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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준 건강 칼럼]화장실이 당신의 골반을 노린다

미끄러져 낙상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준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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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1호 박현준⁄ 2011.02.28 15:01:25

유정준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지난 겨울에 많은 눈이 왔습니다. 기록적인 강추위가 동반돼 쌓인 눈이 녹지 않고 얼어서 도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늦추위가 쌀쌀한 편이라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움츠리고 걷다가는 쉽게 넘어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입니다. 젊은 사람들이야 넘어질 듯해도 운동신경이 있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고 설령 넘어지더라도 튼튼한 골격 구조와 근육들이 보호 작용을 해줘 골절이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러나 연세가 상당히 드신 분들은 전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눈은 침침해서 앞에 무슨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마음 따로 몸 따로여서 동작이 서툰 데다 위기에 처할 때 기민한 반사 동작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나이로 인해 근육량은 줄어들고 골다공증으로 골 조직도 약한 상황이라면 별 것 아닌 낙상으로도 큰 골절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넘어질 경우에는 골반 부분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서 고관절, 즉 엉덩이 관절 주위에 심각한 골절이 생깁니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고관절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필자에게 겨울이 와 길이 미끄러워지면 걱정을 해 줍니다. “유 교수, 이제 골절 환자 수술하느라 정신없겠어”라고. 그러나 이런 걱정은 해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노인 분들이 넘어지면서 골절이 생기는 곳은 집 밖이 아니라 놀랍게도 대부분 집 안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필자는 주로 겨울철에만 골절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4계절 내내 거의 비슷한 수의 환자들을 보고 있습니다. 필자는 넘어져서 고관절 골절이 생겨 응급실로 실려 오는 노인 환자들에게 항상 어디서 넘어졌는지, 어떤 상황에서 넘어졌는지를 물어봅니다. 그 중 십 중 팔 구는 자기가 주로 생활하는 집 안에서 평소 하던 행동을 하다 넘어졌다고 답합니다. 빙판길이 없어졌으니 낙상이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 실제로 낙상 사고의 대부분은 집안 화장실 등에서 발생. 밤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다 어두워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침대에서 전화 받으러 내려오다 넘어지기도 하고,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이불 끝자락을 밟다 미끄러지거나, 청소기 전기 줄에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미국정형외과학회에서 발표한 보고에 의하면 대부분의 낙상 사고는 집 안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고관절 골절의 90% 이상은 넘어져서 생기는데 노인에서 발생한 고관절 골절은 결코 간단한 골절이 아닙니다. 골절이 잘 치료되어도 환자 50%는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고, 1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도 25%나 되는 무서운 골절입니다. 폐경이 지난 백인 여자 7명 중 1명은 고관절 골절을 겪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무서운 골절을 예방하려면 주로 낙상 사고가 발생하는 집안 환경을 보다 안전하도록 바꾸고 낙상을 최소화하는 생활 수칙들을 잘 지키는 것이 지름길입니다. 우선 모든 방 문에 있는 문지방은 가능하면 없앱니다. 모든 전기 기구의 전기 줄은 잘 정돈해서 발에 걸리지 않게 합니다. 특히, 이불이나 카펫 밑에 전기 줄을 감춰 두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집 안에서 발에 걸릴 가능성이 큰 무릎 높이보다 낮은 탁자, 잡지꽂이, 화분 등은 움직이는 동선에서 치우는 것이 좋습니다. 카펫 등 바닥에 깐 것들은 양면테이프 등으로 잘 고정해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합니다.

침실을 볼까요? 전화기는 쉽게 손에 닿는 곳에 두고 잠자리 부근에 항상 작은 조명을 켜 둡니다. 방바닥에는 발에 걸릴 잡동사니들이 없도록 잘 정리하고 침실과 화장실 사이에는 불을 켜 두어 어둡지 않도록 합니다. 화장실은 낙상 사고가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장소입니다. 집 안에 노인이 있다면 반드시 화장실 바닥에는 미끄럽지 않도록 매트 등을 깔아야 하고, 물기가 남아 있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유리 등으로 독립된 욕실 공간을 만드는 것도 물기가 바닥에 남지 않도록 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변기와 욕조 옆에는 지지할 수 있는 손잡이를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욕조 안 바닥은 미끄럼을 방지해 주도록 오돌 도돌 하게 표면 처리가 되어 있어야 하고 욕조 안에는 앉아서 씻을 수 있는 작은 의자가 있으면 좋습니다. 주방은 항상 물기가 바닥에 있기 쉽고 바닥 자체가 대부분 미끄러운 재질로 되어 있어 매우 위험한 곳입니다. 물기나 기타 음식물이 떨어지면 바로 바로 닦아야 합니다. 찬장 위에 있는 것을 꺼낸다고 어설프게 의자 위에 올라가는 것은 정말 위험합니다. 가능하면 손이 닿는 위치에 물건들을 정돈해 두고, 정 필요할 경우에는 안전하게 설계된 실내용 받침대 위에 올라가 꺼내는 것이 좋습니다. 잘 미끄러지는 재질로 돼 있는 화장실 바닥에 매트 깔고, 물기 남지 않도록 관리해야 치명적인 골반 낙상을 막을 수 있어 겨울이 되어 길이 미끄러워지면서 모두들 나들이 길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씁니다. 자기가 걷는 발 한발 한발에 상당한 정신 집중을 하기도 합니다. 보다 기민한 대처를 위해 장갑을 끼고 손을 주머니에서 빼는 슬기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정작 더 많은 위험은 우리가 주로 생활하는 집 안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낙상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수칙들을 잘 지키고 집안 환경을 안전하게 개선해서 골절 없는 건강한 삶을 누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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