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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기성용 세리머니와 철없는 욱일승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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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7-208호 최영태⁄ 2011.01.31 15:07:18

최영태 편집국장 축구 국가대표팀의 기성용이 아시안컵 4강 한일전에서 골 성공 세리머니로 ‘일본 원숭이’ 흉내를 냈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기성용도 잘못이지만 근본 원인은 일본 응원단이 제공했다. “일본 응원단석에서 욱일승천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고 그가 밝혔기 때문이다. ‘욱일승천기’란 태양을 상징하는 일장기 주변에 햇살이 퍼져나가는 16개 가지를 덧붙인 형태다. 그리고 이 디자인은 처음부터 군용기로 사용됐다. 메이지유신(1867년) 뒤 일본 육군 창설 초기부터 욱일승천기가 군기로 사용됐고, 1889년에는 일본 해군이 디자인을 약간 바꿔(가운데 빨간 원의 위치를 약간 옆으로 이동시켜) 군기로 사용했다. 그래서 욱일승천기는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와 함께 군국주의, 식민주의의 상징이다. 당연히 1945년 패전 이후에는 일절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다 1954년 일본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가 생기면서 이들은 다시 군기로 부활했다. 국제 축구경기나 일본의 정월 축제 등에 욱일승천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망동주의자’의 철없는 행동일 뿐이다. 만약 독일 축구 응원단이 하켄크로이츠 깃발을 흔들어댄다면 지구촌이 발칵 뒤집힐 것이고, 독일 정부는 당장 엄벌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욱일승천기를 용인하고 있고, 국제사회도 그렇다. 일본의 비극이며, 세계의 비극이다. 일본이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데는 미국의 책임이 크다. 미국을 장악한 유대인들은 영화와 서적을 통해 독일 나치의 잘못을 지치지도 않고 공격하지만 신기하게도 일본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말랑말랑한 정도를 넘어 ‘일본을 사랑하는’ 수준까지 나갔다. 미국의 이러한 태도에는 과거 ‘공산주의에 맞서는 보루로서의 일본’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의 팽창에 맞설,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 일본’이라는 전략적 의미가 깔려 있다. 반성을 모르는 일본, 그래서 역사에 뒤처지는 일본은 애처로울 뿐이다. 일본은 패전 뒤 50여년 동안 자민당의 1당 지배 아래 있었다. 자민당에 대해선 이미 ‘몰락하기 전의 동독 공산당(소련의 조종 아래 있는) 같은 꼭두각시 정권(미국의 조종 아래 있는)’이란 역사적 평가가 내려졌다. 일본은 2007년 민주당으로 역사적인 정권 교체와 함께 과거의 탈아입구(脫亞入歐,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들어감)에서 탈미환아(脫美還亞, 미국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돌아옴)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최근 다시 ‘큰 형님’ 미국의 품 안에 폭 안긴 모습이다. 진정한 반성 없이 밝은 미래란 없는 법이다. 재벌 2세, 3세가 경영에 서툴기 마련이듯 화려한 아버지를 둔 아들은, 그 아버지를 부정하지 못하면 찌질이가 되기 쉽다. 메이지유신 이후 ‘대동아전쟁’ 이전까지 일본의 발전상은 세계적 기적이었다. 그 기적은 잿더미로 끝났지만 아직도 일본인은 종합적 반성을 않고 있다. 기성용의 세리머니는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인 전체가 역사적으로 철들지 못하는 일본인들에게 ‘츳츳’ 혀를 차 주면서 측은하다는 시선을 보낼 만하다. 동시에 ‘눈부시게 성공한 아버지를 잇는 못난 아들’이란 현대 일본인의 처량한 모습이 한국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를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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