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자전’ ‘해결사’ ‘시라노; 연애조작단’ ‘부당거래’ 등의 작품에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이름을 알린 ‘신 스틸러(scene stealer: 조연이지만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 송새벽이 첫 주연 영화 ‘위험한 상견례(3월 31일 개봉)’로 자신을 한껏 드러낸다. ‘현지’라는 가명으로 활동 중인 순정만화 작가인 전라도 청년 현준(송새벽 분)은 사랑하는 여자 다홍(이시영 분)과 결혼하기 위해 다홍의 집을 찾는다. 하지만 경상도 집안인 다홍의 집에는 ‘뼛속까지 경상도’인 다홍의 아버지 영광(백윤식 분)과 서울 여자 행세 중인 어머니 춘자(김수미 분), 변태 성향이 있는 오빠 운봉(정성화 분), 조카의 결혼을 막으려는 노처녀 고모 영자(김정난 분), 현준의 아버지 세동(김응수 분)이 스파이로 보낸 형 대식(박철민 분) 등 걸림돌이 되는 인물밖에 없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현준은 서울말 특별 과외를 받고 사투리를 없애는 데 성공하지만, 결혼 승낙을 받기까지 험난한 길은 끊이지 않는다. 점(占)을 소재로 한 영화 ‘청담보살’로 독특한 웃음을 줬던 김진영 감독이 이번엔 전라도와 경상도의 예민한 지역감정을 건드렸다. ‘위험한 상견례’는 전라도 출신 남자가 경상도 집안의 사위가 되기 위해 서울 사람 행세를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담아낸 로맨틱 코미디다. 이 영화의 제작보고회가 3월 3일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다. 김진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새벽과 이시영, 백윤식, 김수미, 박철민이 참석한 제작보고회는 지역감정에 대한 감독, 배우의 솔직한 이야기가 오갔다. -자녀의 배우자 조건 중에 ‘절대로 안 된다’고 하는 점이 있나? 백윤식 “결혼을 부모들이 하나? 당사자가 하는 거지. 자식들의 부족함은 어른들이 보완해주면 되지 않나?” 김수미 “며느릿감과 사윗감의 조건은 좀 다르다. 며느릿감은 부족한 점이 있어도 내 식구니까 가르치면 되는데, 사위는 조금 까다롭게 볼 것 같다. 유머 있고 여유가 있고 느긋한 청년이면 좋겠다.” 박철민 “나보다 잘생기면 안 될 것 같다. 남자가 잘생기면 얼굴값을 한다. 내가 경험해봤다. 내가 아무리 도덕적으로 한 여자를 본다고 결심해도 주위에서 날 가만두지 않더라(웃음).” -사랑하는 사람을 부모가 반대하면 부모와 맞설 건가? 송새벽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그래도 저희 집에선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라면 언제라도 데리고 오라고 하신다.” 이시영 “맞설 수 없을 것 같다. 부모님은 내가 하는 일을 반대하지 않고 지지하는 편이다. 그런 부모님이 반대하는 남자라면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내 눈에 콩깍지가 씌울 수도 있으니까 부모님 시각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 같다.”
-사윗감과 며느릿감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부분이 있다면? 김수미 “다른 건 다 안 보지만 만일 며느릿감이면 살아온 집안 환경은 보고 싶다.” 백윤식 “장인어른이 약주를 못해 마음을 터놓고 술잔을 주고받을 수가 없었다. 그 점이 아쉬웠다. 아직 딸들이 어리지만 사위가 될 남자친구를 데려온다면 술은 좀 하느냐고 묻고 싶다. 한 번은 큰딸이 중학교 3학년 때 남자친구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어린 친구한테 주량을 물을 수가 없어서 ‘아버님은 술을 드시냐’고 물은 적이 있다. 왜냐면 술도 유전적인 영향이 있어서다. 하지만 주사가 있는 사람은 적극 반대할 거다.” -‘청담보살’ 이후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김진영 감독 “지역감정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성장하면서 알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지방 출신인데 직장을 위해 본적을 옮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는 자기 출신을 숨기면서까지 살아야 하나 하고 생각했었다. 요즘은 지역감정이 많이 없어졌지만 지방색 때문에 결혼을 못 하고 고민하는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이 시나리오를 다시 느꼈다. 지역감정을 심각하지 않게 웃으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선택했다.” -주연 데뷔작인데 부담감은 없나? 송새벽 “주연을 맡게 돼 즐겁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부담감이 많았지만, 촬영을 시작해서 끝날 때가 되니 큰 부담감은 없어졌다. 감독과 스태프가 편하게 잘 해줘서 그런 것 같다. 주인공이라고 해도 역할의 분량이 많아졌을 뿐이다. 극을 끌어가는 역할이 아니냐고 묻는 질문도 있지만 극을 끌어가는 건 내가 아니라 모두다.” -지역감정을 느낀 적 있나? 이시영 “부모님이 충청도 출신이지만 사투리를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지역감정을 많이 느끼진 않았다. 오히려 이번 영화 촬영을 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김수미 “나는 전북 군산 출신이다. 실제로 1970년대에는 많은 전라도 사람이 고향을 속였다. 우리 사촌은 호적을 바꿨다. 이상하게 영호남에만 애매모호한 지역감정이 있다. 우리 큰 언니한테 선이 들어온 적이 있는데, 그때 아버지가 ‘어디 경상도 껄 들이대느냐’면서 중매쟁이한테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연예계에 데뷔한 뒤 인터뷰를 통해 지역감정에 대한 설움을 달랬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정말 통쾌했다.”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김수미 “솔직히 촬영하면서 지역으로 편이 갈리곤 했다. 김진영 감독 조부님과 박철민 씨, 송새벽 씨가 나와 같은 전라도 출신이다. 그래서 카메라가 이동하거나 쉬는 시간이 있으면 이들과 함께 모여서 전라도 사투리를 이야기하면서 깔깔 웃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사회생활을 할 때 지역이 중요한 것 같다. 나 또한 후배를 보면 고향부터 묻는다. 그런데 그 후배가 전라도 출신이면 더 잘 챙겨주고 싶다. 반찬도 새벽 씨와 철민 씨만 챙겼다. 우리끼리 너무 친해서 백윤식 씨한테 미안할 때도 있었다.” -실제로 말투나 억양을 고치려고 노력한 경험이 있나? 송새벽 “항상 노력한다. 제대하고 서울에 처음 왔을 때도 (지역감정이) 남아 있더라. 표준어를 쓰려고 노력했는데 대화를 5~10분 하다보면 상대가 알아차리더라.” 김수미 “중학교 1학년 때 서울에 와서 지내다 겨울방학 때 동네에서 서울말을 쓴 기억이 난다. 배우가 되고 나서는 이미 서울말을 하게 됐다. 하지만 지금 누가 말 서너 마디만 해도 출신을 알 수 있다.” 백윤식 “지역감정은 권력을 가진 분들이 오랫동안 권력을 누리기 위해 만들었다. 그 때문에 가장 피해를 받는 건 우리 같은 민초다. 이 영화는 민초들의 살가운 에피소드와 가슴 아픈 이야기를 풍자와 해학으로 풀었다.”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한 말씀. 김수미 “경상도, 전라도 중 어디 관객이 더 많은지 두고 볼 거다.” 이시영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로맨틱 영화다. 많이 봐 달라.” 백윤식 “다른 지역은 모르지만 전라도와 경상도는 꼭 봐야 하는 영화다. 전라도, 경상도가 하나 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