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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구, 우리 삶을 전통생활문양으로 이야기하다

“전통생활문양으로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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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4호 김대희⁄ 2011.05.30 11:41:44

우리의 삶은 때로는 힘들고 수많은 굴곡과 함께 계획대로 안 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 삶이다. 인생의 제1장은 늘 흥미진진하지만 제2장 그때부터는 깊이가 우러난다. 유한하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아름다운 삶.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행은 존재하고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행복 또한 존재한다.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만난 이석구 작가는 한국적인 전통의 생활문양을 소재로 단순하면서도 깔끔하게 현대적 기법으로 재구성해 그 안에서 소멸과 생성을 주제로 편안함과 행복을 전하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떡살무늬, 격자문, 완자문양, 장신구 등 겨레의 얼과 슬기와 솜씨가 담긴 전통의 생활문양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러한 문양들은 여러 가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특히 생활주변에 있는 서민적인 문양에 관심이 많았죠. 한국인의 정신과 혼이 담긴 농축된 미감을 추상적으로 조형화해 가고 있어요.” 그는 벽화와 전각(도장)에도 관심을 갖고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재밌는 구성을 작품 소재로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선사시대의 원시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미적 감정의 발로를 동굴의 벽화로 혹은 기념비적인 바위 등에 암각화(자연에 노출된 바위나 동굴 벽에 여러 가지 동물상이나 기하학적 상징 문양을 그리거나 새겨놓은 그림)를 새겨 미의식을 표출했다.

이처럼 문양에 많은 관심을 갖고 소재로 이용해 왔지만 사실 그는 문양만을 전문적으로 작업한 작가는 아니다. 그 동안 구상·비구상·인물화·풍경화 등등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다양한 작업들을 해왔다. 80년대에 들어 비구상 작품을 많이 했으며 그 때부터 우리의 전통문양에 관심을 갖고 작업 소재로 써왔다고 한다. 이후 당초무늬(덩굴풀 무늬로 여러가지의 덩굴풀이 비꾀어 뻗어 나가는 모양을 그린 무늬)나 팔메르(종려나무 잎사귀 무늬)에 집중해 지금까지 작품에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의 표현을 구상하게 된 계기 중 하나로 고구려 고분벽화 등을 보면 선녀가 피리를 불며 바람을 타고 가는 모습이 있는데 실제 바람이 불어오는 듯 느껴졌어요. 그림은 눈에 보이는 표현으로 느낌을 전하죠. 벽화 속 표현의 흐름을 통해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거예요. 때문에 팔메르 무늬로 움직임을 나타내는데 관점을 많이 뒀어요.” 그의 말처럼 움직이지 않는 그림 속에는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시원한 느낌이 전해진다. 산·꽃·구름·바람 등 계절의 변화가 있는 풍경화처럼도 보이지만 그가 그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점은 이러한 풍경이나 움직임이 아니다. 바로 우리 인간들 삶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삶을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 “산 위에 그려진 팔메르 형태는 구름모양으로 기류에 따라 철새가 되어 비상하기도 하고 의인화 되어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는 애증의 관계로 생각할 수 있어요. 또한 모였다 흩어지는 모양으로도 상상할 수 있고 바람이 흘러가는 것처럼도 볼 수 있죠. 산은 듬직한 모습으로 어떠한 변화도 포용하는 역할을 해요. 그 속에는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수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죠. 이는 다양한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삶과도 연관시킬 수 있어요. 무엇보다 내 삶의 문제 등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아 함께 소통하고 싶었어요. 만물은 변하지 않는 게 없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인간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그였지만 그림을 감상하는 건 관람자의 몫으로 항상 남겨둔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편안함과 행복을 주는 그림이면 된다며 풍경화로 보든 정물화로 보든 자기만의 감상법으로 편안하게 느껴 가면 된다고 말했다.

김재관 미술학박사는 “한국적인 전통 이미지와 요소들을 자유로운 변용과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조형적 방법으로 형상화 시키는 표현방법을 찾고자 했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관심을 끌던 소재들을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적 형상 또는 이미지에서 양식화된 문양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만물이 변하지 않고 영원한 것은 없다며 앞으로는 좀 더 큰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그는 지금보다도 더욱 단순화한 구성으로 작품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형태도 색감도 이야기까지 포함되며 군더더기를 뺀 핵심적인 것들만 담고 싶다고 한다. 오래 곱씹을수록 맛이 나는 음식이 좋은 음식이듯 그림도 볼수록 정감이 가는 그림이 좋은 그림이 아닌가 하는 그의 작품은 인사동 가가갤러리에서 6월 8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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