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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건강 칼럼]쌀쌀맞은 의사, 환자가 돼보니…

환자 홀대하는 의사·간호사들, 병상에 누워 봐야 비로소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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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1호 박현준⁄ 2011.05.09 14:27:24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몇 해 전 미국에서 의사들(Doctors)이라는 영화가 나온 적이 있었다. 심장외과 의사가 음악을 들으면서 신바람 나게 심장 수술을 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환자는 많고, 그의 밑에는 여러 명의 교수와 조수 그리고 전공의들이 있다. 그야말로 그는 한 제국의 왕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목이 이상해 이비인후과를 찾은 자리에서 후두암 진단을 받는다. 졸지에 암 환자가 된 그는 항암 치료를 받느라 순번을 기다리다 지치고, 불친절한 직원들과 담당 의사에게 궁금한 점이 있어도 만나기 힘든 상황 등에 대한 불평을 주변의 암환자들로부터 듣고 자신이 직접 체험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자신이 예전에 환자를 대하던 태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완치 판정을 받고 다시 현장에 복귀한 이 의사. 그는 자기 밑의 의사들에게 모두 각자 다른 병명으로 다른 병원에 입원시키는 선물을 내린다. 스스로 환자의 고통을 느껴보라는 작전이다. 나도 젊은 시절 환자들에게 불친절했었다. 10년 전 나는 뉴질랜드 여행에서 강한 자외선에 의해 각막에 화상을 입어 처음으로 내가 다니던 병원에 입원했었다. 평소 가운을 입고 다니지 않는 탓인지 입원한 나를 병원의 직원들도 의사로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입원했는데도 눈의 통증이 무척 심했다. 당시 마취과 의사였던 내 친구가 통증을 없애는 마취제를 응급으로 처방했지만 2시간이 넘어도 소식이 없었다. 간호사실에 연락을 해 간호사를 불렀고 “왜 이리 늦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환자분, 저희가 지금 놀면서 주사를 안 드리는 게 아니거든요. 지금 몹시 바쁜데 그런 일로 호출하지 마세요”라는 매몰찬 대꾸뿐이었다. 환자 쪽에는 말할 틈도 주지 않고 획 돌아 나가버리는 간호사의 모습에 어이를 잃었던 경험이다. 얼마 후 병원장이 문병 차 들렀다. “그래, 아픈 덴 좀 괜찮나”라고 묻는데 뒤에 따라 들어오던 그 간호사가 안절부절이다. 나는 “이 병원 개판이네. 오히려 병 얻어서 나가겠어”라고 한 마디 해 줬다. 또 한 번은 위내시경과 장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의사는 잘 아는 후배였다. 그런데 검사하면서 혼자 말로 “조직을 좀 떼어 내겠습니다”라고 했다. 잠시 나가려는 그를 잡고 “뭐 이상한 게 있어?”라고 물었다. 환자에게 냉정했던 필자도 환자가 돼 병상에 누워서야 의사-간호사가 환자 대하는 실제 태도 알게 돼. 강제로라도 경험시켜야 환자 마음을 알지… 그는 쳐다보지도 않고 “일주일 후 조직 검사를 보러 외래로 오세요”라며 휙 나가 버렸다. 원래 내시경으로 봐도 대개는 병세를 짐작하고, 만일 암이 의심된다면 즉시 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만일 그 의사에게 그런 애매한 말을 해 주고 일주일간 기다리라고 하면 어떨까? 동료 선배 의사한테도 이 지경이니 일반 환자들한테는 어떨지 상상이 됐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심장 이상을 의심해서 병원을 찾고 초조해 하는 사람들에게 의료진은 “초음파 검사가 밀렸으니 일주일 뒤에 검사 결과를 보러 오라”고 매몰차게 말한다. 미국에서는 앞의 영화와 같은 경험, 즉 의사가 환자가 돼 보는 경험을 의대 교육과정에서, 또 병원의 자체 의사 교육 과정에서 시킨다고 한다. 환자가 돼 봐야 환자를 제대로 모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의료사고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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