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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건물에서 좋은 삶 나오나요? 아니죠”

건축가 승효상 “초라한 건축에서 올곧은 심성 나온다” 인문예술학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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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5호 박현준⁄ 2011.03.28 11:12:28

이상면 편집위원 art@cnbnews.com ‘예술과 인문학은 우리 생활에 어떻게 연관되나?’라는 주제로 시작한 대학의 시민강좌 시리즈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바로 고려대 응용문화연구소(소장 김성도 교수) 주최로 지난 3월 8일 시작돼 오는 6월28일까지 계속될 ‘예술인문학 강좌’다. 한국학술연구재단의 ‘인문학 대중화 사업’ 지원으로 열린 이 시민강좌는 원래 수강 인원 200명으로 시작됐지만 인터넷 신청자가 금세 400명을 넘어서 선착순으로 250명을 참여시키는 보기 드문 성황을 이뤘다. 강연자의 면면이 화려하기도 하지만 최근 불붙고 있는 예술-인문학에 대한 큰 관심을 반영한 현상이기도 하다. 이 시민강좌는 박물관, 현대 건축, 여성 미술, 사진, 영화, 디자인, 클래식 음악평론 등 여러 예술-인문학 주제를 망라하며,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장 최광식, 건축가 승효상, 시인 문태준, 영화감독 홍상수 등 쟁쟁한 강사가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시민 강자에 대해 김성도 소장은 “인문학과 예술은 오랫동안 서로 영감과 자극을 주고받으며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해 왔지만 최근 예술은 자꾸 해독 불가능한 듯이 보이고, 인문학은 난해한 영역으로 빠져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술과 인문학이 구체적 삶 속에서 드러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도록 이번 강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3월 8일의 제1강에서 김우창 교수는 프랑스 작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예로 들면서 “문학은 심성 속에서 과거를 재반성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 사물의 바른 이해에 있어서 관조적 거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여기서 인간 심성의 공간성은 보다 폭넓은 이해에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공자는 ‘논어’에서 ‘시경’의 시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 ‘그것이 사(邪)없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문학과 예술이 인간 심성에 주는 유익한 영향과 가치에 대해 언급했다. “현대 도시와 건축을 위한 사유의 원동력은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달동네에서 찾을 수 있다”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 3월 22일 화요일 제3강에서는 중견 건축가이자 저서 ‘빈자의 미학’으로 널리 알려진 승효상 씨(이로재 대표)가 ‘건축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그는 건축에 대한 참신하고도 독자적인 견해를 내놓아 깊이 생각할만한 점들을 많이 남겨 주었다.

그는 “건축을 공학 또는 예술학으로 이해하는 것은 오해이며, 건축은 다름 아닌 인문학”이라고 강조했다. “건축은 그 내부 공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삶과 직결되며 윤리적 차원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건축가는 건물의 외관이나 기술적 공법만을 고려해서는 안 되며 “문학적 상상력과 논리력, 역사적 이해, 사물에 대한 사유의 힘, 이웃에 대한 애정과 존중 속에서 일해야 한다”고 승 대표는 지적했다. 승 대표는 건축의 가치를 외면적 화려함에서 찾는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화려한 건축에서 삶이 허황되고 거짓스러울 수 있으며, 오히려 초라한 건축에서 올곧은 심성이 길러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축에서 특히 두 가지 요소를 강조했는데, 첫 번째는 ‘터무늬’였다. 이는 “터에 새겨진 무늬를 건축이 따라야 한다”는 명제로, 건축이 땅과 함께 하며 장소성을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 건축물은 현실의 땅 위에 서 있고, 인간이 사는 건축물은 그때그때의 시대와 문화를 따라 지어지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집은 달라야 하고, 서울과 부산의 집도 달라야 한다”는 게 그의 요지다. 승 대표가 강조하는 건축의 두 번째 요소는 존속성이었고, 이는 ‘생성의 원리’를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서양의 건축이 단일중심 공간을 형성해 온 것에 비한다면 동양에선 다중심적, 불확정적, 무목적적 공간을 형성해 왔다고 그는 언급했다. ‘지혜의 도시, 지혜의 건축’ 등의 저서를 통해 새로운 도시 건설 이론을 펼치고 있는 승 대표는 “현대 도시와 건축을 위한 사유의 원동력은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달동네에서 찾을 수 있다”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이제 처음 몇 강좌를 시작했지만, 고려대 응용문화연구소의 예술인문학 강좌들은 이렇게 한국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위상을 얻고 있는 문화예술의 가치를 시민들에게 쉽고도 적절하게 알려 줘 앞으로 더 큰 관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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