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미술관은 18~19세기 일본미술을 통해 일본이 서양문물을 유입하던 개화기의 과정을 조망하는 '근대 일본이 본 서양'전을 4월 20일부터 5월 29일까지 개최한다. 일본 고베시립박물관의 협조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일본미술을 소개함으로써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폭을 넓히고자 기획됐다. 미술작품의 기능 중 한 가지는 역사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술사적 역사를 넘어서, 당시의 시대상을 미술작품은 거울처럼 비춰낸다. 그림으로 남겨진 역사의 장면은 어쩌면 텍스트로 남겨진 것보다 더 직접적이고 세세하게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다. 이번 전시는 18~19세기 일본 그림을 통해 당시 일본의 서양문화 수용과정과 변천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조명한다. 또한 그림 뿐 아니라 서양문화에 영향을 받은 서적 등도 함께 전시하며 일본 사회에 일어난 변화를 되짚는다. 총 5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시대별로 나눠진 작품들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천 과정을 서사적으로 보여주며 각 시대적 배경과 함께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전한다. 18세기 에도시대(1680-1868)의 일본은 네덜란드-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많은 외국 문물들을 도입했지만, 쇄국정책 탓에 이 밖의 다른 국가와는 무역을 금했다. 네덜란드-중국인마저도 활동 영역이 ‘나가사키’ 안으로 한정됐다. 때문에 나가사키는 서적-서화-기기 등 외국의 학술 문화와 진귀한 물건들이 거래되는 에도시대의 유일한 ‘국제 도시’로 자리매김한다. 전시의 1부에는 당시 나가사키의 풍경을 기록한 회화 작품과 당시 유입된 서양 문물 등을 통해 당시의 생생한 시대상이 전시된다. 중국-네덜란드와의 무역은 일본의 화풍에 큰 변화를 유도했다. 카노파(가노파)라 일컫는 정통 일본화는 수묵 중심의 화풍이었으나, 중국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풍부한 채색을 담은 ‘남빈화풍’의 영향으로 전환점을 맞이한다. 또한 네덜란드의 서적 속 삽화를 응용해 ‘양풍화’를 그리고, ‘빛의 묘사’ ‘원근감의 표현’이라는 서양화적 요소가 도입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일본은 화풍의 많은 변화를 도모한다. 전시의 2-3부에는 당시 중국-네덜란드로부터 영향 받은 일본화의 변천 과정을 세세하게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 동안 이러한 일본 사회의 변화는 학계에서 많이 연구되고 소개되어 왔지만, 관련 미술 전시는 없었다. 서울대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대해 "미술 작품을 통해 일본의 문화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고, 동시에 근대화를 지향하던 이 시기에 아시아-서양이 교감했던 문화의 일면을 이해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