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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으로부터 삶의 넉넉함을 담아내다”

오관진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채움 그리고 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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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7호 왕진오⁄ 2011.06.20 11:50:19

미처 빚다 만 듯 한 투박한 막사발 세련미가 일품인 분청사기에서부터 세상의 모든 넉넉함과 온유함을 끌어안은 달 항아리까지 그의 작품에 들어있는 소재들은 우리네 삶과 친숙한 이미지들이다. 멋을 부린 것이 아니라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우리 조상의 얼이 가득한 것들이다. 작가 오관진이 화면에 주요 소재로 사용한 이 물건들은 그가 추구하는 울림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 할 수 있다. 비움으로 채워지고 다시 비워내는 순환의 과정들은 과거 전통적인 채색화나 한지 위에 필묵만으로 삶의 서사를 이야기 하던 작품들과 함께 오늘날 그 어떤 대상을 담아내는 작품에서도 반듯이 들어가야 하는 요소로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대상 들이었다. 오관진을 연상하는 단어는 달 항아리 였다. 그렇지만 다른 달 항아리와는 사뭇 다른 것을 작품을 바라보면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달 항아리 속에 그가 비움과 채움이라는 화두를 자신의 작업에 꾸준히 올려놓고 있는 것에 대해 "사람이 욕심을 취하는 것 때문에 현대 사회의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욕심을 비우는 것을 작품으로 보여주기 위해 달 항아리의 비움과 채움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고민하게 되었다." 했다. 이를 위해 그는 함지박, 도자기 등 우리 옛 것을 주요 모티브로 작업을 전개해왔다. 일상에서 사용되기 위해 도자기가 뜨거운 열을 이기고 균열의 상처를 보듬고 세상에 나와 무엇을 담아야 할지 사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그저 만들어진 그 크기대로 모든 것을 담는 것이라 했다. 새로운 것을 채우려면 반듯이 가지고 있는 것을 비워야 맑은 소리가 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4년 전부터 비움과 채움이라는 모티브로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오관진이 최근에는 어울림의 개념으로 다른 모티브를 화면에 들여놓았다. 문방사우와 뒤주에 올려놓아도 잘 어울리는 사방탁자 등이 등장한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하나가 되면 힘이 강하게 되는 방향으로 최근 작업의 변화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삶 속에서 들리는 우리의 맑은 울림 작가 오관진에게 울림은 삶에 대한 깊이를 통찰하는 명상이 강하게 나타나 보인다. 그 안에는 보편적 미의식과 한국적 정서를 아주 강렬하면서도 은은하게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모티브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을 찾기 위해 그는 박물관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아모레 퍼시픽, 리움미술관의 도자기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매번 보는 도자기이지만 볼 때 마다 그 안에 담겨있는 숨소리를 새롭게 느끼게 되어 작업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박물관의 도자기 앞에 서 있게 된다고 한다. 도자기에 매료된 그가 최근의 조화를 위한 다양한 모티브를 접목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세계 각국의 도자기에 관심을 가지려 한다고 했다. 한, 중, 일 도자기의 모양이 다르듯 유럽의 도자기들과 그리고 아랍권과 동남아 권에서 만들어진 도자기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것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한 그의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화가 오관진에게 작업은 자신의 평생 직업과도 같다고 한다. 여느 일반인들이 직장 생활을 하듯이 자신은 전시를 앞두고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밥 먹듯이 그리고 공기와 같이 호흡하는 것처럼 꾸준히 매일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작가로서 자신의 현재를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자기만의 화업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붓을 들고 화면을 채워가는 과정에는 복잡한 생각이나 상념이 들어갈 틈이 없는 것 이다. 한번 붓을 잡으면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집중하는 그는 부지런하게 실험하고 연구한 작가주의를 충실히 완수하기 위해 자기 자신과도 타협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지독할 정도로 부지런한 그의 작업에 대한 열정은 현재의 작업에 만족하지 않고 장인이 최고의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소리 없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오늘도 이른 새벽 붓을 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홍익대학교 및 동국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 오관진은 장은선갤러리, 예술의 전당, 관훈갤러리, 시립미술관 등에서 20여 회의 개인전을 펼쳤다. 화랑미술제와 이스탄불아트페어 등의 140여 회 그룹 기획전을 통해 작업을 선보인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한국미술대상전 우수상, 경향하우징 아트페어 대상 등의 수상을 하였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이사, 서울미협이사, 홍익대학교총동문회이사, 시공회 회장,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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