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앞두고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 MB정권의 핵심 중 하나인 일명 ‘킹만수(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인수·합병(M&A)에 관심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강 회장의 막강한 파워를 의식했는지 그가 산은지주 회장이 선임된 지 몇 개월도 채 안 돼 우리금융 통째 매각 전략을 공식화 했다. 산은지주의 강력한 경쟁자로 알려진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에 손사래를 쳤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측 역시 “특정한 기업을 두고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을 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거대 규모를 가진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할 만한 국내 금융지주사는 산은지주와 KB금융지주 두 지주회사뿐이다. 정부와 어윤대 회장이 강만수 회장을 밀어준다는 설이 결코 터무니없는 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강만수 회장은 IMF 때부터 경제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온 인물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좌초한 인물이자, MB정권 초기 시절 고환율로 중소기업 사장들이 눈물 흘리게 만든 장본인”이라며 “이런 그가 이번에는 시대에도 맞지 않은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를 추진해 불안한 마음 뿐”이라고 답답함을 표시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검찰 수사를 가장 먼저 받을 인물”이라며 “정권만 믿고 경제계를 너무 뒤흔드는 것 같다”고 억양된 목소리를 냈다. 강만수 회장이 메가뱅크 고집하는 이유는? 강만수 회장은 MB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고, 대선캠프와 인수위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정책공약, 그리고 경제부처 장차관의 인선까지 좌우했다. MB정부 공약 중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747(7% 성장, 1인당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 정책도 끝까지 고집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고환율 정책으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탄생시켰으며 결국 정책 실패로 여론의 비판을 받아 자리에 물러났다. 하지만 ‘MB 사랑’은 여전했고 이후 신설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한동안 경제계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가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삼고초려(?)로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고 또 다시 금융계 논란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강 회장의 메가뱅크 지론은 국내에도 론스타나 JP모건 같은 국제적 금융투자사를 설립하려는 목적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참여정부 시절에도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에 따라 정부 소유 은행을 민영화하고 공룡 금융사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이는 모두 물거품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시대를 거스르는 공룡 금융산업을 지양했고, 환율이나 금융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MB정권으로 바뀐 이후 강 회장은 큰 회사가 큰 물고기를 잡는다는 방식을 버리지 않았고 곧바로 민영화 정책을 추진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금은 공룡 금융회사가 있어도 오히려 군살을 빼야 하는 상황인데 역으로 덩치를 더 키우려는 것 같다”면서 “부실 저축은행 사태만 봐도 아직 한국 금융권에선 국제적 규모의 금융회사는 시기상조다. 산은지주와 우리지주를 합치는 것은 결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 금융권에선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등 전산시스템에도 비상에 걸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만약 메가뱅크 설립 이후 비슷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한국 경제계에 치명적인 사태가 벌어지리란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는 초대형 관치금융을 만드는 정치적 매각 행위”라며 “철저한 규명과 함께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우리금융 매각의 원칙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였다”며 “그런데 100% 정부지분인 산은금융에 매각하면 왼쪽 주머니에 있는 걸 오른쪽에 옮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긴급회의를 열고 한나라당에 정무위 소집을 요구하는 등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특혜 논란 일으킨 우리금융 매각 정책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우리금융지주 매각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까지 고치면서 추진 중이다.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하기 위해 최소 매입지분 요건을 95% 이상에서 50%로 완화하겠다는 것. 따라서 이럴 경우 당연히 산은지주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시행령 개정은 투자자를 모집해 지분을 공동 매입하는 자체 민영화 방안을 추진해오던 우리금융에는 불리한 사안이다. 우리금융 쪽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낼 여력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입찰 참여가 쉽지 않다. 그동안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의 95% 소유 의무는 금융기관의 대형화·겸업화로 인한 위험 전이와 과도한 지배력 확장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정부가 이번에 이를 고친다면, 정부 스스로 만든 금융 규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셈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또 정부 지분 100%인 산은금융과 정부 지분 57%인 우리금융이 합해지면 국유화 논란이 불가피하다. 민영화라는 애초 취지와 달리 거대 국영은행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산은 자체도 민영화 대상이다. 우리금융과 합쳐져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우리금융과 산은 민영화는 늦어지게 된다. 애초 취지가 뒤죽박죽 꼬이는 셈이다. 이런 방식이 과연 공적자금 회수인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산은금융은 유보금과 회사채, 전환사채, 우선주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우리금융 인수에 나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산은지주가 외부자금 조달을 통해 우리지주를 인수하더라도 합병은행은 100% 정부 소유 은행에 불과한 만큼 결과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 혈세로 혈세를 상환하는 게 아니냐는 게 우리금융 쪽 주장이다. 만약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한다면 연결 자기자본이 현 22조6000억 원에서 39조5000억 원으로 증가해 실질적인 민영화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는 재정자금으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것과 같아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완전 민영화하는 데는 최소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