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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무식남’으로 변신한 꽃미남

뮤지컬 ‘환상의 커플’에서 남자주인공 장철수 역 맡은 김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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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8호 이우인⁄ 2011.04.18 13:04:49

2006년 안방극장을 웃음으로 채운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이 뮤지컬 무대에서 펼쳐진다. TV 드라마와 같은 제목으로 뮤지컬 ‘환상의 커플’이 5월 10일부터 7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되는 것. ‘환상의 커플’은 기억을 상실한 ‘재벌녀’ 안나조(기억상실 뒤 이름은 나상실)가 단순무식남 장철수와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쾌걸 춘향’ ‘마이 걸’ ‘미남이시네요’ 등으로 많은 시청자 팬을 보유한 드라마 작가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자매)’의 히트작이다. 드라마에서 오지호는 장철수로 ‘호감 배우’ 이미지를 얻었다. 오지호가 갖고 있던 미남 배우의 한계를 깨뜨리는 데 장철수 배역이 큰 역할을 했다. 야생마처럼 단단하고 거칠지만 형이 세상에 남기고 떠난 조카를 목숨처럼 사랑하고, 한 여자를 멍청할 만큼 사랑하는 장철수의 순애보에 많은 여성 시청자가 열광했다. 돈 버는 일에 혈안이 되는 모습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뮤지컬 ‘환상의 커플’에서는 아역 출신 뮤지컬 배우 김수용과 그룹 무궁화의 보컬 출신 김보강이 장철수로 분한다. 특히 김보강은 ‘환상의 커플’ 이주영 연출이 오지호가 연기한 장철수를 보고 단 번에 캐스팅을 결심한 배우라고 한다. 김보강은 2007년 ‘마리아 마리아’ 때부터 친분이 있던 이 연출의 부름을 받고 출연을 결정했다. 지난해 6월 말 막을 내린 ‘올슉업’ 이후 약 1년 만에 서는 무대다. “‘올슉업’이 끝난 뒤 전 소속사와 갈등도 있고, 새롭게 하는 일도 있어서 작품을 쉬고 있었거든요. 10개월 정도 쉬고 다시 활동하기 위해 이것저것 오디션을 보고 있던 중 ‘환상의 커플’의 출연 제의를 받았습니다. 이 작품을 만나려고 내가 일 년 동안 힘들었구나 싶었죠. 또 2009년 뮤지컬 토크에서 알게 된 김수용 형과 더블 캐스팅이고, 저의 첫 드라마를 방영했던 MBC가 제작한다는 사실에 뒤도 안 돌아보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가 장철수 ‘환상의 커플’ 개막을 한 달 여 앞두고 대학로의 카페에서 만난 김보강은 훤칠한 키에 전체적으로는 남성스럽지만 하나하나 따로 떨어뜨려서 보면 미소년 같이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가진 배우다. 하지만 바리톤을 연상케 하는 중저음의 목소리와 큼직큼직한 제스처, 우렁찬 웃음소리는 ‘천상남자’였다. 김보강은 남성미 넘치는 장철수 그 자체였다. 특히 그의 가무잡잡한 피부와 떡 벌어진 어깨는 드라마에서 ‘몸짱’으로 많은 아줌마의 지지를 얻고 있는 ‘오지호식’ 장철수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안 그래도 몸짱 장철수를 표현해야 해서 힘들어 죽겠어요. 1년을 쉬면서 거의 6~7kg 쪘거든요. ‘올슉업’ 할 때는 72kg까지 뺐는데 그 몸무게를 공연 기간 3개월 동안 유지하느라 몸도 힘들었는지, 공연이 끝나고 나서 막 먹기 시작했어요. 술도 많이 마시고, 고기도 혼자 5인분을 먹었죠.” 김보강은 이렇게 엄살을 떨다가도 역할에 자기합리화를 부여한다. 그는 “그런데 장철수가 몸이 너무 다부지고 좋으면 인간미가 떨어지지 않을까요? 장철수는 ‘노가다’ 근육에 가깝잖아요? 그래서 저는 장철수답게 몸을 만들고 있어요. 물건도 옮기고 여자배우들도 들었다 놓기도 하고요(웃음).” 장철수 하면 외모 말고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많다. 생활력이 강하고 고집이 세고 돈을 밝힌다는 것. 그 모습이 드라마에서는 매우 코믹하게 표현되므로 장철수를 ‘단순무식남’으로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장철수의 이런 모습은 김보강에게도 있다. 스스로 생활력이 있느냐고 묻자 “나는 사막에 피어난 선인장 같은 생활력의 소유자”라며 “어디다 버려놔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김보강은 고집도 세다. 그의 고집은 강한 승부욕에서 나타난다. 스타크래프트(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를 즐겨한다는 김보강은 “이길 때까지 해야 직성이 풀린다”며 “프로게이머나 온라인에서 만난 유저를 빼고 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에겐 한 번도 져 본 적 없다”고 자랑했다.

