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남편과 여고생 딸을 둔 나미의 삶은 뭔가 2% 부족하다. 그러다 우연히 병원에서 2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춘화와 마주친 나미는 춘화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고교시절 친구 모임 ‘써니’의 멤버들을 찾아 나선다. 영화 ‘써니(5월 4일 개봉)’는 ‘써니’의 칠공주(임나미, 하춘화, 김장미, 황진희, 서금옥, 류복희, 정수지)가 25년 만에 다시 모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찾는 이야기를 그린다. 2008년 830만 관객을 모은 흥행작 ‘과속 스캔들’ 강형철 감독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은 영화다. 강 감독은 “우연히 보게 된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 한 장이 시나리오의 출발점이 됐다”며 “꼭 여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눈부신 학창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의 25년 후 변화된 모습을 통해 삶의 아이러니, 사람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어리바리 모범생 임나미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의리짱인 하춘화는 성공한 사업가로, 유독 외모에 관심이 많은 김장미는 만년 꼴찌 보험설계사로, 욕쟁이 황진희는 부잣집 사모님으로, 치과의사 딸인 문학소녀 서금옥은 가난한 집에서 구박 받는 며느리로, 명동에서 잘 나가는 미용실 딸 류복희는 술집 작부로, 하이틴잡지 표지모델로 뽑힐 정도로 아름다운 정수지는 소식을 알 길이 없다(영화 마지막에 잠깐 등장). 여자 7명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면서 보여 주려니 이 영화에는 아역 배우와 성인 배우를 포함해 최소한 14명의 여자 배우가 출연한다. 나미 역에는 심은경과 유호정이(이하 모두 앞은 아역, 뒤는 성인 역), 춘화는 강소라와 진희경이, 장미는 김민영과 고수희가, 진희는 박진주와 홍진희가, 금옥은 남보라와 이연경이, 복희는 김보미와 김선경이, 수지는 민효린과 윤정이 각각 연기했다. ‘써니’ 멤버들의 인생은 예측을 불허하며, 극 중 대사처럼 ‘누구에게나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들의 만남을 관객들을 아련한 추억에 빠져들게 만든다. 1980년대 배경과 패션, ‘Sunny’ ‘Reality’ ‘Touch by Touch’ ‘빙글빙글’ ‘꿈에’ ‘세월이 가면’ 등 당시 노래들은 추억을 되살리는 증폭제 역할을 한다. 4월 18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써니’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는 강형철 감독과 배우(유호정, 홍진희, 진희경, 민효린, 강소라, 김민영, 김보미, 박진주, 남보라)들이 참석했다. -출연 배우 숫자가 많아 캐스팅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캐스팅에 가장 애먹은 배우는? 감독 “성인 써니 배우들은 쉽게 캐스팅이 되지 않았다. 특히 홍진희 씨가 어려웠다. 연기를 오래 안 했고, 연기의 뜻을 접었다며 거절해 내가 ‘땡강’까지 부리면서 섭외했다. 그래서 훌륭한 진희가 탄생했다.” -스크린 첫 데뷔작인데, 드라마와 어떻게 다른가? 민효린 “드라마 촬영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단지 내 성격이 수지와 너무 달라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감독님이 현장에서 많이 지도해줘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써니’의 배경이 되는 연령대와 맞는 것 같다. 고등학생 땐 어땠나? 홍진희 “당시 나는 20대 초반이었다. 고등학생 때 써니들과 비슷하게 놀았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많이 웃었다. 하지만 날라리는 아니었다.” 진희경 “굉장히 공감이 갔다. 학교 다닐 때는 평범했는데, 춘화처럼 키가 크고 덩치가 있다 보니 친구들을 잘 챙기고 친구들도 나를 잘 따르는 편이었다. 영화에 나온 음악도 내가 학교 다닐 때 즐겨 듣던 음악들이다.” 