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하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대사증후군 연구사업단 단장 근래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수명이 매우 길어져 현재 성인의 경우 90대까지 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래 살면서 중풍이나 심장발작, 치매 같은 질병을 두려워하는 측면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질병으로 주위 사람들을 어렵게 만든다면 매우 난감해질 것이다.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으로 이런 불행한 질병들을 예방할 수 있다면 행복하고 건강하게 일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나이는 당해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빼면 간단히 계산이 된다. 그런데 같은 나이라고 하더라도 건강 나이는 다를 수 있다. 즉, 건강 나이는 개인이 갖고 있는 건강 위험요인 수준에 따라 결정되므로 본인의 원래 나이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래 나이는 50세인데 건강 나이는 60세인 분이 있고, 출생 나이는 60세인데 건강 나이는 50세처럼 젊은 분이 있다. 사실 건강 나이라는 개념은 매우 포괄적이므로 좀 더 세부적인 ‘심장 나이’를 알아보고자 한다. 최근 대한심장학회와 공동으로 개발한 한국인의 심장병 발생 예측 모형이 있다. 이 모형은 본인의 현재 연령, 혈압 수준, 콜레스테롤 수준, 당뇨병 여부, 흡연 여부, 가족력 여부 같은 각 개인의 심장병 위험요인을 입력하면 앞으로 10년 내에 심장병이 발생할 확률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여기서 말하는 심장병은 구체적으로 협심증을 일으키는 심장동맥 (관상동맥) 질환을 의미한다. 성인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10년 내에 심장병에 걸리게 될 확률이 약 1% 정도다. 즉, 100명에 1명 정도다. 물론 뇌졸중을 포함한 모든 심뇌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은 5% 이상이 될 것이다. 이 정도의 확률은 얼마나 높은 것일까? 우리가 자동차사고가 날 확률이 0%라고 하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왜냐 하면 기본적으로 다치거나 죽기 위해 사고를 내거나 운전하는 차는 거의 없기 때문에 0%에 가깝다는 것이다. 보통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수백 만분의 1이다. 그렇다면 한국 성인이 심장병에 걸릴 평균 확률 1%, 즉 100분의 1이 얼마나 큰 숫자인지 알 수 있다.
심장동맥 질환이 발생할 확률은 위에 열거한 개인의 심장병 위험요인 수준에 따라 차이가 크다. 심장병 위험요인이 거의 없는 경우는 10년 내에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거의 0%에 가깝지만, 위험요인을 3, 4개 갖고 있는 경우는 위험도가 10~20%까지 증가할 수 있다. 고혈압-콜레스테롤-당뇨-비만 등 여러 요인 중 3가지 이상을 갖고 있으면 심장병 발병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부모의 심장동맥 질환 가족력, 본인의 흡연은 매우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그 외 특히 고혈압, 고 콜레스테롤, 저 HDL-콜레스테롤, 당뇨병, 비만 중에서 세 개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대사증후군이라고 하여 심장병 발생의 고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최근 국내 연구 자료에 의하면 대사증후군이 없는 경우에 비해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으면 심장병 발생 위험이 두 배로 높아진다. 그러면 나의 심장은 얼마나 건강할까? 일반적으로 일반인들의 심장 건강 수준은 10년 뒤 심장병에 걸릴 위험도를 확률로 계산해 봄으로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다. 그 동안은 이러한 위험도 계산은 서양에서 개발한 모형을 많이 사용했지만, 최근 한국인에게 적합한 예측 모형이 개발됐으며, 이를 간단한 간이 계산법으로 아래에 제시했다. 개인별 심장 건강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표 1에서 자신의 심장병 위험 요인에 따라 개별 점수를 찾아서 이를 합산한 ‘나의 점수’를 계산하여야 한다. 위의 <표1>에서 얻어진 나의 점수로 아래 <표2>에서 나의 심장병 발생 10년 위험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위험도는 한국 성인 40여 만 명을 10년 이상 추적 관찰한 대규모 역학 연구에서 얻어진 결과다. 예를 들면, 한국인 일반 성인의 심장병 발생 평균 위험도를 1%라고 볼 때 나의 심장병 위험도가 4%라면 나는 평균보다 4배가 높은 경우다. 심장 건강에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은 물론 수정 불가능한 연령이다. 그러나 수정 가능한 요인으로 고혈압, 콜레스테롤, 당뇨병, 흡연 습관이 있다. 이들 요인들을 잘 관리하면 심장병 발생위험도를 상당 수준 낮출 수 있다. 결론적으로 나의 심장 건강 수준을 확인하고, 나의 심장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을 찾아서 잘 관리하면 더욱 건강한 심장을 가질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인의 생활수준이 매우 높아지고, 식생활이 서구화돼 이제 한국은 더 이상 뇌혈관이나 심장혈관 질환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어릴 때 식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지도를 하지 않아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장 및 혈관 질환이 매우 증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제부터라도 자신과 가족들의 위험도를 미리 평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