이런 강한 승부욕은 김보강의 연기 스타일에서도 드러난다. 한 가지 캐릭터를 잡으면 그 어떤 의견도 듣지 않는 것. 그는 “처음엔 제가 구축한 캐릭터가 어색하게 다가올지 몰라도 나중에는 익숙해진대요”라며 자신의 고집이 옳았음을 강조했다. 또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못하는 타입인 그는 자신에게 겹치기 출연은 쥐약 같다고 말했다. 김보강은 조카와 가족에게 끔찍한 면 또한 장철수와 닮았다. 올해 29세인 그는 현재 누나 부부, 조카 둘과 함께 살고 있다. 서른을 앞둔 그에게 가족과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저도 1, 2만 원에 벌벌 떨어요. 서른은 남자에게 다른 의미거든요. 예전에는 저 혼자만 생각해서 돈을 벌었는데 지금은 엄마와 가족을 챙겨주게 되더라고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나이를 먹었단 생각이 들어요. 철은 덜 든 것 같지만요. 작년부터 경제적으로 정말 힘들었는데, 적당한 시기에 장철수를 만난 겁니다(웃음).” -드라마 ‘환상의 커플’은 보셨어요? “방영할 때 한두 편은 본 적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본 건 뮤지컬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입니다. 하지만 연습 초반 캐릭터를 잡기 전에는 드라마를 집중적으로 보진 않았어요. 오지호 씨를 따라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저만의 캐릭터를 잡고 보니 제 것이 생겨서 (오지호 연기의) 영향을 안 받게 돼요.” -오늘은 ‘블랙데이(4월 14일, 솔로가 자장면 먹는 날)’입니다. 그런데 ‘환상의 커플’ 하면 나상실의 자장면이 생각나는데요, 무대 위에서 자장면도 먹나요? “배우들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한 번은 연습하면서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어요. 인근 자장면 가게를 뚫어서 매 공연 자장면 한 그릇을 협찬 받고 우리는 그 가게를 홍보해주는 건 어떨까 하고요.” -김수용의 장철수와 김보강의 장철수는 어떻게 다른가요? “일단 형과 저는 이미지가 많이 달라요. 연습실에서 저는 서 있기만 해도 장철수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시커멓고 남자답게 생긴 게 한 몫 했죠. 수용 형은 정말 베테랑이기 때문에 또 다른 장철수를 보여줄 겁니다. 형의 공연은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거든요.” -각각에 수식어를 단다면요? “형은 정말로 겸손하기 때문에 ‘겸손 장철수’입니다. 저는 ‘극단 장철수’라고 불리고요. 정말 극단적이거든요. 누구한테든 감정표현에 솔직하죠. 연출님은 저더러 늘 ‘넌 너무 극단적’이라고 말씀하세요. 물론 이런 성격이 마이너스로 작용한 적도 많지만요.” -도도한 나상실과 청순가련형 오유경, 둘 중 실제로는 어떤 여자 스타일에 끌리나요? “그 중간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둘 중 극단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면 나상실을 택할 것 같아요. 상대가 너무 청순하면 제가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어서 어렵더라고요.” -나상실과 장철수는 절대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남녀인데 묘하게 어울립니다. 실제로 어울리지 않는 여성과 교제한 적이 있나요? “있죠. 그때는 철저하게 그 사람의 성격만 보고 만났어요. 정말 최고였죠. 하지만 주위에서 저더러 ‘네가 아깝다’면서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더군요. 저는 상관없지만 여자 친구가 조심하더라고요. 밖에서 제가 손을 잡으면 여자 친구는 슬쩍 빼면서 멀찌감치 걷기도 했죠. 밝았던 성격이 저를 만나면서 점점 사라지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어요.” -여성을 볼 때 가장 처음 보는 부분은 뭐죠? “눈동자와 말투를 많이 봅니다. 