데, 원천징수 분리과세 되기 때문에 종합소득 합산과세가 되지 않는다. ‘미술품 양도소득세’는 1990년 처음 입안된 뒤 5차례 유보를 거쳐 2003년 폐지된 바 있다. 이후 2008년에 재도입되면서 2011년 시행을 조건으로 그해 말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미술계는 경기불황과 침체로 좋지 않은 상황에 시장 활성화에도 저해된다는 의견과 미술문화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사안들을 해소한 후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며 양도세 폐지 및 보류를 주장해왔다. 이에 국회 기획재정위가 12월 6일 조세소위를 열고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시기를 2012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전체회의로 넘겨 한나라당 단독으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번 2년 유예 결정은 10월 말 정병국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 27명이 발의한 6년 유예 안에는 못 미치지만 당장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러 악재로 부진했던 미술시장…볼거리는 풍성 국내 미술 시장 침체는 2010년에도 계속됐다. 대부분의 갤러리가 지속된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으로 올해도 역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이를 증명하듯 대형 그림 장터인 아트페어도 판매에서는 부진한 성과를 보이는 등 시장이 활기를 찾기엔 역부족이었다. 부산에서 3월에 열린 ‘제28회 부산 화랑미술제’에는 2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320여 점의 미술품이 판매돼 15억2000만 원의 매출 성과를 올렸다. 이는 작년 미술제보다 관람객 수는 4000여 명, 판매액은 50%가 준 것으로 미술 시장에 찾아온 냉각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9월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0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이하 키아프)’에서는 판매액이 감소했다. 키아프사무국은 16개국 193개 갤러리가 참여한 올해 키아프는 작품 판매액이 125억 원으로 지난해 136억 원보다 약 8% 감소했다고 밝혔다. 경매 시장도 상반기에 전체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서울옥션은 상반기에는 10차례의 경매를 열어 209억 원의 낙찰액을 보여 작년 같은 기간의 148억 원보다 올라 회복세의 기미를 보였으나 작년 경매가 5차례 열렸던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기간 동안 낙찰률 또한 작년의 79%보다 7% 하락한 72%를 보였다. K옥션은 메이저 경매에서 작년 낙찰액 185억보다 하락한 156억 원의 낙찰액을 보였다. 하지만 힘든 미술 시장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올해는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미디어 시티 서울) 등 3개의 비엔날레가 한꺼번에 열려 볼거리가 풍성했다. 다소 박물관적인 성격의 전시로 ‘비엔날레의 성격과 맞지 않다’ ‘대중과 더 소통할 수 있는 전시를 열어야 한다’는 등의 평가도 있었으나 광주 비엔날레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 미술계 관계자들이 찾아오는 등 전반적으로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중섭 ‘황소’ 35억 원대 낙찰로 경매 2위 기록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에 도전한 이중섭 작품 ‘황소’가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결국 국내 최고가 기록을 넘지 못했다.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이 6월 29일 오후 평창동 경매장에서 실시한 117회 경매에서 이중섭이 1953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유화 ‘황소’가 35억6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애초 추정가가 35~45억 원으로 박수근의 ‘빨래터’가 2007년 5월 22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세웠던 45억2000만 원의 최고가 기록을 깰지 관심을 모았다. 시작가 34억 원에 경매를 시작한 이 작품은 전화응찰자에 의해 낮은 추정가 수준인 35억6000만 원에 낙찰됐고 ‘빨래터’에 이어 3년 만에 낙찰 기록 2위를 세우는데 그쳐야 했다. 가로 51.3cm, 세로 35.3cm 크기의 ‘황소’는 어두운 배경 위에 소 한 마리의 모습을 생동감 있고 힘차게 그린 유화다. 이 작품은 부동산 관련업을 하는 박태헌(87)씨가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박 씨는 1955년 미도파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개인전에서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 3점을 샀지만 이중섭이 자신의 가족에게 그 작품을 선물하기를 원해 ‘황소’ 그림과 교환한 이후 지금까지 이 그림을 소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72년 현대화랑에서 열렸던 이중섭 전에 출품된 뒤 38년 만에 이번 경매를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작품은 1972년 전시 때 사용한 액자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액자 뒤에는 작품 제목과 작가 이름, 소장자, 전시기간이 적혀 있다.
