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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부터 ‘후회없는 죽음’까지

교보문고 직원들이 뽑은 2010년 읽고 넘어가야 할 책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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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200-201호 이우인⁄ 2010.12.20 14:30:57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되면 시끌벅적해지는 거리 풍경과 정반대로 마음은 쓸쓸해지기도 한다. 허전한 마음을 술과 수다로 채우거나, 여행으로 잊어버리거나, 영화·공연 관람으로 지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럴 때 ‘마음의 양식’인 책에 빠지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CNB저널’은 교보문고에 ‘2010년 읽고 넘어가야 할 책 10권’을 의뢰했고, 교보문고 직원 200여 명이 참여해 결정했다. 책으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것도 보람찬 시간이 될 수 있다.

1. 정의란 무엇인가 1만5000원 / 김영사 펴냄 / 마이클 샌델 지음 / 이창신 옮김 / 404쪽 정의론 분야의 세계적 학자이자 알레스데어 매킨타이어, 마이클 월저, 찰스 테일러 교수 등과 함께 공동체주의 이론의 4대 이론가로 꼽히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 강의 ‘Justice(정의)’를 바탕으로 쓴 책. 마이클 샌델의 이 강의는 20여 년 동안 하버드대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수업으로 이름 높다. 자유사회의 시민은 타인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가, 정부는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자유시장은 공정한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잘못인 때도 있는가, 도덕적으로 살인해야 하는 때도 있나, 도덕을 입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개인의 권리와 공익은 상충하는가 등 시민으로 살면서 부딪히는 어려운 질문들을 설득력 있게 풀어간다. 샌델은 정치 성향에 상관없이 모든 독자에게 그동안 익히 들어온 논쟁을 새롭고 명쾌한 방식으로 고민해보라고 권유한다. 1953년 미네소타에서 태어난 샌델 교수는 브랜다이스대학교를 졸업하고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됐다.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2.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1만4800원 / 부키 펴냄 / 장하준 지음 / 김희정, 안세민 옮김 / 367쪽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주목받은 장하준 교수가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 장 교수는 자본주의가 수많은 문제점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다만 문제는 지난 30여 년 간 세계를 지배해온 특정 자본주의 시스템, 즉 자유시장 자본주의라고 그는 지적한다. 장 교수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자유 시장 체제가 자본주의를 운영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며, 지난 30년 동안의 성적표가 말해 주듯 최선의 방법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주면서 자본주의를 더 나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하고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장 교수는 누구나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만 알고 있어도 경제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장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3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3. 마켓 3.0 1만4000원 / 타임비즈 펴냄 / 필립 코틀러 지음 / 안진환 옮김 / 300쪽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며, 새로운 시장의 판도와 그것을 돌파하는 기업과 개인을 위한 통찰을 제시해온 필립 코틀러의 책. 인터넷으로 촉발된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 세계화라는 거대한 패러독스(역설)의 팽창, 창의적 인간과 소통하는 세상은 이전과 전혀 다른 시장을 창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시장을 ‘마켓 3.0’이라고 명명하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1부 ‘트렌드’ 편에서는 지난 60여 년 간 비즈니스를 규정해 왔던 1.0 시장과 2.0 시장의 특징을 설명한 뒤 앞으로 펼쳐질 3.0 시장을 보여 준다. 