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살았던 어린 시절, 집 앞과 뒷산에 나무가 참 많았어요. 곤충을 굉장히 좋아해서 아침에 나가서 해질 때 까지 곤충만 잡으러 다녔죠. 특히 매미를 좋아했어요. 매미를 잡으려면 자연스레 나무를 쳐다보고 다녀야 했어요. 그 때부터 나무는 제 무의식중에 깊숙이 뿌리내린 것 같아요.” 김선혁은 자연을 담아내는 작가다. 자연이 무작정 좋다는 그는 경건하고 영적인 나무의 생명력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분방하게 뒤엉켜 뿌리내린 나무의 형상은 가까이서 바라보면 인간의 얼굴 형상과도 교차된다. “인체와 나무는 닮은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정맥, 모세혈관과 같은 인체의 분배 체계는 마치 나무뿌리가 뻗어 내린 모습과 흡사한 느낌이죠. 또 생명력을 지녔다는 점에서도 이들은 비슷해요.” 김선혁은 나무와 인간의 교차되는 형상을 통해 서로의 삶을 대응시킨다. 인내-의지-순응-생명력과 같은 나무에 담겨진 삶의 자세로부터, 인간의 삶에도 그것들을 전이시키고자 한다. 그가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가운데 ‘행복해지는 법’시리즈와 ‘꿈의 생명력’시리즈가 바로 그러한 자연으로부터의 기쁨과 긍정의 메시지를 담아낸 것들이다. 김선혁의 작업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용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금속의 선재로 드로잉을 하는 듯한 느낌을 통해 유기적이고 분방한 나무뿌리의 형상을 만든다. 그때그때의 느낌으로 만들어 내는 직조 방식은 얽매임 없는 자연적 형태를 끌어낸다.
또한 금속과 자연이라는 상반되는 물성 이미지의 대조를 통해 김선혁은 절대자에 대한 경외심을 또 한 번 역설한다. 그 어떤 인위적 기술력으로도 자연의 경이로움은 재현해 낼 수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은 인간으로서 흉내 낼 수가 없는 범주인 듯합니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자연을 예술로 담아내고 싶어 하죠. 어쩌면 예술이란 것 자체가 자연의 흉내로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생각해요. 사람을 만들고 그리며 표현하는 것도 결국 ‘자연물’의 모사이니까요.” 변화무쌍한 오늘날 예술은 셀 수 없이 다양하고 많은 얘깃거리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아름다움의 본연을 좇아가고자 하는 욕망이 예술의 궁극이고 본질이라 생각한다는 김선혁 작가. 그는 언젠가 아름답게 펼쳐진 하늘도 작품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며 자연에 대한 애정과 소박한 바람을 내비쳤다.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느끼며 사는 삶이 가장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렸어도 좌절하지 않는 나무처럼요. 이번 전시를 통해 각박한 현실 속 지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의 생명력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