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혁신 일으킨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이종구 박사 (이종구심장크리닉 원장)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는 1882년에 러시아에서 태어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지휘자였으며 1971년에 미국에서 사망했다. 그가 유명해진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창조한 혁명가였기 때문이다. 1913년 파리에서 그의 발레 음악인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이 초연되던 저녁, 관객들은 “이것도 음악이냐?”며 야유를 날렸다. 위협을 느낀 스트라빈스키는 자신의 지정 좌석을 떠나 안무가인 미하엘 포킨(Michael Fokine)과 무대 뒤에 숨어서 발레를 지켜보았다고 한다. 심지어 관객들의 아우성이 너무나 커서 음악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 당시 관객들은 슈만, 쇼팽, 리스트, 베를리오즈 등의 낭만주의 음악을 좋아했다. 낭만적인 음색이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같은 아름다운 음악을 기대했던 파리의 세련된 음악 애호가들이 공연을 보러 왔지만 스트라빈스키의 이교도적이며 거의 원시적인 리듬과 낯선 음색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스트라빈스키는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고전적 음악에 이어 등장한 낭만주의 음악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짐으로써 20세기 현대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종을 울렸다.

현대 음악의 싹을 트게 한 스트라빈스키의 가족은 러시아 정교회 신자들이었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성장했으며 그의 아버지는 마린스키 극장의 베이스 오페라 가수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법률가가 되기를 원해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 입학시켰다. 그러나 음악을 좋아했던 스트라빈스키는 아버지가 사망하자마자 음악에 집중해 1905년에는 러시아 음악의 개척자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제자가 됐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그의 제2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촌과 결혼했다. 러시아 정교회는 사촌과의 결혼에 반대했지만 그 당시 라흐마니노프가 그랬듯이 사촌 간의 결혼은 종종 성사됐다(서양에서는 6촌이나 8촌도 사촌이라 부른다). 1909년에 그에게 작곡가로서의 행운이 찾아왔다. 그의 작품 ‘불꽃놀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주됐는데 이때 파리에서 발레 루스(Ballets Russes)의 창립자인 디아길레프가 이 공연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았으며 그에게 새로운 발레 ‘불새(Firebird)’를 위촉한 것이다. 1910년 그는 파리에서 ‘불새’를 초연하고, 이후 ‘페트루슈카’ ‘봄의 제전’을 연이어 작곡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스위스에 살 때 ‘풀치넬라’ 등을 작곡했으며 향후 50년을 유럽과 미국에서 살았다. ‘봄의 제전’ 초연 때 청중의 아우성 무서워 지정 좌석에서 무대 뒤로 도망가 막 뒤에서 몰래 자신의 발레 작품을 지켜봤지만… 1920년 그는 유럽으로 이사했다. 1908년부터 1919년까지를 ‘러시아 음악시대’로, 1920년부터 1954년을 ‘신고전주의’로 분류하는데,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의 프로코피에프(Sergei Sergeevich Prokofiev)와 더불어 신낭만주의 음악의 개척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1954~1968년을 ‘연속시대(Serial Period)’라 하는데 이때 아놀트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 1874~1951)의 12계음(12tone)법을 사용했다.

그는 ‘오이디푸스 왕(Oedipus Rex)’ ‘아폴로(Apollon Musagete)’와 3편의 교향곡 ‘찬송의 교향곡’ ‘교향곡C’ ‘3막의 교향곡’ 등 다양한 음악을 작곡했다. 그 외에도 최후의 합창과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고전 음악 등을 남겼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그의 가족은 미국으로 이사해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했는데 여기서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을 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지식인과 유명 인사와 가깝게 지냈는데 피카소나 장 콕토, 조지 발란신 같은 다른 예술 분야의 거장들과 공동으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대한 음악학자들의 평은 다양하다. 그러나 그는 음악의 여러 분야에서 가장 다양한 변화를 추구한 혁신가의 한 사람이자 현대 음악의 탄생에 크게 기여했다는 데 모두 동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