세계 미술 무대서 한국 작가 약진 돋보인 한 해 해외 아트페어나 전시를 통해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한국 작가들이 눈에 띄는 한해였다. 5월에 열린 홍콩 아트페어에는 갤러리 현대, 국제 갤러리, 가나아트 등 12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10월에 열린 독일 쾰른 아트페어에는 한국의 마이클슐츠 갤러리, 나인 갤러리, 아산 갤러리 등이 참여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알렸다. 2001년 열린 제4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여해 세계 화단에 알려진 설치미술가 서도호는 8월에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12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에 참가해 관심을 끌었다. 작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했던 양혜규는 올해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최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아시아 아트페어에서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주목을 받았다. 이번 아트페어에 참가한 조기현 가가 갤러리 대표는 “한국 작가의 작품이 안 팔린 갤러리가 없었다”며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이 세계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가갤러리 소속으로 나온 윤순원의 작품은 3점이 모두 팔리는 등 호황을 이뤘다. 광주 자리아트 소속으로 나온 최영욱은 빌게이츠 재단의 본사 사옥 내부에 걸릴 대형 작품의 주문 의뢰를 받았고, 필라델피아의 뮤지엄이 작품을 2점 소장하기로 했다. 나인갤러리 소속으로 나온 이이남의 작품은 2000만 원에 팔리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미술 시장 불황에도 개성 갖춘 신생 갤러리 ‘속속’ 등장 어려운 미술 시장 상황 속에서도 개성을 살린 신생 갤러리들이 꾸준히 늘어났다. 서울 연희동에는 대안 공간 성격을 지닌 플레이스 막이 독특한 전시를 선보이는 등 눈길을 끌었다. 아뜰리에 아키는 4월 서울 혜화동에 새롭게 문을 연 갤러리로 아늑한 공간과 전시가 어우러져 개성을 살렸다. 서울 청담동에는 백남준의 작품과 기획전을 함께 선보이는 백남준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이밖에 서울 청담동에 GYM 프로젝트, 서울 사간동에 아퀘드 9, 서울 은평구에 In young bakery & art agency, 제주도에 제주 갤러리 노리, 경기도 하남시 상산곡동에 우명 미술관 등 다양한 갤러리들이 문을 열었다.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올해 새로 회원으로 가입된 화랑은 106개에 증가율은 10%로 작년의 108개, 증가율 12%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비회원화랑까지 포함하면 올해 늘어난 갤러리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측돼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관객과 보다 가까운 접점 찾는 미술…트위터·스마트폰 적극 활용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예상치를 넘어 어느새 5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에 문화와 예술 분야도 최신 미디어 기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그림이나 사진, 동영상, 웹 문서(HTML)에 접속하도록 해주는 QR(Quick- Response code: 작은 정사각형의 점을 가로, 세로 같은 수만큼 병렬시킨 2차원 코드로 바코드보다 대용량의 정보가 저장 가능)코드를 통해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는 것을 넘어 미술품 경매에 응찰하고 미술관 및 갤러리 전시와 작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등 어플리케이션 개발 확산으로 그 범위는 더 커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미술품 경매 업체인 서울옥션이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으로 경매에 응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플리케이션 서비스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국내의 모든 전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예술 전시 포털 서비스인 아트 인 스마트가 있다. 이와 함께 사비나미술관 등 서울 시내 5개 사립미술관이 각 미술관의 전시와 주변 정보 등을 소개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아트 뮤지엄스 인 서울)을 공동 제작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전 세계적으로 트위터의 활용이 커지면서 국내 미술계도 아직은 미비한 단계지만 트위터를 통해 대중과 보다 가깝게 소통하기 시작했다. 반면 미술관이나 갤러리와는 달리 작가들은 이미지 중심의 페이스북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경매시장서 컬렉터들의 작품 보는 안목 높아져…일부 작품 경합 치열 국내 미술품 컬렉터들이 수준 높은 안목과 정보력을 가지고 경매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한 예로 9월 16일 개최된 서울옥션 3회 Autumn-scape 기획경매에서 응찰자들의 경합이 치열한 작품들이 있었다. 이날 경매에서 고미술품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인 Lot. 67번 소정 변관식의 ‘금강산 사계’ 10폭 병풍은 낮은 추정가 8000만 원의 3배가 넘는 2억 5500만 원에 낙찰됐다. 지금까지 경매에서 일부 작품들은 경합이 치열해 추정가를 웃도는 작품들이 있었지만 소정의 ‘금강산 사계’는 경합 끝에 억대를 상회하는 가격에 낙찰된 작품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앞서 3월 11일에 열린 My First Collection 기획 경매에서는 작자미상의 ‘묘작도’가 낮은 추정가의 31배인 31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일부 경합작이 있었지만 경합 끝에 억대를 넘는 가격에 낙찰된 경우는 매우 오래간만의 일로 좋은 작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함을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2011년도 문화예술 10대 트렌드는? 문화체육관광부 ‘착한 예술’ 필두로 한 ‘문화예술 10대 트렌드’ 발표 1. 착한 예술이 대세 2. 스마트 기술 이용한 새로운 시장 등장 3. 베이비붐 세대가 문화계의 주력 4. 진정한 다문화 시대가 시작 5. 다국적 문화합작이 시장 주도 6. 지역문화의 중앙을 넘어선 역할 확대 7. 문화자원 확보가 경쟁력 8. 전자책 통한 새로운 독서문화의 활성화 9. 문화예술교육으로 창의적 인력을 육성 10. 일자리 만드는 문화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