특히 말투는 음성이나 호흡을 들으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거든요.” -나상실 역의 이가은, 신주연 두 사람의 매력은 어떻게 다르죠? “가은 누나는 자체가 강해요. 가은 누나를 처음 봤을 때 안나조 그 자체였어요. 그리고 주연 누나는 나상실에 가까워요. 정말로 4차원이거든요.” -2006년 그룹 무궁화의 보컬로 활동하던 중 ‘마리아 마리아’의 예수 역을 맡으며 뮤지컬에 데뷔했는데, 가수가 아닌 뮤지컬을 시작한 이유는 뭔가요? “저는 엄밀히 말해서 가수가 아니에요. ‘나는 가수다’에 나갈 만큼 노래를 잘하지 못해요. 뮤지컬에 뛰어든 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잘할 수 있는 노래를 무대 위에서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뮤지컬 무대는 나를 버리고 서야 하는 신성한 곳이죠. 뮤지컬 무대에 제가 어울리기 때문에 ‘뮤지컬 배우’ 타이틀을 갖게 됐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진짜 잘하는 배우란 소문이 난 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저를 ‘무대인’ ‘예술인’이라는 타이틀로 감히 말하고 싶어요. 진정한 예술인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장르를 넘나들 겁니다. 앨범도 낼 수 있고, 정극도 도전해 보고 싶고, 영화도 꼭 찍고 싶어요.” -대표적인 꽃미남 배우 강동원과 주지훈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요, 스스로 누구를 더 닮았다고 생각하나요? “그 두 분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사진으로만 저를 본 사람들은 ‘네가 무슨 강동원, 주지훈이냐’고 욕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화면발이 나빠요. 실물이 훨씬 낫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웃음). 하지만 그들보다 제가 노래는 더 잘할 겁니다.” -닮고 싶은 배우는 있어요? “어렸을 때 ‘패왕별희’를 보고 장국영을 좋아했어요. 노래도 잘하고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고 뭔지 모를 슬픔이 있는 눈빛까지, 장국영이 가진 배우 자질을 닮고 싶어요. 그리고 브래드 피트도 닮고 싶습니다. 브래드 피트는 ‘미남 배우’ 타이틀도 부숴버릴 정도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거든요.” -‘환상의 커플’을 통해 오지호는 ‘호감 배우’로 우뚝 섰습니다. 보강 씨가 이 뮤지컬을 통해 얻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재미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마리아 마리아’의 예수 역할을 오래해서인지 무거운 이미지가 많아졌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재미있는 배우로 호감을 사고 싶어요.” -드라마 출연 계획은 있나요? “아직 확정된 스케줄은 없는데 출연 제의는 들어오고 있어요. 주로 강한 역할이지만요(웃음). 감독님들은 제게 ‘눈빛이 강렬한 배우’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해주시죠.” -악역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저는 정말 인간쓰레기 같은 악역을 하고 싶어요. 선이 분명한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설경구 씨가 ‘공공의 적’에서 보여준 캐릭터도 좋고요. 한 가지 캐릭터를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예수에서 장철수로 정말 대단한 변화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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