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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사건에 또 다른 사연 숨어있다”

‘개구리 소년’의 실종 사건 다룬 영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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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5호 이우인⁄ 2011.01.17 13:52:09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이하 개구리 사건)이 사건 발생 21년 만에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2월 10일 개봉되는 이규만 감독의 영화 ‘아이들…’은 1991년 3월 대구 달서구 뒷산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5명의 실종 사건을 다룬다. 개구리 사건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 이형호 군 유괴살인사건과 함께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미해결 사건 중 하나다. 5명의 아이는 지난 2002년 유골로 발견됐고, 공소시효인 2006년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은 범인을 잡아도 처벌할 수 없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과 이형호 군 유괴살인사건은 각각 영화 ‘살인의 추억’과 ‘그놈 목소리’로 만들어져 새롭게 조명됐다. ‘아이들’은 잊혀가는 개구리 사건을 재조명하고 기획 단계에서 새롭게 발견한 사건을 공개하기 위해 만든 영화로, 영화 ‘리턴’의 이규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에는 개구리 사건을 파헤치는 주변 인물들이 나온다. 극을 이끄는 다큐멘터리 PD 강지승은 박용우가, 실종 소년의 한 부모를 범인으로 지목한 심리학과 교수 황우혁 박사는 류승룡이, 아이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형사 박경식은 성동일이, 황우혁 박사로부터 범인으로 지목된 종호 부모는 성지루와 김여진이 각각 연기했다. ‘아이들’ 제작보고회가 1월 11일 서울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에서 열렸다. 이규만 감독과 박용우, 류승룡이 참석한 이날 제작보고회는 영화의 어두운 소재만큼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든 이유는? 이규만 감독(이하 감독) “‘개구리 사건’은 사회 전체가 패닉 상태가 될 만큼 충격적이었다. 사건의 크기로만 봐도 모든 감독이 영화의 소재로 떠올렸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사건과 어떤 인연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던 와중에 제작사에서 연출을 제안해 맡게 됐다. 사건의 비극성 때문에 사건을 정확하게 알아야 했고, 예민하게 준비했다.” -어디까지가 실화고 어디부터 허구인가? 감독 “이 영화는 실화와 픽션으로 재구성됐는데, 그 둘 사이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실화와 허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샤워할 때쯤 그 경계가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그럴 수밖에 없도록 흐르는 물처럼 배치했다.” -실제 사건을 다룬 만큼 유족의 항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독 “그것이 시나리오 작업에 시간이 더 걸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나와 작가, 제작사, 투자사 모두 그 부분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워낙 예민한 주제고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어떤 분에게는 즐거움을, 어떤 분에게는 상처를 줄 수 있는 다중적이고 살아 움직이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고민을 많이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가슴으로 찍으려고 했다.” -이 영화를 통해 범인이 잡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나? 감독 “이 영화에는 범인이 있다.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우리가 아는 사건 외에 또 다른 사건과 사연, 슬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만약 범인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글쎄?(웃음).” 류승룡(이하 류)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개구리 사건이라는) 소재를 듣고 고사했다. 남들의 시선과 비슷한 왜곡된 생각, 아이들의 부모들은 힘들어하는데 얄팍한 상술로 이용하느냐는 선입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규만 감독과 제작자의 의도를 듣고 뒤늦게 마음을 돌렸다. 이후 개구리 사건의 부모들을 만나 동의를 구했다. 부모들은 공소시효 제도 때문에 이 사건이 잊혀가는 일을 슬퍼하고 있다. 이 사건은 잊히면 안 되고, ‘아이들’은 이 사건과 같은 유사한 많은 사건이 이뤄지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영화를 통해 유족의 슬픔을 나눠 주고 싶다. 바쁜 스케줄 중에도 이 영화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박용우(이하 박) “나는 류승룡과 거꾸로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영화적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 부담 없이, 말 그대로 생각 없이 접근했다. 개구리 사건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영화를 찍다 보니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됐고 내가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다.”