그리고 세계 전체가 3.0 시장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적 요구를 상세하게 정리한다. 2부 ‘생존 전략’ 편에서는 기업과 개인, 정부가 3.0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바꿔야 할 체질과 철학, 경영의 포인트를 제시한다. 3부 ‘실행 전략’ 편에서는 3.0 시장에서 각 조직과 실천 방향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큰 그림과 함께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보여 준다. 필립 코틀러는 노스웨스턴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잭 웰치, 빌 게이츠, 피터 드러커에 이어 ‘파이낸셜 타임스’가 뽑은 비즈니스 구루 4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4. 삼성을 생각한다 2만2000원 / 사회평론 펴냄 / 김용철 지음 / 476쪽 2007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 비리’ 고발의 주인공 김용철 변호사가 들려 주는 삼성 이야기. 양심고백 당시에 공개한 이야기를 일부 담고, 그보다 더 많은 부분을 저자가 삼성에서 7년 간 일하면서 보고 겪은 내용으로 채웠다. 저자는 삼성에 입사하기 전에 가졌던 글로벌 기업에 대한 환상이 모두 깨졌다면서 삼성이 저지른 수많은 비리를 목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를 정작 괴롭힌 것은 삼성이 비리를 저지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비리가 삼성 존재의 한 근거라는 점이었다. 저자는 ‘선진 경영과 세계적인 경쟁력만으로는 삼성을 만들 수 없는가?’ ‘이제 잠시 삼성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물으면서 그것이 삼성을 다시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 될 거라고 봤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삼성을 다시 생각해 달라는 당부다. 1958년 광주에서 태어난 김용철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해군 법무관을 지냈다. 30대엔 인천, 홍성, 부산, 서울 중앙, 부천 등지에서 주로 특수부 검사로 일했다. 40대엔 삼성 회장 비서실(구조본)에 입사해 7년 동안 재무팀과 법무팀 등에서 일했다. 2004년 8월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을 그만뒀고 양심고백을 통해 삼성 비리를 세상에 알렸다. 5.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1만8500원 / 문학의숲 펴냄 / 문학의숲 편집부 지음 / 488쪽 ‘법정 스님이 읽어온 책들은 어떤 책들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하는 책.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과 공동체가 어떤 삶,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며 그 기준과 방향을 정하는 데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하는가가 주제다. 저자들은 ‘법정 스님이 추천하는,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50권의 책’을 선정하기 위해 2년여에 걸쳐 여러 차례 법정과 대화를 나누고 기록했다. 또한 지금까지 법정이 쓴 모든 산문과 법문들을 하나하나 찾아 거기에 소개된 책들을 추려내고, 편지 등에서 언급한 책들도 모두 정리했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의 결과물이다. 법정이 경전이나 주석서 못지않게 자주 봤다는 ‘어린 왕자’와 ‘꽃씨와 태양’ 같은 동화에서부터, 소유에 대한 개념을 배웠다는 ‘톨스토이 민화집’, 읽은 뒤 직접 현장을 찾았던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와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고 창간호부터 줄곧 구독해오고 있다는 ‘녹색평론’과 인도철학의 꽃이라 불리는 ‘바가바드기타’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법정의 독서 기록을 쫓는다. 이 책을 펴내면서 법정은 “밖의 물결이 거세기에 안으로 탐구하는 법을 스스로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독서를 통해서 살아 있는 기쁨을 누리면 그 자체가 삶의 충만”이라고 전한다. 6. 덕혜옹주 1만1800원 / 다산책방 펴냄 / 권비영 지음 / 360쪽 1912년 5월 고종황제의 막내딸로 태어나 평생을 정치적으로 희생당한 덕혜옹주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소설이다. 어린 나이에 고종황제의 죽음을 목격한 뒤 일본으로 끌려가 냉대와 감시로 점철된 십대 시절을 보낸 덕혜옹주는 일본 남자와의 강제 결혼, 10년 이상의 정신병원 감금 생활, 딸의 자살 등을 겪으면서 정서적·신체적으로 쇠약해진다. 그러나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은 해방 뒤에도 그녀를 찾지 않는다. ‘왕정복고’를 두려워한 권력층은 일본에 볼모로 잡혀간 황족들을 외면했고, 덕혜옹주는 국적도 없이 오랑캐의 땅에서 유령처럼 떠돌았다. 결국 37년이 지나서야 그녀는 쓸쓸히 조국 땅을 밟는다. 이 책의 저자는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황녀로 태어났지만 한 번도 그 이름에 걸맞게 살지 못했던 여자. 조국과 운명을 함께했지만 종국엔 철저히 버려졌던 여자. 온몸이 아플 정도로 그리움을 품고 살았던 여자의 이야기. (중략) 이것은 그녀를 위한 진혼곡입니다”고 말한다.

