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5호 심원섭⁄ 2011.06.07 11:49:21
‘강원도지사 최문순’보다 아직도 ‘국회의원 최문순’ ‘MBC 사장 최문순’이라는 호칭이 더 귀에 익다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그만큼 아직까지는 ‘도지사’라는 직함이 어색하다는 얘기다. 그런 그를 만나니 웃으면 눈이 없어지는 정감 있는 너털웃음과 90도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겸손함은 여의도 정치권에 있을 때나 진배없이 여전했다. 최 지사는 도지사 취임 한 달을 맞은 소감을 “지난 2월 25일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이후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최근 3개월 동안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버렸다. 눈이 잘 안보이고 손발도 저리고 그렇다. 강원도내 18개 시군을 다니면서 업무보고 받고 현황 파악한 것은 물론 (2018년 평창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위스 로잔에 갔다 온 것까지 포함하면 내가 다닌 거리는 몇 만 km는 되는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서 최 지사는 “오는 7월 6일 남아공화국 더반에서 있을 IOC 총회에서 반드시 2018년 동계 올림픽을 유치해 ‘달라진 강원도’를 만들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최 지사는 “행정의 안정과 도민의 변화 요구를 잘 조율해 나갈 것이며, 또한 강압적이 아니라 밑에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오너십을 갖고 도정을 만들어가도록 하겠다”면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성사시키겠으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CNB 저널은 6월 2일 2018년 동계올림픽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는 강원도 평창에 있는 알펜시아 리조트 인터콘티넨탈 호텔 7층 클럽하우스에서 최문순 지사와 만나 보다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 지난 5월 18일 평창동계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 테크니컬 브리핑을 위해 스위스 로잔에 다녀왔는데 유치 전망은 어떤가? 평창동계 올림픽 유치 결정 문제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까지 110명에 이르는 유치위원회 심사위원들의 속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말 예측불허다. 올림픽 유치를 놓고 경쟁 중인 나라가 프랑스와 독일이어서 막판에 유럽이 결집해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비관할 입장은 아니다. 당 원내대표 선거 때도 후보자들이 투표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선거운동 하지 않느냐. 우리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스위스 로잔에서 가진 후보도시 테크니컬 브리핑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분위기 좀 말해 달라. 스위스 로잔 브리핑 이전 발표된 IOC 실사 결과도 좋았고 로잔 브리핑 또한 잘했다고 외신 및 국제스포츠계에서 평가하고 있지만, 지난번의 경우처럼 방심하지 말고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30여일 남은 기간동안 유치위원회, 강원도, 정부, 체육계, 기업 등 모든 주체들이 혼연일체 되어 유치에 임할 것이다. - IOC위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귀국 인터뷰에서 매우 낙관적으로 전망했으나 최 지사는 신중론을 얘기했는데… 지난 두 번의 실패에서 알 수 있듯이 낙관적인 평가나 여론이 올림픽 유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현재의 분위기는 괜찮지만 장담할 수 없는 초박빙의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극도로 표현을 자제해 안개 속 정국이며, 전문가 견해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끝까지 IOC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유치활동에 주력해 역전패 당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한다.
- 만약 2018년 동계올림픽이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다면 강원도는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 되기까지에는 3가지 전제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첫째, 주민들의 삶에 기여해야 하고, 둘째, 각종 시설들이 올림픽 이후에도 활용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비동계 지역인 철원, 화천, 양구, 인제 지역도 소외감 없게 하는 등, 이에 준할만한 국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2018년 평창동계 올림픽이 개최되면, 확충되는 경기장 및 교통인프라로 평창 지역이 아시아 동계스포츠 허브로 발전될 것이며, 다양한 일자리 창출로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원주~강릉간 복선철도 등이 조기에 완성될 것이고 각종 인프라 시설 등이 보완될 것이며, 올림픽이 유치되면 특구로 지정하기로 이미 정부와 협의, 지난해 1.10일 IOC에 제출한 후보도시파일에도, 평창 일원을 특구로 지정하여 경제자유구역에 준하는 지위로 만들어서, 향후 올림픽 자족도시 유산으로 남기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 -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강원도민이나 최 지사께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개최도시의 도지사가 바뀐 만큼 IOC위원들에게 유치의지를 분명히 하고 전임 지사들의 역할과 노력을 변함없이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7월 6일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그 순간까지 끝까지 강원도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 도지사 취임한 지도 한달이 지났다. 취임 전과 취임 후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강원도는 그동안 정치적, 지리적 이유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것에 대한 강원도민들의 정치적 자각도 따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오랜 역사적, 경제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묶여있어 강원도의 힘을 키워 정치적, 정서적으로 풀어낼 생각이다. 현재는 현장을 돌며, 업무보고를 받고 실무파악 중이며, 동계올림픽, 서민 경제 살리기, 4조원 예산확보 등 현안이 산적한 데다 재래시장, 동해안 어민 출어포기, 물가, 기름값 등 힘든 상황에서 어려움도 산적해 있어 많은 격려를 부탁드린다. - 지난 달 25일 첫 시장·군수와의 간담회에서 드러났듯이 정당이 다른 기초단체장이나 여소야대 광역단체장으로서 애로사항이 적지 않을텐데… 강원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당, 정치적인 것은 문제가 안된다. 현장행정을 이끌어 가시는 시장·군수가 시군행정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해 나갈 것이다. 