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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나 건강 칼럼]“비뇨기과 출입, 남성들만의 전유물 아니다”

비뇨기과 질환 앓는 여성 환자 늘면서 여성 전문의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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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9호 박현준⁄ 2011.07.04 13:27:24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2010년 8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표지는 탈레반에서 도망치다 붙잡혀 남편에게 코와 귀가 잘린 18세의 아프간 여성이었다. 19세기 이전에는 남자와 동등한 인간으로도 대우받지 못해 참정권조차 없었던 여성들이 이제는 한 나라를 대표하기도 하고, 말 한 마디에 정치, 경제의 판도가 달라지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도 하는 이 시대에 말이다. 다행히도 아프간 소녀는 올해 미국에서 성형 수술로 조금이나마 아름다웠던 모습을 되찾았다. 여성의 인권은 아직도 이렇게 극과 극이다. 사회의 발전은 여성의 참여가 얼마나 보장되는가와 비례해 변화돼 왔다. 인권까지는 아니지만, 여성에게 있어 의료계의 현실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1993년 모 일간지의 기사가 있었다. ‘다가오는 21세기에 참여 확대의 주체는 여성이 될 것이다’라고 시작하는 그 기사에 제시됐던 통계에서 당시 여의사의 수는 약 5000여 명으로 전체 의사 수 3만 여 명 중 15%를 차지하고 있었고, 소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 여성의 비율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의사면허를 취득한 여성의 수가 전체 의사 면허자의 20%를 넘었다. 의대강의실에서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비율이 반반이거나 역전되는 것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의사가 되는 그 언젠가에는 의사 면허자의 남녀 성비가 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의학계에도 그간 많은 변화가 있어왔고, 그 변화의 큰 부분 중 하나가 외과계 여성 의사의 ‘양적 성장’ 이다. 여기에서 ‘질적 성장’이 아닌 ‘양적 성장’이라고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아직 여성 의사들의 임상적·학술적 활동이 주로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일부분에 제한돼 있고, 전반적인 능력을 검증하기에는 숫자가 많지 않으며,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기대되는 역할과 그 활용 효과는 그동안 여자이기 때문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기간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뇨기과에서는 1999년 첫 비뇨기과 여성 전문의가 배출됐고,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은 비뇨기과 여성 전문의의 수가 24명에 달한다. 60년 이상 2000여 명 이상 배출된 전체 비뇨기과 전문의 수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숫자이지만 비뇨기과에서 여성 전문의는 그 역할 면에서 지금까지보다는 앞으로가 더욱 개발과 발전의 가능성이 많다. ‘비뇨기과’의 이미지는 ‘발기부전, 조루’ 등 남성의학 관련이 많아 이런 인식에도 불구하고 의사 성별에는 상관없다는 의견이 대부분 제한된 대상이기는 하지만 필자의 병원에 내원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았다. 그 결과는 흥미로웠다. 확실히 ‘비뇨기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남성의 성기, 발기부전, 조루’등 성에 관련된, 특히 남성의학에 관련된 것이 많았다. 그렇다면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이 본인의 증상을 가지고 여자 전문의에게 진료를 볼 수 있을 것인지 물어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전체의 54%가 실력 있는 의사라면 성별에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물론 여성 전문의가 요실금, 배뇨장애, 성기능 장애 등 여성의 심리적 특성상 이성 의사보다는 동성 의사를 선호하는 진료 분야에서 장점을 가지게 된다는 점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비뇨기과에서 여성 의사가 필요하게 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성 전문의가 한 분야에 편중돼 있는 것 또한 또 다른 차별의 시작이며, 큰 시야에서 비뇨기과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일이라고 본다. 외과계 의사로서, 비뇨기과 의사로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학문적 관심분야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비뇨기과 전반에 골고루 분포하면서 여성 전문의로서의 장점을 살려 비뇨기과라는 의과학의 한 분야를 학문적으로, 임상적으로 발전시키도록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일일 것이다. 비뇨기과 여의사들이 있는 지금의 자리는 어려운 결심과 선택과정을 거쳐 남성들 사이에서 치열한 자기 관리, 노력의 결실로 얻어진 것일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인가? 여성에게 여성임을 앞세워 여성 환자를 공략한다? 이건 당연하다. 앞으로는 이걸 한 단계 더 넘어 그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갈고 닦은 내공으로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유연함을 무기로 다양한 전공 분야로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혹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창조하는 것이 사실은 더 성공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꾸준히 여성 전문의들이 배출돼 더 많은 여성 전문의들이 생기고 개원가에서도 성공적인 롤 모델이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 10년 후, 20년 후 비뇨기과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여성이어서 비뇨기과를 하지 못한다는 것도 핑계임이 이미 증명돼버렸다. 돌이켜보면 의료계에서 남자 의사들만 있는 몇 안 되는 임상분야였던 비뇨기과에 여성 의사가 진출한 것조차도 편견을 깬 발상의 전환이었다. 지금 비뇨기과를 전공하고 있는 여의사들도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하기 위해 과감히 편견을 깨고, 꿈을 위해 전진하는 결단력과 용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많아질 비뇨기과의 여의사들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선한 창의력과 실력과 지혜를 갖춘 내실 있는 성장으로 비뇨기과 분야와 의학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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