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7초간의 장면을 모티브로 해 야심차게 만든 창작 뮤지컬 ‘천국의 눈물’이 2월 1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천국의 눈물’은 2011년 기대작이다. 티켓 파워를 가진 동방신기 멤버 시아준수(김준수)와 브로드웨이 스타 브래드 리틀의 출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몬테크리스토’로 국내에 많은 팬을 거느린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가브리엘 베리, 데이비드 갈로, 로빈 러너 등 브로드웨이 크리에이터의 참여 등은 이 뮤지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공연계에선 ‘천국의 눈물’을 두고 한국판 ‘미스 사이공’(세계 4대 뮤지컬 중 한 작품)의 탄생을 예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기 마련이다. ‘천국의 눈물’이 그러하다. 베트남 전쟁이라는 역사적인 비극을 두고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주위의 방해로 헤어지고, 이들 사이에 아기가 사랑의 결실로 남는다는 이야기 구조는 ‘미스 사이공’과 언뜻 비슷하다. 하지만 철저하게 비극으로 치닫는 ‘미스 사이공’과 달리 ‘천국의 눈물’은 화해와 용서를 통해 밝은 분위기에서 막을 내린다. 그런데 과연 ‘해피엔드만이 최선이었을까?’라고 이 작품의 작가(피비 황)에게 묻고 싶다. 주인공을 더 괴롭히고 더 울려서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극대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기 때문이다. ‘천국의 눈물’엔 이 작품의 주제인 남녀 주인공의 사랑 과정 역시 생략됐다. 주인공 린(윤공주 분)과 준(전동석 분)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너무 짧다. 또한 이들이 생이별한 뒤 준의 고통이 그려지지 않아 이들의 완전한 사랑을 이해시키기에도 역부족이다. 악역 중 한 사람인 린의 오빠 썽(김태훈 분)의 등장과 죽음도 성급하게 다룬 느낌이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동생도 이용하려는 오빠의 악랄함은 준의 편지에 의해 너무 쉽게 무너진다. 신념과 가족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더 아슬아슬하게 표현했다면 썽의 죽음이 더 극적으로 다가오고, 시대적인 비극이 더 와 닿지 않을까? 가장 안타까운 건 린의 딸인 티아나(윤공주 분)가 아버지 준의 무대에서 연기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이 장면에는 모든 배우가 흰 의상을 입고 등장해 준의 무대를 찬란하게 꾸민다. 노래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무대 천장에서 꽃가루도 흩날린다. 꽃가루를 보면서 린과 준의 애절한 사랑은 머릿속에서 새하얗게 사라진다. ‘천국의 눈물’은 이야기 외에 무대와 기술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 원근을 멋지게 이용한 조명은 단조로운 무대에 입체감을 줘서 좋다. 앙상블의 안무는 생사에서 갈팡질팡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긴박한 감정을 잘 살렸다. 화려하고 복잡한 무대 세트 대신 사용한 스크린 영상과 무대 바닥을 뒤덮은 48개의 LED 패널은 신선했다. 하지만 스크린과 단출한 세트는 큰 무대를 더 텅비게 한다. 큰 연주 소리에 묻혀 상대적으로 작게 들리는 배우들의 노랫소리는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른다. 배우들의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때도 많았다. 긴박감을 주는 장면에서 앙상블들이 빠른 템포로 노래할 때는 단어가 이리저리 섞였고, 베트남 사람들의 안타까운 상황이 가슴에 스며들지 못했다. 이처럼 이 공연에서 이것저것 다 빼고 나니 남는 건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멋진 음악뿐이었다. 한 곡 한 곡 심혈을 기울여 만든 ‘천국의 눈물’ 음악은 귀와 가슴에 오랫동안 남는다. 음악을 들으면서 뮤지컬 장면이 뮤직비디오처럼 떠오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초연이라 앞으로 발전의 기회가 얼마든지 남았다.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3월 1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