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미녀와 야수’의 조합이다. 3월 10일 개봉되는 영화 ‘사랑이 무서워’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 남녀 주인공 상열(임창정 분)과 소연(김규리 분)의 모습이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웃기기도 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한국판 ‘미녀와 야수’는 판타지로 아름답게 포장된 미국판과 확실히 달랐다. ‘임창정 스타일’ 코미디 영화 홈쇼핑 시식 모델 상열은 모든 게 보통 이하의 남자다. ‘설사가 나와도 참고 시식 모델을 한다’는 남다른 재주 하나를 제외하고는 외모, 학벌, 패션 감각, 말투, 이해력, 인간관계 등 모든 면에서 한참 떨어진다. 하지만 눈은 지나치게 높다. 홈쇼핑에서 ‘완판녀(여자 연예인이 입고 나오면 해당 옷이 다 팔린다는 의미)’로 잘나가는 동료 모델 소연을 짝사랑하기 때문이다. 소연은 상열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여자다. 얼굴도 예쁘고 키도 크고 몸매도 날씬하고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한다. 또 홈쇼핑에서 그녀가 입고 나오는 제품은 모두 매진되니 업계에서 받는 대우도 상열과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 소연에게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시련이 닥친다. 바로 남자친구 박 피디(김태훈 분)의 아이를 임신한 것. 병원에서 이 아이가 “마지막 아이가 될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은 소연은 아이를 낳기를 원하지만 박 피디는 아이를 지우지 않으면 헤어지겠다고 협박한다. 어릴 적 미혼모 어머니의 설움을 곁에서 보고 자란 소연은 아이에게 자신과 같은 고통을 주지 않기로 결심한다. ‘사랑이 무서워’는 각자 다른 마음을 품고 결혼한 상열과 소연이 진실로 사랑하는 가족이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상열의 바보 같은 마음을 이용하려던 소연이 상열의 따스함을 깨닫고, 소연을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속았다는 배신감에 괴로워하던 상열이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해피엔드로 마무리되는 단순한 내용이다. 그 과정에 음담패설이 끊이지 않아 배꼽을 잡게 하고, 중견 배우 김수미의 거침없는 애드리브는 ‘미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사랑이 무서워’는 그동안 임창정이 출연했던 ‘색즉시공’ ‘위대한 유산’ ‘청담보살’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다. 찌질 캐릭터 임창정의 연작을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임창정 스타일의 코미디 영화가 주는 유쾌함은 ‘사랑이 무서워’에도 분명하게 녹아 있다. 2월 23일 서울 건대입구역 롯데시네마에서 이 영화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정우철 감독과 두 주연 임창정, 김규리가 참석했다. -연출 의도가 궁금하다. 정우철 감독(이하 정) “외모지상주의 등에 편중된 요즘 세상의 연애관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 외모가 아니어도 순수하고 진실한 모습이 섹시하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맡은 역할은? 김규리(이하 김) “이름은 소연이다. 극 중 홈쇼핑 모델인데 이른바 ‘완판녀’다. 인기도 많다. 화려한 외모를 가진 반면 단순하고 백치미가 있는 여인이다. 모성애가 특히 강하다.” 임창정(이하 임) “시나리오를 읽고 연기할 때 이 세상의 보편적인 남자를 연기해 보려고 했는데, 영화를 보니 정말 바보 같고 찌질하더라. 상열은 소연을 만나기 전에는 한 번도 다른 여자를 좋아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색즉시공’의 은식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 또 다른 여자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다. 상열이 너무 바보 같이 착해서 화가 난다.” -극 중 별 볼일 없는 남자가 쫓아다니는데, 실제로 별 볼일 없는 남자가 자신을 쫓아다니면 어떻게 대처할 건가? 김 “내가 관심을 갖든 안 갖든 (남자가) 나에게 관심을 좀 보여 주면 좋겠다. 그만큼 너무 외롭다. 상열처럼 일반적인 모습에서 좀 떨어진 남자라도 그 마음이 진실이라면 너무 멋있을 것 같다.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 어디 없을까?”