도정 운영에 있어 인사, 예산문제 등에 정당과 지역의 편견이 없는 공평무사한 행정을 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산적한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도의회, 시장군수들과의 공조도 필요하다.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도민들과 함께 도정을 이끌면서 시장·군수, 도의원들의 조언과 충고와 비판을 받아가면서 어려운 난제들을 대화와 타협으로 차근차근 풀어갈 것이다. 특히 현안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파를 떠나 서로 단결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 그동안 강원도는 낙후됐다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문화예술분야에서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는데 이를 해소할만한 특별한 대안이 있는가. 문화는 물질적, 정신적 토대 위에 있는 일정한 어떤 수준임에도 정치, 경제가 발전했는데 문화만 뒤처지는 경우는 없다. 그동안 강원도는 지역간 문화예술 격차 해소를 위해 첫째,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 문화기반시설 대폭 확충, 그리고 두 번째로는 예술인들의 창작, 보급 활동을 위한 문예진흥사업 등에 지원 대폭 강화, 세 번째로는 서민 및 사회 취약계층 등에 대한 문화예술활동 강화, 네 번째로는 강원도만의 특색 있는 명품 문화예술행사 발굴·육성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
- 최 지사께서는 ‘제2의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평화제철소’ 추진건립,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말해 달라. 없는 돈을 쥐어짜서 업적을 만들기보다는 강원도를 살찌우기 위해 장래에도 유효한 사업인 ‘남북평화제철소’를 짓는 것이 도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에는 질 좋은 철광석, 우라늄 등이 매장되어 있다. 이 자원들이 대부분 중국으로 싼 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제2 개성공단인 ‘남북평화제철소’를 만들어서 남북간 전쟁을 막고 북한이 중국 쪽에 기우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특히, 금강산 관광 중단 등으로 고성지역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난 5월 27일 정부차원의 남북대화를 통한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성지역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 줄 것을 청와대와 관계부처에 건의한 바 있다. 그리고 ‘달라진 강원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켜봐 달라. 아울러 행정의 안정과 도민의 변화 요구를 잘 조율해 나가겠다. 강압적이 아니라 밑에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오너십을 갖고 도정을 만들어가도록 할 것이다. 다소 속도는 느리겠지만 반드시 성사시키겠으니 지켜봐 달라. - 최 지사께서는 취임 일성으로 4,27 재보선에서 맞붙었던 엄기영 후보에게도 적당한 일을 맡겨 함께 도정을 이끌어나가겠다고 얘기했는데 구체적인 대안이 있는가. 엄기영 후보 뿐만 아니라 도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최대한 인력 풀을 가동할 생각이다. 엄 후보와는 선거 끝나고 우연히 조우한 일이 있다. 관계가 얽혔던 만큼 아직은 다소 서먹한 분위기였지만 잘 풀릴 것으로 본다. - 이광재 전 지사가 중국으로 유학을 떠난다고 한다. 강원도정 자문기구인 ‘행복한 강원도위원회’ 위원장에 위촉시키겠다고 했는데, 한나라당 반대로 무산되는 건가? 이광재 전 지사가 유학을 가더라도 늘 중국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전 지사가 강원도에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 왔다 갔다 할 것이다. 강원 양양에 외국 항공사를 유치하는 일 등 인맥으로 사업을 하는 일이라 인수인계가 잘 안 된다. 나 역시 할 시간이 없다. 행복한 강원도위원회 위원장은 엄청난 자리도 아니고 수백 개가 있는 자문위원회 중 하나일 뿐이다. 강원도에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선거 때 경쟁했던 사람들도 함께 일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설득해보려고 한다. - 현재 정치권에서는 반값 등록금 문제가 이슈화 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하면서 반값등록금을 주장하고 있는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반값 등록금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다. 1990년대 이후 대학 등록금 인상율이 물가 상승률을 상회해 가계부담에서 학부모·학생부담으로 확대돼 심각한 사회문제는 물론 삶의 질 문제, 사회 손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와 당, 계파를 떠나 다함께 사회적 고민이 이뤄져야 할 때이다. - 중앙정치(국회의원)와 지방정치(도지사)는 어떤 점들이 다르다고 보는가. 국회에 있을 때는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국민들을 못 지키니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까 국회의원 때가 호시절이었던 것 같다.(웃음) 성격상 국회의원은 MBC 노조위원장 때와 비슷하고, 도지사는 MBC 사장시절과 일의 맥락이 닿아있는 듯하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별로 간섭을 받지 않고 소신대로 일할 수 있었으며, 특히 야당의원으로서 언론악법 폐지 운동 전개한 것이 기억에 남으며, 나름대로 큰 틀에서 복지정책과 소득재분배 정책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도지사는 하나하나 결정하는 문제들이 곧바로 정책으로 연결되는 등 추상적인 문제들이 실제 생활에서 나타나 어려움, 책임감이 막중하고 신념이 정책화 된다는 것이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신중하고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 어떻든 도지사 출마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못했다. 도지사와 국회의원 역할과 기능이 다르지만, 일방적 독단보다는 합의와 타협, 양보, 배려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도민과 국민을 섬기고자 하는 것은 같은 일이므로 각각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현 경제상황, 물가, 일자리 등 모든 게 어렵지만, 강원도는 21세기 가치와 환경, 평화, 문화의 시대와 주민의 생활과 연결시켜 삶의 질을 높여나가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그리고 남·북, 복지, 교육 등 도민이 행복한 강원도를 만들 것이며, 특히 접경지역, DMZ를 평화, 통일의 전초기지로 만들 것이다. 또한, ‘하나의 강원’, ‘강한 강원도’라는 슬로건으로 지역, 정치, 성별 등 차별을 두지 않고 인적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며, 권위주의 행정을 철폐하고, 도지사가 가장 밑에서부터 도정을 풀어갈 것이며, 특히 강제로 강요하지 않고 차분하고 치밀하게 진행해나갈 것이다. 강원도에도 충분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도지사인 제가 먼저 열심히 뛰면서 강원도에 사는 것에 자부심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다. 열심히 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