-참고한 캐릭터가 있나?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거의 실존 인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거의 가상인물에 가깝다. 그래서 특별히 모델을 삼거나 연구하거나 한 적은 없다. 극 중 직업인 다큐멘터리 PD에 대해 술자리에서 만난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으로부터 조언을 받은 정도다.” “교수는 실존인물이기 때문에 신상이 공개되거나 왜곡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나 역시 참고한 모델이 없고 진실을 영화적으로 어떻게 전달할까에만 매진했다.” -캐스팅 과정에서 에피소드는 없었나? 감독 “먼저 강지승은 영화 전체를 끌어가는 캐릭터여서 고민했다. 박용우는 나에게 과분할 정도로 좋은 배우다. 박용우는 꼼꼼해서 시나리오를 한 줄 한 줄 물어뜯는 스타일인데, ‘아이들’ 시나리오를 두고 치열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캐스팅 결정도 안 됐는데 시나리오를 너무 물어뜯어서 캐스팅했다. 황우혁은 역할 자체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다. 누가 하든지 간에 대단히 부담스러운 역할이다. 처음 만난 류승룡은 위트 덩어리였다. 재미있는 수다를 많이 떨었다. 그런데 촬영할 때가 돼 왔을 때는 완벽하게 황우혁 교수로 바뀌어 있더라. 류승룡은 그런 즐거움을 줬던 배우다.” -시나리오를 물어뜯다니 무슨 의민가? “물어뜯은 적은 없다.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챙겼다는 의미 같다(웃음).” “박용우는 진지의 황제, 열정의 본좌다.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경외로울 정도다.” -영화를 보고 관객이 어떤 기분으로 나서길 바라나? 감독 “마음이 뭉클해져서 나가지 않을까. 사건 자체에 메시지가 있다. 이 사건이 운명적으로 만든 사회적 비극을, 잘려진 무의 단면처럼 만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영화는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고, 그들을 젖어들게 만든다. 그러려면 객관적 재미와 감동,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진실하지만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 “6·25전쟁과 관련된 영화를 보고 나면 전쟁 장면이 재미있다가 분단과 죽어가는 이들에 대해 먹먹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먹먹함을 공유해서 범국민적으로 아이들의 유괴 사건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영화적 재미를 무시할 수 없는데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감독 “이 영화가 실화를 기초로 하지 않았다면 과연 재미있을까? 그렇지 않다. 사건 자체가 갖는 디테일이나 감정, 에너지 등이 같이 울리면 관객들은 영화를 숨차게 따라가면서 감동하고 울 것이다. 또한 원래 이 사건이 갖고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그런 부분들이, 관객들에게 작동될 거라고 생각한다.” -개구리 사건의 부모를 실제로 만났나? “실제로 만나진 못했다. 개봉하면 실제로 보지 않을까 싶은데 그게 가장 두렵다. 영화를 통해 부모들을 만날 때 진심으로 공유되는 느낌으로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감독 “부모들은 오랜 시간 상처를 겪었다. 마치 시간이 오래돼서 물기가 빠져나간 석회질 같은 마음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들은 ‘다시는 이처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한 목소리를 냈다. 개구리 사건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들이 이 영화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고 이 영화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얼마나 충족할지는 말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마음으로 보고 영화를 찍었다.” -끝으로 인사 한 말씀. “영화를 찍는 내내 따가운 시선, 곡해된 시선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에 있다. 부모들의 상처를 들춰내는 게 아니라 슬픔을 공유하고 유사 사건들을 다시는 만들지 말자는 취지가 있으니 알아 달라.”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다. 그런 느낌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하고 재미를 주고자 하는 부분도 있지만 작품이 주는 중요한 메시지와 감동이 있다. 한 쪽으로 치우쳐서 생각하지 말았으며 한다.” 감독 “몰랐던 사실을 이 영화에 담았다. 그것이 이 영화가 제작되어야 하는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과도 일맥상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당신이었다면?’이라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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