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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최 개인전 ‘후기식민주의의 두 번째 장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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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8호 온라인뉴스팀⁄ 2011.04.26 10:58:15

글로벌 사회에서 국가와 국가 간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있다. 한국 사회 또한 다문화 사회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여행 뿐 아니라 이민 또한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선택의 범위 안에 들어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리 깊게 내려앉아 있는 편견이라는 늪은 존재한다. 이런 편견 속에 20여 년간 천착해온 ‘미국사회 속 동양계 이방인의 정체성 찾기’라는 작업 주제를 지닌 코디 최의 개인전 ‘후기식민주의의 두 번째 장 전’이 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에서 4월 14일~5월 14일 열린다. 대학을 다니다가 1983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작가는 그 곳에서 문화와 인식의 차이로 낯설음을 느꼈다. 이 낯설음은 그가 미국에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겉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랜 미국 생활 뒤 2004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는 온전히 한국인일 수도 없었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치관과 생활습관에 많은 변화를 겪은 그는 고국에서도 이방인이 돼버린 것이다. 이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작가는 이방인의 시각을 통해 본 오늘의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주제로 다룬다. 그는 자신이 부딪치고 갈등했던 문제들을 ‘선물’, ‘무화된 의식’, ‘극동의 왜곡’ 등 세 가지 시리즈로 보여준다. 금발의 백인 여성이 그려진 미인도가 나이키 로고가 그려진 아동용 실내화를 좌대 삼고 있는 ‘선물’(2006~2009) 시리즈에서 작가는 미국에서 경험한 괴리감을 표현함과 동시에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제가 한국에 있을 당시에는 키가 작고 통통한 여자가 미인의 기준이었는데, 다시 한국에 돌아오니 미인의 기준이 서구화돼 있더군요. 이는 주체적으로 형성됐기보다는 서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기준이 변한 것으로, 결국 모방문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화된 의식’(2010~2011) 시리즈는 수많은 잡지에서 무작위로 잘라낸 이미지들을 일그러진 하트모양으로 콜라주한 작품이다. ‘무화된 의식’은 작가가 지은 말로 주체적인 의식이 아주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 “요즘 사람들은 점심 먹고 카페에서 잡지를 보는 것이 일상화돼있지요. 그런 사람들이 잡지가 제시해주는 방향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잡지에 나온 모델들이 입은 옷을 그대로 따라 입고, 잡지에 소개된 맛집을 찾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자아는 사라지고 점점 타인의 평가에 집착하게 된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극동의 왜곡’(2010~2011) 시리즈에서 작가는 ‘장자’의 내편에 나오는 내용을 영어로 번역하고 이를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한국어로 표기하면서 동서양의 문화가 중첩되는 자리를 만든다. 주로 서양사상을 공부해왔던 작가에게 ‘장자’의 내편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고 이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었다고. “중국의 철학 내용을 발음은 영어, 글씨는 한국어로 표현했어요. ‘다운 싸이드 이즈 헤비’ 작품의 경우 난잡한 세상 속에서도 자유와 독립을 얻은 노자와 장자 같은 위인들은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심연의 저편에 무겁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작업하게 됐습니다.” 이밖에 뇌와 마음의 분별을 찾고자 하는 기초 작업인 ‘착란 유발자’ 시리즈도 전시된다. 과학적으로 봤을 때 우뇌는 색깔을 인식하고, 좌뇌는 글자(기호)를 인식한다고 한다. 이런 조건 속에서 작가는 빨간색을 뜻하는 ‘레드(RED)’라는 글자를 초록색으로 쓰고, 검은색을 뜻하는 ‘블랙(BLACK)’이라는 글자를 빨강색으로 쓰면서 뇌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편견이 아닌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하기를 바라는 의도이다. 향후 작가는 빠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사회의 문화적 배경에 대해서도 공부한 뒤 이를 작업에 담아볼 생각이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참 상반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태어나 동양 철학 사상을 몸에 담고 있으면서도 영어를 배우는 등 서구식 교육을 강요받고 있죠. 그런 경향이 디지털 사회에서 더 강화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이처럼 상반된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연구해볼 생각입니다.” 한편 개념주의 미술을 추구해온 코디 최는 LA의 아트센터 칼리지에서 디자인과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이후 줄곧 뉴욕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뉴욕 제프리 다이치 갤러리 개인전, 프랑스 마르세유 현대미술관 그룹전, 미디어 시티 서울 2002, 2006 상하이 비엔날레, 2010 광주 디지페스타 등에 참여했다. 또한 2002년까지 뉴욕 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귀국한 뒤 현대미술가 뿐 아니라 문화이론가로도 활발히 활동하면서 ‘20세기 문화 지형도’, ‘동시대 문화 지형도’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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