7. 혼. 창. 통 1만4000원 / 쌤앤파커스 펴냄 / 이지훈 지음 / 304쪽 조선일보 경제 섹션 ‘위클리비즈’의 편집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저자는 3년 동안 수많은 초일류기업의 CEO, 경제경영 석학들을 심층 취재하면서, 그들에게 성공과 성취를 가져다 준 3가지 키워드, 혼(魂)ㆍ창(創)ㆍ통(通)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 사장,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성취 비결,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자기동력 가동법,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의 경천애인론, 에드워드 데시 로체스터대 교수의 자기 결정성 이론, 류촨즈 레노버 회장의 목표경영론,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의 마케팅 3.0,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 경영 컨설턴트 왕중추의 디테일론, 제프 킨들러 화이자 회장의 경청론, 케빈 로버츠 사치앤사치 CEO의 고객소통법, 칩 히스 스탠퍼드대 교수의 메시지 제조법, 호리바 마사오 호리바제작소 최고고문의 인재경영, 데이비드 아커 캘리포니아주립대 하스경영대학원 교수의 ‘사일로 타파하기’, 짐 굿나잇 쌔스 인스티튜트 회장의 직원만족경영 등 수많은 대가의 메시지와 성공 키워드를 3부로 나눠, 혼, 창, 통이 과연 무엇이고 이를 이뤄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강력한 통찰과 실천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8. 행복의 조건 1만9000원 / 프런티어 펴냄 / 조지 베일런트 지음 / 이덕남 옮김 / 이시형 감수 / 488쪽 행복하고 건강한 삶에도 법칙이 있을까? ‘행복의 조건’은 건강한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전향적 연구에 세계적 권위를 지닌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노년에 이른 사람들의 생애를 더듬어가면서, 성공적인 노화에서 가장 근본적인 요소가 무엇인지를 밝혀낸다. 1장은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의 여정과 정체성을 돌이켜본다. ‘긍정적 노화’의 정의에서 시작해 연구의 목적과 연구 대상, 방법론 및 그 강점과 약점, 그리고 이 저술의 주체가 된 저자를 소개한다. 2장에서는 평생에 걸친 성인의 발달 개념을 제시하면서 저자의 주된 연구 주제이자 행복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변수인 ‘고통에 대처하는 자세’ 즉 적응적 방어기제를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3장부터 6장까지는 성인의 발달 과정을 따라 성공적인 노화와 사회적 성숙을 논하며, 품위 있고 만족스러운 노년을 맞는 데 필수적인 세 가지 과업, 즉 생산성, 의미의 수호자, 통합에 대해 고찰한다. 7~10장에서는 인생 후반전에서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마지막 11-12장에서는 저자가 성인발달연구로부터 얻은 교훈들을 요약해 제시한다. 9. 지식 프라임 1만3000원 / 밀리언하우스 펴냄 / EBS 지식프라임 제작팀 지음 / 314쪽 EBS가 방영한 신개념 교양 다큐멘터리 ‘지식프라임’의 내용 중 시청자들에게 호응이 높았던 에피소드를 모아 엮은 책. 금태섭 변호사, 송도영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근우 매일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전봉관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등 11명이 정보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명품 지식을 선별해 내용을 구성했다. 경제, 인류학, 통계, 법률, 심리, 역사 등 각 분야의 심층 지식과 당대의 키워드가 알기 쉽게 설명된다. 대학에서 뉴 마케팅을 강의 중인 김재환 교수는 대형할인점의 물건 값이 동네 슈퍼마켓보다 저렴한 이유가 판매자의 일을 소비자가 대신해 주는 셀프서비스에 있다고 꼬집는다. 하지현 정신과 전문의는 비틀즈의 명곡 ‘예스터데이’의 탄생 일화를 소개하면서 무의식과 꿈의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지식이 사실은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실생활 속에 무심코 스쳐가는 일상 속에 얼마나 많은 지식의 실마리가 숨어 있는지 되새기게 한다. 10.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1만2000원 / 21세기북스 펴냄 / 오츠 슈이치 지음 / 황소연 옮김 / 240쪽 실제로 죽음 앞에 선 1000명의 말기 환자들이 남기는 마지막 후회들을 모은 책. 인간이 죽음이라는 커다란 마침표에 섰을 때 하게 되는 후회들은 어떤 것일까? 말기 암 환자들의 고통을 완화해 주는 호스피스 전문의인 저자는 어느 순간 ‘세상에는 수많은 인생이 있듯 수많은 후회가 있지만 그들의 마지막 후회에는 커다란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의학의 발전은 인생이 던지는 마지막 숙제에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그들의 마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저자는 자신이 느꼈던 후회의 공통분모를 좀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면서 인생을 재점검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들은 어쩌면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봄 직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할 만큼 충분히 공감을 일으킨다. 아울러 유산, 자식, 결혼, 종교 문제 등 죽기 전에 현실적으로 다가옴 직한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어 죽음을 대비하는 사람들이 인생의 마무리를 재점검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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