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변호사 크든 작든 인생을 살아가면서 타인과의 다툼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타인과 분쟁이 일어났을 때, 보통 법(法)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이용해 상대를 쓰러뜨리려 애쓴다. 상대를 이기려 법률적 노력을 하다보면 상당한 시간이 소모되면서 상당한 비용까지 나간다. 한마디로 사람이 ‘파김치’가 된다. 그러나 ‘제소 전 화해’ 라는 법률적 제도는 소송과 다르다. 법률적 정의는 제소 전에 분쟁이 발생 했을 때 화해를 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소송 방지의 화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소송 예방적 성격을 갖는다. ‘제소 전 화해’라는 단어 자체에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듯 ‘제소를 하기 전에 화해를 한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분쟁이 법적 소송으로까지 치닫기 전에 법적으로 화해를 먼저 한다’는 뜻이다. ‘제소 전 화해 조서’를 작성해 법원으로부터 판결을 받아 두면, 적어도 조서에 작성된 분쟁은 거의 일어나지 않게 된다.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데 소송할 사람은 없으므로 사회는 점점 밝아져 갈 것이다. 이 얼마나 합리적이면서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가게 만드는 법적 제도인가.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제소 전 화해’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사용 방법-절차를 모른다. 일반인이 모든 법을 알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부동산 임대차 관계 계약에서만큼은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할 만하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은 사람이 살면서 아주 빈번히 일어나는 계약이다. 빈번히 일어나는 계약인 만큼 분쟁도 잦다. 하지만 유심히 보면 분쟁이 일어나는 유형이 정형화 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쟁 발생 확률이 높은 유형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화해 조서’를 작성해 두면 임대인에게든 임차인에게든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월세 계약을 할 때,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장기간 월세를 내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 않을 수 없다. 월세를 내지 않는 임차인은 당연히 건물을 비워 주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비워 주지 않을 경우 임대인은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신의 건물이라 하더라도 현재 임대받은 사람이 살고 있는 이상 억지로 물건을 바깥으로 꺼낼 수도 없고 내놓을 수도 없는 것이 현행법이기 때문이다. 제소 전 화해는 꼭 집-상가 소유주를 위한 게 아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계약 때 작성해 놓으면 소송 안 가고도 보증금 돌려받을 수 있어 하지만 임대차 계약 때 ‘제소 전 화해’를 신청해 제도를 활용했다면 문제는 쉽게 끝난다. 우선 임대인과 임차인 쌍방 간의 합의 아래 화해 조서가 작성되었기 때문에 임차인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확률은 거의 없다. 또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즉시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소송에 비해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제소 전 화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임대인을 위한 법 제도라고 오인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임대차 관계에서 임차인의 걱정도 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데 임대인이 보증금을 내주지 않는다면 이 역시 소송을 해야 한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고 임차인이 건물을 비우고 나간다고 하면 당연히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상식이다. 그것이 상식이지만 현실은 우리의 상식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을 가끔 만들어 낸다. 특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이런 ‘제소 전 화해 조서’를 작성할 때 보증금 관련 조항을 넣었다면 즉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 위 사례들은 필자가 상상해 만든 것들이 아니다. ‘엄정숙 변호사의 제소 전 화해(www.rbl365.com)’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화해조서를 작성한 경험에서 나온 실제 케이스들이다. 이처럼 부동산 임대차 계약은 우리 생활에 가깝고, 가깝기에 더 많이 분쟁이 일어나는 분야다. 다행히 대한민국 법(法)은 ‘제소 전 화해’ 라는 제도를 만들어 뒀으니 활용은 우리 몫이다. 싸우지 않고 해결할 권리. 그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권리이며,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 모두가 지켜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