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소재로 한 영화가 굉장히 많았지만 이번 영화는 희생만 강조되는 엄마뿐 아니라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 영화를 내 엄마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평소 잘 못하기 때문에 어머니가 보시면 도리어 화를 낼 것 같다.” 6월2일 개봉할 영화 ‘마마’를 만든 최익환 감독의 말이다. 몇 해 전 시작된 ‘엄마 신드롬’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그 신드롬 안에는 ‘엄마의 희생’이라는 공통 요소가 있다. 엄마가 희생하기 때문에 자식은 엄마를 잃은 뒤 후회하고 미안해 한다는 공식이다. ‘마마’에는 다른 엄마의 모습도 나온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행복한 엄마 동숙(엄정화 분), 자신의 눈에 차지 않는다고 자식을 구박하는, 타인만도 못한 엄마 희경(전수경 분), 자식에 의지하는 소녀 같은 엄마 옥주(김해숙 분) 등이다.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는 건 한 가지다. ‘무조건 희생하지 않아도 엄마는 언제나 고마운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5월 2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마마’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세 엄마 엄정화, 전수경, 김해숙과 세 자식 류현경, 이형석, 유해진이 참석해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촬영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했다. -나이 차가 적은데, 엄마 역으로의 출연을 망설이진 않았나? 김해숙 “그동안 유해진을 굉장히 좋아했다. 괜찮아 보이는 배우여서 언젠가 꼭 한 번은 함께 작업해 보고 싶었다. (유해진을 보며) 우리 아들 젊어 보이지 않나? 내 눈에는 지금 열여덟로 보인다.” 유해진 “나 역시 항상 존경하던 선배여서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물론 내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바람에 부녀지간으로 보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원빈, 김래원, 신하균 등 많은 아들과 연기했다. 어떤 아들이 진짜 내 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김해숙 “나는 지금까지 여러 잘생긴 아들을 둔 엄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내가 꼭 아들 삼고 싶은 사람은 제일 멋지고 잘생긴 유해진이다.” -극 중 엄마와 아들 사이의 뽀뽀 신이 있는데, 느낌이 어땠나? 김해숙 “사실 유해진이 나한테 당한 거다. 그 장면을 초반에 가장 먼저 찍었는데 해진과 호흡이 너무 좋아 애드리브가 끝이 없었다. 그러다 해진이 너무 사랑스럽게 보여서 나도 모르게 입을 내밀고 있으니까 해진이 순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엔 뽀뽀를 해줬다.” 유해진 “대본에는 없는 장면이었다. 촬영 초창기였는데도 나는 김 선배가 너무 편하고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입이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약간만 앞으로 가도(내밀어도) 됐고, 다른 분이랑 했으면 웃고 NG를 냈을 것 같은데 선배라서 편하게 촬영했다.” -(전수경-류현경에게) 대학 선후배 사이인데, 모녀로 만난 기분은? 전수경 “드라마에서 내가 류현경의 이모뻘로 나온 적이 있는데 이번엔 엄마와 딸로 만났다. 류현경은 제 자리에 있는데 나만 나이가 드는 기분이다.” -배역이 바뀌면서 류현경에게 느끼는 변화가 있나? 전수경 “(류현경에게) 얘 많이 변했다. 조금 전에도 네가 얼굴이 나보다 작으니 앞으로 내밀어라, 엄마는 좀 뒤에 있겠다고 했는데도 말을 안 듣는다. 어제는 오늘 입고 나올 의상을 맞추려고 전화를 했는데 안 받더라((웃음).” 류현경 (그저 미소만) -실제 딸들과의 관계가 이번 영화에 도움이 됐나? 전수경 “나는 선배 같은 엄마, 언니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촬영을 쉬는 시간에 친구 같은 엄마 모습을 보이기 위해 현경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특히 현경이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은 다 파악했다.”