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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광수’, 첫사랑을 만나다

어린이로 돌아간 마광수의 미술전, 산토리니서울에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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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1호 이선유⁄ 2011.02.28 14:43:18

‘포르노그래피 작가’ ‘외설 교수’ 마광수… 그를 따라다니는 무수한 빨간 딱지들. 그런 마광수가 20년간 자신을 둘러싼 숱한 가십과 색안경을 걷어내고 '소년 광수'로 돌아가 동심을 노래한다. 산토리니서울에서 마광수의 개인전 ‘소년, 광수’가 열렸다. 올해로는 첫 전시이지만 벌써 그가 아홉 번째 선보이는 그림 전시회다. 선정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의 글만큼, 그동안 그의 그림 역시 ‘포르노그래피’라는 꼬리표를 달 만큼 뜨겁고 자극적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예전 작품과는 너무 상반된 느낌으로 ‘소년의 동심’을 담아냈다. ‘광마’ 마광수가 아닌 ‘소년’ 광수의 모습으로 그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동심이 꾸는 꿈, ‘포르노’ 기존에 그가 선보인 ‘마광수다운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이번 작품에 대해 그는 오히려 ‘다르지 않음’을 설명했다. “저는 글을 쓸 때도 ‘야(野)한 것’에 중점을 두지만 그림을 그릴 때 역시 ‘야한 것’에 중점을 둡니다. 야하다는 것이 무조건 선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타고난 자연의 성정(性精)에 솔직함을 뜻하는 거죠.” 마광수의 작품에서 ‘야(野)’는 곧 동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동심으로 돌아가 본연에 순응하는 것. 그것은 때로 ‘야한’ 포르노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벌거벗고 있어도 전혀 부끄러운 줄을 모릅니다. 성경대로라면 선악과(善惡果)를 따먹기 이전 아담과 이브가 갖고 있던 심리 상태라고 할 수 있겠죠. 도덕과 윤리를 뛰어넘는 순수한 본능의 세계, 그런 세계가 곧 야한 세계요, 야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성범죄율의 10배에 달하는 한국에 대해 그는 ‘성의 자유가 없으니 삐뚤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한국의 닫힌 성문화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그의 작품 속에 ‘야’는 결국 순수한 본연의 결정체, 발가벗은 ‘동심’으로부터 꾸는 꿈 인 것이다.

춤추듯 노래하듯, 캔버스에 담아내는 즉흥연주곡 글과 함께 어우러지는 마광수의 그림은 ‘문인화’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 중 어떤 그림은 ‘그림’ 자체가 강조되기도, 또 어떤 것은 ‘글’이 더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문인인 그의 그림에 글이 함께 등장하는 것은 어색함 없이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이처럼 그림과 글은 그의 화폭 위에서 분방하게 어우러진다. 이는 계획된 구상과 정형화된 규칙, 방법 속에 일궈지는 것이 아닌, ‘붓 가는대로, 마음 가는 대로’ 그린 그림이라는 증거다. 그의 그림은 모두 ‘그때그때 마다의’ 즉흥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어떤 작품에서는 글이 먼저, 또 다른 작품에서는 그림이 먼저 떠오른다는 것은 그가 일체의 구애 없이, 그저 손 가는대로 단번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냈음을 보여 준다. 재료에서도 제한이 없다. 그의 작품을 담아낸 종이나 채색 재료 모두 일상적이고 가벼운 느낌이다. 마치 동네 어귀의 문방구에 가면 손쉽게 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재료들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큰 것’ ‘비싸 보이는 것’을 좋아하죠. 문학에서만 봐도 '대작주의'라고 해야 하나요? 무조건 크면 작품이 좋고 비싸다고 생각하니까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단출한 종이 위에 소박하게 그려낸 그림이면 '저렴한 그림'이라는 인식이 참 웃긴 거죠.” 이런 현실에서 ‘팔릴만한 작품’을 그리고자 했다면 그 역시 ‘비싸 보이는’ 재료들로 그림을 무장했을까? ‘돈 벌자고 그림 그리는 것이 아니다’는 마광수는 물질적인 것을 기대해서 ‘크고’ ‘빛 좋은’ 것들을 담아내지 않는다. 이처럼 소박하고 일상적인 그의 재료들은 그가 말하는 ‘동심’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듯하다. 물질적인 것이라든가 그 어떤 구애 없이 그저 ‘마음으로 좋아 그리는 그림’인 것이다. 글 쓰는 마광수든, 그림 그리는 마광수든 “소설이 중노동인데 비해 미술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그려지죠. 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참 어렵더라구요. 아이디어가 잡히고 나면 즉흥적으로 즐겁게 그려 나갑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마광수. 글만큼이나 그림에도 애착이 큰 그는 오는 8월에도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글이든 그림이든 그 어떤 매체의 모습으로든, 세상을 향해 그가 던지는 여과 없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닫힌 마음을 열고 그의 진심어린 동심을 느껴 볼 수 있다. “저도 이제는 재평가 받고 긴 세월 동안 받은 ‘왕따’의 설움을 면하고 싶습니다. 아직도 나 마광수를 무조건 ‘변태’라고들 생각하시니 말입니다. 모국에서의 이런 시선이 서글픕니다. 오히려 타국인 일본은 저의 문학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데 말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런 색안경을 거둬내고 싶습니다. 그동안의 ‘외설’이 아닌, ‘소년 광수’의 동심을 통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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