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진지한 연기로 대중의 가슴을 무겁게 채웠던 배우 김명민이 ‘허당’ 탐정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김명민 주연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은 정조 16년(1782년) 관료들의 공납 비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파헤치는 명탐정의 활약상을 그렸다. ‘조선명탐정’이 1월 27일 개봉을 열흘 앞두고 17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조선 최초의 탐정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김명민의 연기 변신, 그동안 청순한 여성으로 각인돼온 한지민의 팜므파탈 변신, 감초 오달수의 출연 등 흥미를 끌 만한 요소를 많이 지닌 영화 ‘조선명탐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의 웃음 줄을 당겼다 풀었다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곳곳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야기의 빠른 전개는 시선을 집중시키고, 촬영감독이 직접 와이어에 매달려 촬영했다는 추격 장면은 관객의 심박 수를 높였다. 김명민은 천재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알고 보면 허술한 구석이 많고, 여색을 밝히고, 개그 본능을 숨길 수 없는 탐정을 맛깔나게 연기했다. 익숙하지 않은 연기인데도 멋지게 소화해낸 그의 모습은 ‘연기 본좌’라는 수식어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한객주 역을 맡은 한지민의 새로운 모습은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섹시한 메이크업과 관능적인 목소리 톤, 가슴을 강조한 전통 의상으로 중무장한 그녀는 드라마 ‘이산’에서 보여준 호기심 많고 똘똘한 한지민과는 완전히 다른 여자다. 이와 함께 내용이 심각해질 때마다 불쑥 등장하는 ‘오달수 표’ 코믹 연기는 이 영화가 코미디 장르라는 사실을 반드시 깨닫게 만든다. 언론시사회에서 만난 김석윤 감독과 김명민, 한지민, 오달수 등과 영화 ‘조선명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를 본 첫 소감은? 김명민(이하 김) “재미있다. 한지민 씨의 변신에 나 또한 깜짝 놀랐다(웃음).” 한지민(이하 한) “내가 등장하지 않는 부분에서는 웃으면서 봤는데 막상 내 모습이 등장하니 떨리더라. 유쾌하다. 좋은 배우와 함께 좋은 작품을 한 것만으로도 뜻 깊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를 봤을 때보다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오달수(이하 오) “영화가 속도감 있게 잘 나온 것 같다.” -이 작품에 선뜻 출연한 이유는 뭔가? 김 “당시 받은 시나리오가 세 편인데 제일 좋았다. 그리고 내가 안 하면 다른 사람이 할까 봐 하기로 했다. 일단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또한 전작을 어두운 것으로 해서인지 이번엔 밝은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있었다. 감독님에 대한 뒷조사도 했는데 신뢰가 엄청나더라. 그래서 꼭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었다. 영화를 찍고 나서는 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섹시한 모습과 원래의 청순한 모습 둘 다 나온다. 어느 쪽이 연기하기 더 편한가? 한 “청순한 김아영을 연기할 때가 더 편하다. 하지만 뭔가 재미있고 떨리는 작업은 한객주 쪽이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후속편 이야기를 꺼낸 적 있다. 구체적으로 구상한 바 있나? 감독 “만들 때는 후속편을 생각하지 않았는데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김명민이 만든 ‘허당’ 명탐정 캐릭터가 한 번만 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연기자 호흡을 봤을 때도 아깝다.” 김 “흥행 여부에 따라 후속 편이 나올 수 있다. 후속 편이 나온다면 출연할 것이다.”
-원작 소설인 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을 읽었나? 영화와 다른 느낌은? 김 “원작 소설은 읽지 않았다. 원작에서 소재를 따오긴 했지만 소설과 차이가 있고, 감독과 작가가 각색을 많이 해서 원작에 대한 말을 안 한 것 같다. 나 또한 중요함을 못 느껴서 읽지 않았다. 그보다 각색 부분에 따른 캐릭터를 형성하는 데 더 노력했다.” 오 “나도 안 읽어 봤다.” 한 “나 역시 안 읽어 봤다. 청순한 김아영과 요염한 한객주는 다른 인물이면서도 통하는 바가 있다. 어떻게 통하는지는 영화를 보시면 알게 된다.” -영화에서 한지민 씨의 몸매가 강조되는데, 그동안 해보지 못한 시도들이 부담스럽지 않나. 한 “작품을 선택할 때 첫 번째는 시나리오다. 사극이지만 만화책을 읽듯이 재미있게 넘겼다. 한객주는 섹시함보다 뭔가 비밀을 간직한 여자로, 그녀의 입체적인 모습에 끌려서 택했다. 역할을 이해하다 보니 섹시한 헤어메이크업 등도 납득이 되더라. 아무래도 그런 메이크업과 의상이 편하지는 않았다. 시상식이 아닌 자리에서 노출된 의상을 입으니 말이다. 그래도 많은 스태프가 객주의 변신에 신경을 써 줬고, 내가 의식하면 상대 배우도 불편하니까 삼갔다. 과한 꾸밈을 즐기면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등 단순한 영화를 찍다가 속도감 있는 영화를 찍었는데 애로 사항이 있었다면? 감독 “내 연출 성향은 고정돼 있지 않다. 난 사극을 즐겨보는 타입이 아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사극이라 이 영화를 안 보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그래서 속도감을 조금 현대적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배우들도 대사의 호흡이나 동작을 역동적으로 해 줬다. 관객들이 지루하게 느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컸다.” -김명민이 맡은 역할은 천재이면서 허당인데, 실제 김명민은 어땠나? 감독 “그런 면을 많이 발견했다. 처음에 김명민을 만나니 작품 분석을 다 해 놨더라. 그 동안 그의 작품에서 진중한 면을 많이 봐서인지 그런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사석에서 만나니 그렇지도 않더라. 어떨 때는 번뜩이다가도 어떨 때는 허술해 보이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그러니 영화 속 역할과 아주 잘 맞는 배우다.” -동물하고 촬영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개를 출연시킨 이유는? 감독 “원작의 용을 바탕으로 했다. 개가 등장하면 오락적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없는 동물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컴퓨터 그래픽보다는 생동감 있는 개가 나을 것 같아 출연시키기로 결정했다.” -오달수 씨는 개를 좋아하나. 오 “추울 때 많이 섭취해 놔야 많은 효과를 보는 게 개인 것 같다. 애견가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애견가는 아니다.” -끝으로 한 말씀. 감독 “뭔가 새로운 오락 영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연출했다. 즐겁고 유쾌한 영화가 되길 바란다.” 김 “2탄 나올 수 있게 도와 달라.” 한 “내가 참여한 작품인데도 많이 웃으면서 봤다. 관객 여러분도 그러길 바란다. 나 또한 2탄에 출연하고 싶다.” 오 “내가 출연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는 보기 힘들지만 재미있게 봐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