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화사하게 피면서 봄이 완연했음을 알려준다. 모든 생명이 새롭게 태어나는 봄은 생동감과 생명력이 넘치는 계절이다. 하지만 이런 봄에도 병마와 힘들게 싸우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어린 나이에 암이라는 병을 맞닥뜨린 아이들이다. 소아암 환자들을 돕고자 CNB뉴스와 서울대어린이병원은 5월 3일부터 14일까지 ‘소아암 환자 돕기 전’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353-109 소재 CNB갤러리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서울대어린이병원이 주최하고, CNB뉴스가 주관하며, CNB갤러리가 기획한다. 김남표, 두민, 박대조, 주성준 등 작가 28명이 참여해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48여점을 선보인다. 수익금은 어린이 심장병 환자의 치료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CNB뉴스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과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첫 자선미술전을 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소아암 환자에게 희망과 꿈을 되찾아주고자 열리는 두 번째 자선 전시회에 참여하는 소감을 노정일 서울대어린이병원장에게 들어봤다. 노 원장은 “이번 전시가 소아암 환자에게 희망과 꿈을 찾아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밝게 웃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선 매년 200여명의 환자가 소아혈액종양질환으로 새로이 진단받아 치료받는다. 이 중에 치료비가 부족해 도움이 필요한 소아암 환자는 20% 정도라고 그는 전했다. “성인 암과는 달리 치료 경과가 좋은 편인 소아암 환자는 비교적 치료비에 대한 부담 없이 건강보험으로 잘 진료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병의 경과가 나쁜 고위험군, 즉 진단 당시 암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거나 고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고, 고난이도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경우 진료비가 많이 필요합니다. 이번 미술 자선전의 수익금이 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암이라고 하면 불치병을 생각하지만 현대 의학에서, 특히 소아 암은 더 이상 정복 못할 병이 아니다. 어린이들에 가장 많은 암으로 알려진 급성림프모구 백혈병의 경우에도 장기생존율이 80%에 육박한다. 소아암은 성인암보다 항암화학요법에 반응이 좋고, 국내 자료에 따르면 5년 생존율이 73%에 이를 정도로 치료 성공률이 높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치료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재발 환자에겐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2차 이식 수술 비용이 크게 부담 된다. “과거 의학은 어린이 ‘병’의 치료에만 집중했지만, 현재는 병을 치료하면서 어린이들의 마음에 대한 치료에도 신경을 쓰는 추세” 또한 항암 치료에서도 효과적인 신약을 투여 받고 싶어 하지만 비용 부담 탓에 이를 선택하지 못하는 소아암 환자도 적지 않다. 노 원장은 “CNB뉴스의 자선 미술전을 통해 마련될 후원금은 이처럼 경제적 부담 때문에 꼭 필요한 치료를 포기하는 어린이 환자들에게 소중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노 원장은 말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소아청소년 전문 3차 의료 기관임과 동시에 국가 중앙병원으로 의료의 공공성을 추구한다. 세밀하고 전문적인 진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 소아 환자, 그리고 국립병원인 까닭에 저소득층 환자들이 많이 찾는 병원이다. “1985년 문을 연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최초의 어린이병원으로서 위상과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환자에 대한 치료뿐 아니라 이들이 건강해져 사회로 돌아가서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까지 수행하고자 노력합니다”라고 노 원장은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 열릴 자선 미술전 수익금은 서울대어린이병원 산하 후원회에 전달돼 소아암 환자 치료비에 쓰일 예정이다. 2001년 설립된 어린이병원 후원회는 이사회의 최용 회장을 중심으로 모든 안건을 의결한다. 또한 효율적 운영을 위해 어린이병원장이 운영위원장을 맡는 운영위원회에서 후원회의 모든 업무를 논의한다. 서울대어린이병원 후원회는 저소득층 환자들에 대한 진료비 지원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계기도 여기서 시작됐다고 노 원장은 말했다. “후원회는 소아청소년 질환과 관련된 교육, 연구, 진료 등 전반적인 후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소외 계층 어린이들에게는 무료 건강 검진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요. 또한 오랜 기간 병원 생활을 하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문화 예술 체험 사업을, 지방에 살고 있는 환자들의 진료 편의를 위해 쉼터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노 원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어린이병원에 대한 사회의 지원이 더욱 활발히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랐다. “암은 장기간에 걸쳐 치료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에게 모두 힘든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이 조성돼야 하죠. 현재 어린이 치료에 대한 국가 지원이 충분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 암에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합니다.” 어린이병원과 어린이 환자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대부분 어린이병원이라고 하면 성인병원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린이 환자를 위한 수술장과 건물,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하다고 노 원장은 전했다. “어른 병을 기준으로 어린이 병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면 안 됩니다. 성인 암은 위, 대장, 간 등 장기가 외부 자극을 받아 주로 생기지만 소아암은 신체 성장과 발달을 위한 분화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합니다. 이처럼 병이 생기는 이유도 다르고 증상도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린이 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어린이병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는 “어린이 환자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치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병을 지닌 사람보다는 ‘어떤 병’에 중심을 두고 이 병의 치료에만 집중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병을 앓는 환자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치료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나이에 힘든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환자들은 학교도 잘 가지 못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지요. 따라서 치료를 받으면서 학교생활도 할 수 있는 ‘병원학교’ 형태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가급적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떳떳한 사회의 일원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2002년 12월 ‘늘푸른교실’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어린이병원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1999년 개원했으며, 2개 교실로 구성된 늘푸른교실은 교육학 전공자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어린이 환자 교육을 시킨다. 인터뷰 내내 미소 짓던 노 원장은 자선전시회에 대한 생각과 바람을 이렇게 밝혔다.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데는 크나 큰 고통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소중한 작품들을 나눔 실천에 내놓은 작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미술과 의술은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한편으로는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땀과 열정을 쏟아 부었을 때 비로소 하나의 걸작이 탄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술도 오랜 시간 인내하며 내 열정을 환자에게 전해 줘야만 새 생명이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중한 마음이 전해져 어린이 환자들이 무거운 짐을 덜고 하루 빨리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