유호정 “조금 소극적인 편이어서 친구들과 어울려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공부할 때는 꼭 한 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영화 속에 나오는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1980년대 패션에 공감이 많이 된다. 청재킷에 디스코 바지를 보면서 옛날 생각을 많이 했다.” -전작 ‘과속스캔들’의 흥행 스코어(830만)가 부담되지 않나? 감독 “부담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전작이 잘 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덜 돼도 된다고 편안하게 생각했다. 캐스팅이나 음악 등 작업에 전작의 성공이 크게 도움이 됐다. 개인적으로 300만 관객은 넘었으면 한다.”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나? 민효린 “담배 피우는 연습을 하라고 감독님이 전자담배를 빌려줬다. 영화에서는 금연초를 피웠다. 담배를 피우면서 키스하는 장면이 있어서 담배에 금연초를 넣고 본드풀로 붙였는데 자꾸 본드에 불이 붙어 아찔했다.” 강소라 “난 학창시절에 소심했기 때문에 카리스마 있는 역할이 안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춘화는 의리짱이라 여유를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 말을 빨리하는 버릇을 고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춘화처럼 불량스럽게 걷는 연습도 많이 했다.” 김보미 “복희는 미스코리아가 꿈인 소녀라서 미스코리아 포즈를 연구했다. 그런데 막상 포즈가 많지는 않더라. 예쁜 척을 하려고 노력했다.” 남보라 “한 달 가까이 액션 연습을 했다. 뺨 때리는 것도 연습을 많이 했다.” 박진주 “진희는 욕쟁이인데, 나는 평소에 욕을 하지 않는다. 고등학생 때는 반장을 주로 했다. 그래서 욕에 관해서는 써니 친구들에게 부탁을 많이 했다. 특히 민영과 숙소를 함께 썼는데 민영에게 욕을 많이 배웠다.” 김민영 “내 목소리가 욕하는 맛을 잘 내나 보더라. 목소리를 누르면서 대사를 말하는 법을 박진주에게 많이 가르쳤다.” -아역과 성인의 ‘싱크로 율’이 가장 좋은 배우는? 감독 “심은경 양과 유호정 씨가 은근히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은경이 예쁘게 크면 유호정처럼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스크린은 오랜만인데 출연을 결심한 이유, 그리고 영화를 본 소감을 듣고 싶다. 유호정 “‘과속스캔들’로 흥행을 일군 감독님이 어떤 분일지 궁금한 마음에 감독님과 만났다. 가면 갈수록 믿음이 가고, 기본 이상은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영화는 ‘취화선’ 이후 두 번째다. 자세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9년 만에 좋은 작품을 만났고, 내 옷을 입은 것 같다.” 홍진희 “영화도 처음이고 10년 만에 연기를 했다. 나 또한 ‘과속스캔들’로 유명한 감독님을 만나고 싶었다. 섭외를 받았을 때는 오랫동안 일을 안 해서 정말 자신이 없었다. 거절도 많이 했다. 그런데 감독님의 한 마디에 마음이 움직였다. ‘영화 필름은 영원히 남는 거니까, 후회하지 않도록 잘 만들어보겠다’는 말이었다. 이 말을 듣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선택을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진희경 “나는 내가 프러포즈를 해서 감독님이 받아준 케이스다. 내가 시나리오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 받아서 읽은 뒤 하고 싶다고 했다. 원래는 ‘욕 본능’을 분출하고 싶어서 황진희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진희 언니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 황진희는 딱 진희 언니 역할이더라. 춘화는 내게 잘 맞는 옷이다.” -마지막에 성인 수지로 잠깐 등장하는 윤정 씨를 캐스팅한 이유는? 감독 “성인 수지 역할은 영화의 엔딩이다. 안 좋은 일은 있었지만 잘 살았다는 이야기를 미소 한 방으로 표현해야 했다. 그래서 많이 봐온 배우가 아니길 바랐다. 그러다가 윤정 씨의 옛날 사진을 봤다. 진희경 씨와 친분이 있다고 해서 졸라서 캐스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