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구역이 붙어 있는 마포서와 서대문서는 사사건건 비교당하는 탓에 영역 싸움이 치열하다. ‘반칙의 달인’으로 악명을 떨치는 마포서 팀장 황재성은 일단 잡고 보는 검거 실력으로 실적 1위를 달리고, 그를 이기기 위해 서대문서로 입성한 신임 팀장 정의찬은 경찰대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이 무색하게, 오자마자 잡은 날치기 범을 재성에게 날치기 당해 실적을 깎아먹는다. 하지만 실적 1등도 꼴찌도 피해갈 수 없는 타이틀이 있으니, 바로 ‘올해의 체포왕’이다. 경찰대 출신이 아닌 재성은 승진을 위해, 속도위반으로 예비아빠가 된 의찬은 포상금 때문에 반드시 체포왕이 되어야 한다. 올해의 체포왕은 누가 될까? 5월 4일 개봉되는 영화 ‘체포왕’은 형사와 범인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다루는 기존 형사 영화와 다르다. 이 영화는 형사와 형사의 대결을 그린다. 검거 실적 때문에 울고 웃는 형사들의 애환을 현실적이면서도 코믹하게 담아 흥미를 자극한다. “기존의 영화에서 범인 대 형사의 구조는 너무 많이 봐왔다. 그래서 새로운 영화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접경지역에 있으면 몇 센티 차이로 구역이 나뉠 수 있으니 범인을 빼돌리려고 노력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출을 맡은 임찬익 감독의 생각은 현실적인 형사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영화 준비 과정에서 이 영화에 대한 형사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형사 영화 대부분이 형사들의 정의감 또는 부패를 다룬다. 하지만 임 감독은 형사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생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부패한 형사는 연기 베테랑 박중훈이 연기했다. 정의감에 불타는 형사부터 부패한 형사, 깡패 형사 등 다양한 형사를 연기해온 그가 보여주는 현실적인 형사는 어떤 모습일까? 그런가 하면 로맨티시스트로 정평이 난 이선균의 형사 연기는 박중훈을 만나 어떤 조화를 낳을지 관심이 모인다. 4월 5일 오전 11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체포왕’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커피프린스’ ‘파스타’에서 굉장히 젠틀하고 멋있는 역할을 하다가 ‘쩨쩨한 로맨스’부터 캐릭터가 많이 바뀌었다. 어째서인가? 이선균(이하 이) “장가를 가고 애 아버지가 되니까 더 이상 멜로가 쉽게 들어오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위기감과 함께 앞으로 연기를 좀 더 오래 하려면 해보지 않은 캐릭터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연기를 해보니 로맨틱한 역할보다 ‘허당’ 캐릭터가 굉장히 편하고, 즐겁더라.” -두 역할 모두 잘 어울린다. 실제론 완벽남에 가깝나, 아님 허당에 더 가깝나? 이 “완벽을 추구하는 허당이다.” -박중훈은 인터셉트의 왕으로 나온다. 영화 속의 인터셉트를 살짝만 얘기해 줄 수 있나? 박중훈(이하 박) “라이벌 서인 서대문경찰서에서 오랜 시간 노력해서 찍은 범인을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낚아챈다. 그리고는 내가 마치 오랜 시간 공들인 사건인 것처럼 공을 차지하는 야비하고 얄미운 인물이다.” -혹시 살아오면서 계획적으로 뭔가를 가로챈 적이 있는가? 박 “조심스럽다. 말려들어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데이트는 성사됐는데 알고 보니 남자친구가 있더라. 그래서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내 쪽으로 오도록 선택권을 줬다. 이게 내 인생의 가장 큰 인터셉트였다.” -예전에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한 영화 ‘투캅스’에 출연했는데, 그때와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 박 “그때는 이선균 씨처럼 에너지 많고 아주 패기 넘치는 형사 역할을 내가 했고, 좀 능구렁이 같은 역할을 안성기 선배님이 했다. ‘투캅스’ 1편이 17년 전인데 이제는 바뀌었다. 내가 능구렁이 형사를 하니 말이다. ‘체포왕’ 고사를 드리는 날 안성기 선배가 오셨는데, 그때 안 선배가 이선균 씨를 보면서 ‘아 네가 저랬는데 이렇게 됐구나’ 그러시더라.” -경찰 역할을 많이 한 것 같다. 지겹지 않나? 박 “이 영화로 형사 역할이 여섯 번째다. 그런데 형사라고 해도 상황과 성격이 모두 다르다. 예를 들면 ‘투캅스’ 1편에서는 강직한 형사, 2편에선 부패 형사, ‘아메리칸 드래곤’에서는 인터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는 깡패 형사, ‘강적’에서는 삶에 지친 형사, ‘체포왕’에서는 검거실적에 혈안이 된 아주 현실적인 형사다. 그런데 미국 영화계에서 연기 못하는 배우에게 하는 농담 중 하나가 ‘저 배우는 형사 역할을 줘도 못 할 거야’라는 말이 있다. 사실 형사 역할이 연기를 못하기가 참 힘들다. 왜냐면 역할 자체가 이미 연기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액션이 있고 정의감이 있고 또 조직이 있고 분노가 있다. 반면 그만큼 관객이 형사 역할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대 이상으로 잘하기 어렵다. 그래서 배우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평균적인 보장을 받는 역할인 동시에 관습적인 연기를 해선 안 된다는 부담이 크다.” -트위터에 이선균 씨에 대한 칭찬 글을 박중훈 씨가 올려 화제가 됐는데? 박 “이선균 씨는 에너지가 정말 많고, 굉장히 성실하다. 생각을 많이 하는 배우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라서 트위터에 썼다.” -박중훈의 글을 보고 어땠나? 이 “개인적으로 트위터를 안 하기 때문에 나중에 알았다. 형님한테 너무 감사한데 감사 문자도 못 드렸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는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거나 성실한 배우는 아닌데, 앞으로 더 발전하라는 충고로 알겠다.” -박중훈 씨는 어떤 선배인가? 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상태에서 내 영화를 보고는 연락처를 수소문해 ‘영화 잘 봤고, 연기가 참 좋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때 너무 감사했는데 한 달 뒤에 바로 이 작품을 함께 하게 됐다. 큰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하는 선배를 보면서 베테랑 연기자가 무엇인지 많이 느꼈다. 야구로 치면 강속구를 많이 던져 힘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템포나 리듬을 부드럽게 잘 활용하는 내공을 많이 봤다.” -형사 역할을 여섯 번이나 했으니, 조만간 범인도 잡을 것 같은데? 박 “형사 역할을 하느라 형사 관련 취재를 많이 했다. 형사 취재를 한 지 17년 됐기 때문에 실제로 새내기 형사들과 술 한 잔 하면서 옛날이야기를 해 주면 ‘진짜 그랬어요?’라면서 신참 형사들이 되묻곤 한다.” -관객에게 한 마디 인사말을 부탁드린다. 박 “영화를 보여드리기 전에 이런 자리를 갖는 게 약간 쑥스럽고 부자연스럽긴 하다. 영화가 좋지 않은 걸 배우 본인이 알 때가 있다. 그럴 땐 사실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얘기를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영화는 아직 완성본은 못 봤지만 편집본을 보면 입이 좀 방정맞지만 상당히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영화보다 개봉이 기다려진다.” 이 “작년에 이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선택하게 된 이유는 2010년 겨울을 열심히 보람되게 달리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올 겨울 추웠지만 기분 좋게 열심히 뛰었고, 나의 기분 좋은 땀 냄새가 5월 달에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라고 믿는다. 기대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