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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건강 칼럼]안 빠진 남자와 엎어진 남자

성병 아니면서도 병원에 실려온 남자들의 기막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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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5호 박현준⁄ 2011.06.07 11:31:02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로마에 갔을 때였다. 가이드가 작은 공간으로 나뉜 구조물을 가리키면서 매춘 장소인 집창촌이라고 설명했다. “아줌마들은 보지 말라”는 말과 함께. 아마도 성매매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을 것이다. 만국 공통으로 화대는 그 나라 구두 한 켤레 값이라는 말도 있다. 요즘 성범죄, 성폭행 사건이 자주 보도되고 있고 성매매를 근절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세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근절은 불가능해 보인다. 성문화에 관한한 후진국일수록 문란하며, 선진국들은 그마나 어느 정도 질서(콘돔 사용 등)를 갖추긴 했어도 근본적으로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성에 관한 능력, 집착력도 다 다르다. 성기능의 저하로 병원을 찾아 그 원인을 찾고 치료를 받는가 하면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성기능을 일시적으로 향상시키는 약의 수요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성기능을 자제하지 못해 성폭행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많은 경우 이들은 스스로 통제가 안 된다고 한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성폭행은 그 자체가 병이다. 특히 어린아이를 성추행하는 소아성애증(pedophilia)은 어린아이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적 도착증이다. 성기능이 너무 왕성해 이를 견디지 못한 상대방이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도 보았다. 한 주간지에서 섹스는 몸으로 하는 게 아니라 머리로 하는 거라는 칼럼을 본 적이 있다. 즉 쾌감을 느끼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우리의 뇌라는 주장이다. 우리의 뇌는 현대의학도 극히 일부밖에 밝혀내지 못했을 정도로 아직 미지의 세계다. 뇌에서 성을 담당하는 부분의 기능 차이에 따라 다양한 패턴으로 개개인의 성 표현 역시 달라지는 것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초에는 병원에서 매독-임질 등의 성병 환자들을 많이 보았다. 매독도 창궐해 태아가 매독에 감염된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위생 환경이 좋아지면서 이 같은 질환이 줄어드는 듯하더니 80년대에는 에이즈라는 재앙적 질환이 출현했다. 에이즈 출현 초기에 감염학자들의 가장 큰 걱정은 만일 이 병이 말라리아처럼 모기 등을 통해 전염되면 인류에 대재앙이 되리라는 점이었다. 다행히 에이즈 바이러스 양성인 어머니로부터 태아에게로, 또는 동성애자 사이의 성관계나 주사바늘로 감염될 뿐 모기를 통해서는 옮겨지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인류 전체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그래도 이 병의 파문은 무척 컸으며 지금도 아프리카 등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성에 관한 얘기는 병원에도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성병이 아니면서도 병원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던 50대 남자와 20대 여자 이야기다. 80년대 초로 기억되는데, 당시만 해도 119 등 응급환자를 돕는 시스템이 거의 없었다. 아주 급한 경우에만 병원 구급차가 이용됐지만 잦은 일은 아니었다. 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꼭 구급차를 보내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침 구급차가 출동 중으로 없어서 “택시를 타고 오라”고 했더니 대답 왈 “그건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잠시 뒤 삼륜차(지금의 트럭과 비슷하지만 앞바퀴가 하나고, 뒷바퀴가 두 개)가 ‘짐’을 싣고 왔다. 남녀 환자가 기묘한 자세로 서로 마주보고 실린 데다가 온몸이 둘둘 담요로 말려 있었다. 두 사람을 싣고 온 여관 주인은 “참, 별일을 다 본다. 재수가 없으려니 원…”이라고 혀를 차면서 “차비는 이 사람들이 알아서 낼 것”이라며 두 사람의 소지품을 남기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렸다. 마주보고 붙어 있는 두 남녀. 태어나면서부터 기형으로 두 아기가 붙어서 나온다는 샴 쌍둥이 얘기는 들어 봤지만 멀쩡한 남녀가 붙어 있는 모습을 대낮에 보기는 처음이었다. 남자는 50대, 여자는 20대로 보였다. 사정인 즉 여관에서 섹스를 하던 중 남성의 성기가 빠지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처음에는 힘으로 빼내려고 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고 통증이 심해지더라는 대답이었다. 의사들도 생전 처음 보는 상황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여러 의사가 모여 궁리를 했는데 마취과 의사가 “여성을 전신마취 해 보자”고 제안했다. 여자를 전신마취 시키니 그제야 남녀가 겨우 분리됐다. 여성이 마취로 이완되면서 겨우 분리가 가능했던 것이다. 빠져나온 남성의 성기는 그 끝부분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일단 분리가 되자 이 남자는 지갑에 있는 돈을 모두 꺼내 놓고는 걸음아 날 살리라는 듯 허겁지겁 달아나 버렸다. 여관에서 함께 실려 온 옷을 황급히 걸친 채…. 그 남자, 그 뒤에도 외도를 했을까? ‘달콤한 죽음’ 복상사 부부 사이엔 왜 안 일어날까 몇 년 전 장관도 지내고 체육회장도 지낸 분이 90세에 테니스를 치고 집에 돌아와 갑자기 사망한 일이 있다. 모두들 그 분을 행복하신 분이라고 부러워했다. 90세까지 건강하게 사시다 앓지도 않고 돌아가셨으니까. 이런 경우를 행복한 돌연사라고 한다. 돌연사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고혈압, 관상동맥협착, 그리고 뇌출혈 등이 주원인이다. 모든 사람들의 소망은 수명을 다할 때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앓지 않고 돌연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돌연사 중에서 성교를 하다가 생기는 경우를 복상사라고 한다. 복상사라고 여자의 배 위에서 사망하는 것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 남성이나 여성에 상관없이 성교 중이나, 성교가 끝나고 함께 있는 중에 발생하는 돌연사를 모두 포함한다. 그렇다고 자위행위 중에 생기는 돌연사를 복상사라고 하지는 않는다. 한의학에서는 무리한 성관계로 인해 정이 탈진돼 기가 끊겨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 복상사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부부간의 성교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상사가 생기는 직접 원인이 고혈압, 심장질환, 뇌출혈이라면, 결국 성교 때 너무 흥분해 발생한다는 말이 된다. 중국에서는 복상사를 ‘색풍’이라고 하면서 색에 눈이 먼 사람이 평소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는 등 누적된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본다. 복상사는 동물에서도 일어나니 흥분하는 동물에겐 공통적인 현상. 40, 50대에 잦은 이유는 몸은 늙어가는데 마음은 너무 왕성하기 때문 아닐까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서도 복상사가 보고되니 흥분을 극도로 하는 동물에게는 다 일어날 수 있다는 소리다. 복상사는 40, 50대에 가장 많다.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노화가 한창 진행되면서도 성욕구가 아직은 왕성한 연령대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요즘 많이 쓰이는 비아그라가 복상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정확하지 않다고 본다. 비아그라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연관이 있다면 평소 성기능이 약해 흥분을 잘 느끼지 못하던 사람이 비아그라로 갑자기 흥분해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여배우와 외도를 하다가 돌연사한 방송인, 정치인 등 모두 너무 황홀한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혈압이 대기압력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관상동맥협착 등이 생겨 사망한 것이다. 필자가 모 종합병원에서 근무할 때 희한한 일이 생겼다. 병실에서 환자가 숨졌는데 간호사와 연관이 있었던 것이다. 조사 결과 병실에서 성관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어느 잡지는 복상사를 달콤한 죽음(sweet death)이라고 기술했는데, 아무리 감미롭게 맛을 보다 간 인생이라지만, 그래도 이승보다는 못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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