-김수미와 모자관계를 연기한 것은 처음이다. 대사가 애드리브 같다는 느낌도 있는데, 연기 호흡은 좋았나? 임 “대본과 99% 틀리다고 보면 된다. 그냥 상황만 주어졌을 뿐이다. 감독님이 ‘슛’ 하니까 (김수미가) 엄마처럼 욕하고 그래서 나도 받아쳤다. 극 중 털 이야기는 대본에 없던 거다. 갑자기 (김수미가) ‘테이프 하나 줘 봐’ 하면서 즉흥적으로 만들었다. 김수미 씨와 할 때는 긴장했다. 정신을 놓으면 NG가 나기 때문이다. 김수미의 ‘육혈포강도단’에 내가 우정 출연 했는데, 이번엔 김수미 씨가 이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해 줬다. 호흡도 정말 잘 맞고 만족한다.” -임산부 역할은 처음 하는 것 같은데, 어땠나? 김 “영화의 3분의 2를 아이가 뱃속에 있는 망가진 모습으로 나왔다. 임신 특수 분장을 하고 촬영한 어느 날이 생각난다. 카메라 옆에 서 있었는데 카메라 팀이 진짜 임산부 대하듯 의자를 가져다 주더라. 괜찮다고 하는데도 앉으라고 해서 앉았는데 느낌이 묘하더라. 임신부 대하듯 스태프들이 챙겨주고 예뻐해 주니 좋더라. 색다른 경험이고 즐거운 작업이었다.” -캐스팅에 만족하나? 정 “규리 씨가 임산부의 힘든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캐스팅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임창정은 신생아실에서 촬영할 때 당시 섭외한 10일짜리 신생아의 부모가 외국인인데 어머니가 아이를 낳고 도망갔다는 사연을 듣고 눈물이 맺히면서 ‘내가 입양하면 안 될까’라고 말하더라. 당시는 창정 씨가 셋째 아들을 낳기 직전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캐스팅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임 “나는 3년 동안 임신한 여자랑 살다 보니 여자가 배가 안 나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웃음). 신생아실 장면에서 너무 울컥했다. 영화를 보니 리허설 때 찍힌 모습을 영화에 쓴 것 같다. ‘사랑’ 역의 신생아가 딸이었으면 입양했을 텐데, 아들이어서 참았다. 지금 내 아들이 셋인데 그 아이가 세 아들에게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웃음).” -베로니카 역을 연기한 김진수 씨를 캐스팅한 배경이 궁금하다. 정 “베로니카 역을 소화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었다. 여장을 해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배우가 필요했다. 고민하던 중 어떤 분이 연극을 보라고 티켓을 줘서 갔는데, 김진수 씨가 1인 4역을 했다. 그 중 기모노를 입고 나왔는데 다리에 타조 알 만한 알통이 보였다. 참 인상적이었다. 김진수 씨가 베로니카를 연기하면 귀엽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캐스팅했다.” -‘사랑이 무서워’란 제목을 지은 이유는? 정 “원 제목은 ‘섹스에서 출산까지’였지만 주위에서 안 된다고 말려서 지금의 제목이 됐다. 영화의 핵심이 사랑이고,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부합하는 제목을 생각했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아이 이름을 ‘사랑’이라고 지은 것도 그 이유에서다.” -팬들에게 인사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 정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다. 심각하지 않게, 재미있게 웃으면서 보다가 극장을 나설 때는 감동도 챙기길 바란다. 사랑하는 주위 사람을 생각해볼 시간이 됐으면 한다.” 김 “영화를 보기 전에 관련 정보를 찾지 말고 그냥 저희를 믿고 극장에 오시면 더 많은 것을 얻어갈 거라 믿는다. 웃을 일 없는 세상인데 이 영화를 통해 많이 웃길 바란다.” 임 “영화가 잘되는 건 운명에 달린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방긋 웃으면서 나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