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에 개봉돼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쿵푸팬더’가 더 화려하고 재미있어진 ‘쿵푸팬더2’로 5월 26일 개봉된다. 1편에서는 국숫집 배달원 포가 용의 전사가 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2편에서는 쿵푸를 없애려는 악당 셴 선생에 맞선 포와 ‘무적의 5인방’의 활약을 담았다. 특히 이번 시리즈는 3D로 제작돼 화려한 액션을 실감나게 볼 수 있다는 점은 물론, 등장인물의 털 감촉과 질감 등이 살아 있어 자꾸만 화면을 만져보고 싶어진다. 2편에서는 1편에서 거위 아버지를 둔 포의 출생 비밀도 밝혀진다. 더불어 포의 어린 시절 모습도 만날 수 있는데, 아기 포의 재롱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더빙에 참여한 스타들의 면모도 1편보다 막강하다. 잭 블랙(포 역), 앤젤리나 졸리(타이그리스 역), 더스틴 호프만(시푸 사부 역), 성룡(몽키 역), 루시 리우(바이퍼 역), 세스 로건(맨티스 역), 데이비드 크로스(크레인 역) 등 1편에 출연한 배우 이외에도 연기파 배우 게리 올드만(셴 선생 역)과 말레이시아 출신 톱스타 양자경(점쟁이 할멈 역)의 활약은 ‘쿵푸팬더’ 시리즈를 더 풍성하게 한다. ‘쿵푸팬더2’는 한국인에게 더 의미 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감독 여인영이 한국인의 핏줄이라는 점에서다. 여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4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 간 재미교포다. 여러 작품에서 스토리 작가로 활약한 그녀는 ‘쿵푸팬더’의 스토리 총괄을 거쳐 ‘쿵푸팬더2’의 감독으로 우뚝 섰다. 그녀는 드림웍스 최초의 여성 감독이자 최초의 한국인 감독이다. 영화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쿵푸팬더2’ 언론시사회 및 간담회가 5월 16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렸다. 여인영 감독에게서 ‘쿵푸팬더2’ 뒷이야기와 감독이 되기까지의 성공 스토리 등을 들어봤다. -전편의 대히트로 후속작 연출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상당한 압박이 있던 건 사실이다. 2편의 제작 스태프가 1편의 팬이기도 하다. 1편의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캐릭터의 깊이까지 담아내야 했다. 하지만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했다.” -3편의 감독도 맡는다면, 한국 배우의 목소리를 캐스팅할 계획이 있나? “그런 가능성은 늘 열어두고 있다. 세 번째 작품을 할 때는 여러 곳에서 영감을 받고 싶다. 아시아의 역사, 우화 등도 알아보고 있다.” -한국 문화를 그려보고 싶진 않나? “한국에 대한 호기심은 많지만 원하는 만큼은 내가 잘 모른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철저한 조사를 통해 중국을 이해하려고 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해서도 조사를 많이 하면 영감을 받을 거라고 기대한다.” -우리나라 말이 나와서 놀랐다. 어째서인가? “한국어는 포가 어린아이였을 때 ‘엄마’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나온다. 엄마에 대한 여러 가지 표현 중에 한국 말 ‘엄마’가 가장 귀여워서 썼다.” -포의 아버지가 1편에서 거위였던 이유는 2편을 만들기 위해서였나? “의도적이라고 보면 된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 한편에서 표현하는 것 이상의 캐릭터를 구축한다. 그 이유는 2편, 3편을 노리기 위해서다.” -연출할 때 어디에 중점을 뒀나? “2편은 팬더 포가 내적 평화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평화는 동물과 인간을 넘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마지막 부분에 포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이후의 이야기가 준비돼 있나? “대규모로 준비해 뒀다. 포에 대한 것뿐 아니라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2편을 볼 땐 2편에만 흥미를 가져달라.” -타이그리스와 포의 러브라인이 재미있다. “2편에서는 타이그리스의 감정적인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다. 타이그리스의 따뜻한 면이 잘 나타났다고 본다.” -호랑이나 사자처럼 사나운 동물이 아니라 공작새를 악당 역으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1편의 악당 타이렁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이번에는 재빠르고 권모술수에 능한 이미지를 악당으로 만들고자 했다. 공작새가 오히려 더 위험해 보이지 않나?” -폭력성을 자제하고 적절하게 표현하기가 어렵지 않았나? “특별히 주의했다. 특히 영화 속 영웅은 무기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다. 모든 캐릭터가 부드럽고 보송보송하다.” -3D가 사실적이어서 좋았다. 3D 영화로 만들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뭔가? “나는 안경을 쓰기 때문에 3D 영화를 볼 때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안경을 쓴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는 3D 영화를 만들었다.” -많은 슈퍼스타가 성우로 참여했는데, 그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대단한 배우들인데 직접 만나니 참 겸손하고 따뜻했다. 특히 잭 블랙은 육체적으로 모든 걸 표현했다. 발차기가 나오면 진짜로 발차기를 하면서 더빙했다. 한 장면 끝나면 땀범벅이 되곤 했다. 앤젤리나 졸리는 보기에는 쿨하고 우아하지만, 실제로는 훌륭한 엄마다. 녹음할 때는 아이들을 데려오곤 했는데, 아이들에게 ‘안녕’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최근에 본 한국 영화는 뭔가? “1년 전에 한국에서 유행한 ‘아저씨’다. 남편이 블루레이디스크(광디스크)를 7개나 사와서 지인에게 나눠줄 정도로 팬이었다.” -원빈의 팬이기도 한가? “원빈도 너무 좋아한다. 만날 수 있다면 너무 끝내줄 것 같다.” -드림웍스의 보조업무부터 감독에 이르기까지 성공한 비결은 뭔가? “드림웍스는 급속 승진의 기회를 주는 영화 제작사다. 경영진에는 우편배달 일로 시작한 분도 있다. 나는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이 일을 시작했다. 이 일이 커리어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감독으로 드림웍스에서 처음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려움보다는 그들도 아시아 첫 여성 감독과 일한 전력이 없어서인지 뭘 기대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히려 내 스타일로 할 수 있었다. 감독의 일반적인 모습은 목소리가 크고 카리스마가 강한데, 나는 목소리가 작고 조용하다. 그래서 회의할 때 사람들이 내 목소리에 더 주의했다.”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감독 입장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힘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가장 큰 힘은 많은 사람과 자원에 있다. LA에서 일하면서 많은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느꼈다.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도록 좋은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그 인프라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학도와 학생에게 조언한다면? “본인이 믿을 만한, 하고 싶은, 알리고 싶은 스토리를 선택해서 표현하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3년 동안 ‘쿵푸팬더’에 집중할 수 있었던 데는 작품의 주제를 믿고,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