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펀 성 (Peifen Sung, 미술평론가) 송이거의 그림은 일상 용품들로 채워져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물통, 몇 십 년은 지난 듯한 낡은 구식 소파, 때 묻은 빛바랜 욕조. 그 용품들은 빈 실내 공간에서 이채로운 모습이 되고, 거대한 공간에서 고독한 존재들로 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사물들은 마치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꿈처럼, 잠재의식 안에 존재하는 개인적인 기억들을 일깨우며, 주위 환경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작품의 영감을 자연이나 소소한 일상에서 얻으며, 인간이 감정이나 관계, 과거를 통제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즉 자연스러운 인간관계에 대한 것들이 그녀 작품의 토대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전통적인 요소들을 재구성하며, 죽음에 직면했을 때의 무력함을 표현한다. 그녀의 작품에서 ‘선’들은 잔잔하면서도 차갑게 우리 심장의 폐부를 관통해온다. 작가가 자신의 감정을 색채로 바꿔 표현한 것처럼, 관객 또한 그녀의 작품을 보며 정신적으로 이와 동일한 과정을 겪게 된다. 색채로 구현된 이와 같은 감정들은 절대 사라지거나, ‘무(無)’로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작품들 안에 표현된 대담성은 오히려 관객들의 감정을 편안케 하며 또 자유롭게 한다. ‘크리스마스트리 옆 소파’란 작품은 우리에게 조르지오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1888~1978, 이탈리아 초현실주의 작가)의 1920년대 작인 모비리 넬라 발레(Mobili nella Valle)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키리코는 1920년대에 파리에서 살았는데, 어느 날 산책을 하던 중 그는 우연히 한 가구점에서 파는 중고 물품들을 보게 된다. 그는 그 중고 소파, 침대, 의자들을 보면서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던 어린 시절의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됐고, 그 순간 길거리가 마치 편안한 자기 집처럼 변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됐다. 데 키리코의 이 그림에서 가구는 그리스·로마 시대 풍경을 배경으로 놓여 있다. 이와 비슷하게 송 이거의 ‘크리스마스트리 옆 소파’ 작품 역시 아무런 장식도 없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옆에 비어 있는 낡은 소파가 나란히 그려져 있다. 이러한 묘사는 사실 죽은 그녀의 조부모를 그리워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재현한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영국 화가인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을 언급하곤 한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베이컨의 그림에서 주로 나타나는 잠재적 폭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사회의 변화 및 고유의 관점에서 바라본 당면 문제들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써 그림을 그릴 뿐이다. 그리고 이처럼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그 모든 과정을 결국 일상 사물들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