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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경, 신화로 표현하는 너와 나의 마음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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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3호 김대희⁄ 2011.05.23 16:03:55

바쁜 일상 속 쉴 틈 없이 일하는 현대인들은 모두가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누굴 위해 일하는가?” 등 비슷한 질문들을 하는 동시에 받기도 한다. 하지만 가슴 속 그리는 세상은 모두가 다르다.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 즉 낙원이나 파라다이스는 현실을 넘어 무의식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경경 작가는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융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집단 무의식을 바탕으로 이상향을 추구하는 인간 심리와 그 심리적인 공간(세계)을 서사적으로 표현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가슴 속에 신화를 품고 살아요. 신화란 것이 각 나라 문화권에서 태고를 담고 농경사회를 시작으로 자연의 현상을 의인화해 왜 그렇게 됐는지를 표현하고, 그 가운데 신들이 등장하면서 인간 내면의 심리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전해지는 거죠. 그 속에는 융이 주장하는 인류가 가진 집단적인 무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그녀는 신화적이라는 것이 인간 내면의 표현에 중점을 둔다고 할 때 그러한 심리적인 공간을 시각적인 표현으로 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신화의 내용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낙원, 이상향을 찾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판타지의 세계나 신화적인 분위기를 내는 데 그 이미지의 원형을 도입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녀는 유년기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스케치북뿐 아니라 집안의 달력 종이를 모조리 잘라서 써도 모자랄 정도였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던 그녀가 서양화과에 입학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한 때는 다니던 디자인학과를 중도에 그만두었던 20대 중반이었다. 특히 한국전통 자수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그녀는 잠시 자수명장에게 자수를 배우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자수 명장의 작업실에서 명장이 만든 전통 경상도 골무를 보고 어릴 적 봄날 어머니와 외할머니께서 이불호청을 꿰매던 시절을 회상했다. 햇볕에 따뜻하게 마른 뽀송뽀송한 이불 위에서 골무를 끼고 놀던 어린 모습이 떠오르면서 따뜻함을 느꼈고 바로 작업실로 향해 드로잉을 시작했던 것이 작업의 시작이었다.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인데 작품의 주제는 내면의 여행을 그리는 심리적 공간과 원형들의 표현으로 일관됐지만 처음 시즌엔 유년기 때의 따뜻했던 기억들을 중심으로 작업했어요. 두 번째 시즌 때는 내면을 성찰하면서 무의식 속의 황금의 시간(집단의 무의식 속에 있는 낙원의 시간)을 찾아가는 여정을 서사적으로 표현했고 최근 작업은 그런 심리적인 무의식 속 낙원의 공간(낙원-파라다이스-정원)의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고 있어 매 시즌마다 동일한 주제 안에서 다른 테마를 정해 풀어가려고 해요.” 그녀의 작품은 색감이 화려한 듯하지만 차분한 느낌을 준다. 내용이 심리적이고 판타지적인 것과 색감은 많은 연관이 있다. 작업이 추구하는 방향이 이상향 추구의 시각화이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뿐 아니라 작품을 보는 이도 함께 심리적인 치유와 위로를 얻기 바란다.

작품에서 표현되는 색감들은 자수 공부를 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화려하지만 차분한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색감으로 표현되면서 나와 많이 닮은 듯하다”고 웃음지었다. 작품 속 소재로 말이나 새의 얼굴을 한 인간과 여러 동물이 등장한다. 이런 동물들은 심리적인 자아의 표현이다. 실제로 심리학에서 말은 동심이나 순수, 모성의 의미를 갖는다. 부엉이는 어둠에서 깨어나는 지혜로운 자의 의미를 가졌으며, 그녀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새다. 그리핀(날개 달린 사자)은 수호신, 구원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녀는 그리핀으로 초자아로 표현한다. 새의 얼굴을 한 인간은 고대 이집트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사후 세계로의 인도자’ 즉, ‘무의식으로 인도하는 자’라는 의미다. 그림의 배경으로 쓰이는 숲이나 밤하늘은 심리학에서 무의식의 공간을 의미한다. 그녀의 작업에선 심리적 공간은 중심적인 요소이며, 정원은 그녀가 추구하는 심리 공간의 대표적인 원형이다.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내면의 여정이 개인적인 것의 시작이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관람자들에게 그림이 읽히기보다는 그림 속에 이미지들을 보면서 각자가 또 다른 상상의 이야기를 펴나가길 바래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작품과 작품의 제목은 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저는 그 말에 공감하며 작품이 그렇게 표현되길 추구해요.” 그림이 설명적으로 다가가기 보다는 그림을 보면서 또 다른 상상의 이야기를 펼쳐가며 위로와 평안, 휴식을 얻어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그녀는 음식도 재료가 주는 정직함 그리고 정성이 가득 담길 때 감동을 주듯 언제나 작업에 진심과 정성을 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작품을 통해 따뜻한 정서와 위로가 교감된다면 작품이 주는 아름다움이 각박한 일상에 휴식과 치유를 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요소들이 작업에 연륜이 쌓일 때마다 더 깊이 있게 표현되기를 작가로서 소망하고 그렇게 되길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올해 6월 2일부터 7월 10까지 부산 갤러리 이배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신진작가 3인 단체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2012년 10월 갤러리 이배에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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