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던가? 전수경 “한심한 남자다. 인생 선배로서 충고를 많이 해줬다. 결정적으로 어떻게 남자를 선택해야 하냐고 묻기에 ‘술 마신 밤에 멋진 남자를 선택 말고, 아침 맨정신에 반할 수 있는 남자를 선택하라’라고 말했다.” -이런 폭탄선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류현경 “상관없다. 다만 (전수경을 보며) 엄마나 좀 잘하셨으면 좋겠다(웃음).” -상대방의 약점을 알고 있나? 류현경 “엄마가 원래 뮤지컬 최고 스타라서 성격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여리고 여성스럽더라. 강하게 보이지만 마음이 여리고 감수성이 풍부해서 눈물을 너무 잘 흘린다. 더빙 하러 갔을 때 엄정화가 더빙하는 걸 보면서 ‘엄마’가 많이 울어서 나도 따라 울었다.” 전수경 “현경은 굉장히 털털하다. 정말 은성이랑 비슷한 캐릭터로, 옷을 입고 힘도 세서 마치 배우가 아니고 스태프 같다. 너무 평범하게 하고 다녀서 현경이 길거리에 나가면 아마 찾을 수 없을 거다.” -화려한 배역을 많이 맡아 왔는데, 이 역할을 맡은 이유는? 엄정화 “재미있어서다. 또 메이크업 하는 시간이 굉장히 짧고 살도 찌는 대로 내버려 뒀다. 그런 것들에 자유로워지고, 밝은 캐릭터여서 즐겁고 편했다. 극 중 직업이 야쿠르트 아줌마인데, 처음엔 출연을 고민했지만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야쿠르트 아줌마를 만나면서 출연을 결정했다.” -엄마 역할을 잘 소화한 건 동생 엄태웅 때문인가? 엄정화 “동생이 애기였을 땐 나도 어렸기 때문에 엄마 같은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여자가 가진 기본적인 모성애, 동생이나 조카, 아기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본으로 영화 속에서는 ‘진짜 나의 자식’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이제는 내 아이를 갖고 싶다.” -나에게 엄마란 어떤 존재인지 한 마디씩 해 달라. 엄정화 “엄마는 항상 애틋하다. 엄마 앞에서는 잘 못하고 뒤돌아서 애틋한 건 항상 숙제인 것 같다. 너무 잘 하고 싶고, 좋은 거 다 해드리고 싶은데, 이상하게 앞에서는 살갑게 안 되더라. 그래서 돌아서면 항상 미안하고 애틋하다.” 이형석 “엄마는 꼭 선생님 같다. 공부도 잘 가르쳐주고 잘못하면 혼내신다. 어쩔 땐 친구 같기도 하고.” 전수경 “엄마는 한(恨)이고 아쉬움인 것 같다. 엄마가 힘든 인생을 사셨는데 내가 엄마를 이해 못 해드렸을 때 돌아가셔서 아쉽다. 이 영화를 통해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가 내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류현경 “오래된 연인 같다. 너무 좋은데 너무 싫고, 익숙해서 사랑의 존재를 잘 모르는 그런 사이 말이다. 이번 영화를 찍고 엄마의 소중함을 몰랐었구나, 했다.” 김해숙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언젠가 한 번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엄마라는 존재는 영원히 옆에 있을 것 같고, 언제 어디서나 내 옆에 있기 때문에 소홀하게 되고 가슴 아파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아직 엄마를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사실 엄마가 4년 째 투병 중인데 이제는 엄마와 이별할 시간을 항상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눈물을 넘어섰다. 항상 내 옆에 있어 소중하면서도 소원한,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배신하지 않고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모녀의 사랑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드님들도 엄마 소리에 가슴 뭉클하신 분 많을 거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적 지주라는 생각도 든다. 엄마를 너무 사랑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시간 충분히 사랑하는 딸이 되고 싶다.” 유해진 “내게 엄마는 그냥 엄마다. 다른 분들이 말한 모든 것 이상의 것들이 그 (엄마) 안에 다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