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연극에서 TV로 무대를 옮겨 스타가 된 연기자가 많았지만, 요즘은 ‘역류 현상’도 늘고 있다. TV에서 뜬 연예인 등을 뮤지컬 무대 등에서 초빙해 흥행 대박을 일으키는 경우 등이다. 이런 면에서 현재 어떤 가수나 TV스타를 대상으로 뮤지컬계의 ‘물밑 유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뮤지컬 무대에서 탐내는 연예인 이라면 가창력·연기력이 입증됐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굴지의 뮤지컬 제작사 7곳에 물어 봤다. 어떤 연예인을 끌어당길 준비를 하고 있냐고. 아니나 다를까. 현재 물밑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제작사도 여럿이었다. 지난해 초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모차르트!’는 당시 그룹 동방신기(지금은 그룹 JYJ 소속)의 멤버 시아준수(김준수)를 캐스팅하며 경이로운 성과를 이뤘다. 시아준수가 출연하는 공연의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올 초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개막한 뮤지컬 ‘천국의 눈물’도 시아준수 덕을 톡톡히 봤다. 시아준수 티켓이 300만 원에 암표로 거래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상업적인 면만을 따지고 볼 때 공연계는 스타를 반긴다. 홍보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출연 스타의 인기와 반비례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공연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공연장 로비는 스타의 팬들이 보낸 ‘조공’과 화환으로 멋지게 장식된다. 스타의 캐스팅은 크게 오디션과 추천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스타의 오디션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그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대부분이 프라이빗(private) 오디션을 치렀다는 말로 입을 맞춘다. 이래서 추천은 제작사 임원이 평소 눈여겨본 연예인이나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뮤지컬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예비 ‘공연 스타’ 5명을 소개한다. ‘드림하이’로 주가 상승 - 김수현·아이유 가장 자주 이름이 거론된 스타는 아역배우 출신 김수현과 가수 아이유다. 이들은 얼마 전 종영된 KBS2 월화 드라마 ‘드림하이’에 출연해 주가를 올렸다. 아역으로 활동할 때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수현은 이 드라마를 통해 노래 실력까지 검증받았다. 이와 반대로 노래 실력을 인정받은 아이유는 ‘드림하이’로 연기력에 대한 불신을 없앤 케이스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김수현 씨가 어리고 연기를 잘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음악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 반신반의 했는데, ‘드림하이’를 보고 의외로 노래도 잘 부르고 끼도 많더라”라며 “‘몬테크리스토’의 알버트와 ‘엘리자벳’의 루돌프 역할을 아주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공연 전체를 짊어지는 역할은 무리일 것 같다”는 단서와 함께.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김수현과 아이유는 노래를 잘하는 데다 퍼포먼스까지 되니 꼭 그들의 모습을 뮤지컬 무대에서 봤으면 좋겠다”며 “특히 아이유는 다른 걸 그룹과 다르게 솔로라서 더 집중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 높은 인기도 매력”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한 최성희 씨(바다)의 경우도 그룹 S.E.S 소속일 때와 솔로일 때의 집중도가 달랐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김수현 소속사 키이스트는 뮤지컬계가 김수현에게 관심을 보인 데 대해 기뻐하면서도 “‘드림하이’라는 음악과 춤이 있는 드라마 덕을 많이 봤다”며 겸손을 보였다. 소속사 측은 “김수현이 뮤지컬에 관심이 있으며 좋은 기회가 오면 도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은 영화와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대본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아이유 측근 또한 뮤지컬 데뷔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당분간은 음반 활동 외에 다른 분야로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뮤지컬계와의 접촉 여부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잘랐다. 뮤지컬 원작의 영화 덕을 본 배우 - 공유 공유는 공연계가 의외로 관심을 보이는 연예인이다. 공유는 지난해 임수정과 호흡을 맞춘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1인 2역을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영화 OST도 불러 관심을 모았다. 제작사 관계자는 “공유 씨는 ‘김종욱 찾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노래와 연기가 되는 배우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뮤지컬은 뭐니 뭐니 해도 배우의 노래 실력이 중요한 분야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제작사는 “공유 씨는 노래의 느낌을 잘 살리는 배우”라며 뮤지컬 배우로 입지를 다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공유의 소속사 NOA엔터테인먼트 측은 “뮤지컬계에서 공유 씨에게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반기면서도 “‘김종욱 찾기’에서 노래를 하긴 했지만 뮤지컬에 설 만한 역량이 나온 건 아니다. 앞으로 드라마·영화 위주로 활동할 계획이라 뮤지컬 진출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잘생기고 훤칠한 키가 좋다 - 택연·이민호 뮤지컬계가 캐스팅할 때 고려하는 점 가운데 하나는 배역과 배우 이미지의 어울림이다. 2PM의 택연과 배우 이민호는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 덕에 주목을 받는 스타다. 김우형, 김무열, 조정석, 엄기준, 오만석, 김진우, 김산호, 강동호 등을 배출하며 ‘스타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뮤지컬 작품을 제작해온 컴퍼니 관계자는 “우리 작품에는 비주얼이 좋은 배우들이 무대에 설 수 있다”며 택연과 이민호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특히 이민호에 대해서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종영한 뒤 구혜선 씨와 함께 F4 김준 씨가 출연하는 ‘젊음의 행진’을 보러 왔었다”며 “한 인터뷰에서 뮤지컬에 관심이 많고,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또 어떤 매거진에서 우리 작품을 콘셉트로 한 화보 촬영도 한 것으로 기억한다. 민호 씨는 비주얼도 좋고 키도 크고 작품 주인공의 이미지와 정말 비슷하다. 하지만 너무 바빠 뮤지컬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뮤지컬계의 관심에 대해 이민호는 “말로 할 수 없는 영광이다. 뮤지컬을 볼 때마다 ‘정말 멋지다’란 생각을 한다. 나의 어떤 면이 탐이 났는지 궁금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하지만 “뮤지컬에 출연하기 위해선 많은 부분에서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며 “우선 지금 준비하고 있는 드라마(시티헌터)에 최선을 다하고,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뮤지컬에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또한 택연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택연이 연기에 욕심이 있긴 하지만 올해는 일본 진출도 있고 상반기에 앨범도 나올 예정이라 당분간은 2PM 활동에만 전념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