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 박용덕 기자 cnbnews@naver.com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이 6월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자신의 자전에세이 ‘김정길의 희망’ 출판기념회를 통해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6월 28일 CNB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을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렀던 데 기인해 ‘부산 왕바보’라고 일컬지는 김 전 장관은 정치적 기반이 부산임에도 불구하고 광주에서 치러진 출판기념회에는 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 정세균 전 대표, 박주선 최고위원 등 10여명의 전.현직 국회의원과 전국에서 참석한 지지 모임 회원 2만 여 명이 ‘김정길’을 연호하며 사실상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한 바 있다. 김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지난 10여 년간의 정치 공백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유력 대권 후보들의 정체되어 있는 지지율에 빗대 “(자신이)지지율의 확장성에서 차별성이 있다”며 호남에서의 지지세 확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김 전 장관은 “민주당의 2012년 대선 승리를 위해 우리가 가진 표 위에 더 많은 표를 가져 올 수 있는 ‘표의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며 “지난해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약 45%를 득표해 그 확장성을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 ‘부산 왕바보’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지낸 뒤 확실한 당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가 낙선하자 국민들이 붙여준 별명이 ‘바보 노무현’이었다. 그리고 국민들은 그 ‘바보 노무현’을 ‘대통령 노무현’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보다 김정길이 더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해서 붙여준 별명이 ‘왕바보’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은 중간에 종로구로 지역구를 한번 옮겨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지만, 김정길은 20년 넘게 단 한 번도 부산을 떠나지 않고, 그렇다고 ‘민주당’이란 간판을 포기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지역주의와 맞서 싸웠다고 해서 붙여준 별명이다.” -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행보에 대해 많은 지적을 해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정치철학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정치인 박근혜’에게 도대체 어떤 정치적 업적이 있다는 말인가? 나는 박근혜 전 대표가 중요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 외에 어떠한 정치적 장점이나 정치철학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박 전 대표의 중요한 정치적 행위는 세종시 백지화에 반대한 것과,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천막당사를 지킨 것 외에는 없다. 박 전 대표가 지금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는 철저한 계산에 의해 ‘한 마디 정치’로 얻은 어부지리일 뿐이다. 나는 지금도 박 전 대표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찬성하는 것인지 반대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남북관계에 대한 정치철학도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것인지, 이명박 정부의 남북대결 구도를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 지도자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정치 현안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철학도 없다는 것,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나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고, 집권하면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다. 나는 남북관계의 회복, 남북 경제협력, 나아가 북한을 거쳐 중국과 러시아,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물류와 자원 외교야말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민주당 내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인 손학규 대표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정치인은 그 사람의 개인적인 인간성을 떠나 그 사람이 걸어온 정치 인생과 그 사람이 가진 정치철학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그 사람의 정치적 삶과 정치 철학이야말로 그 정치인의 정체성이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바로 손학규 대표의 정체성 문제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장관을 하고 경기지사도 하고 그리고 대선 후보로까지 나섰다가 대선 후보 중 3위를 하니까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민주당에 입당한 사람이다. 민주당에 입당하기 바로 직전까지 노 전 대통령을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니 뭐니 하면서 인격적인 모욕까지 줬을 뿐만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등 정통민주세력들이 지향하던 정치철학을 깡그리 부정하던 분이다. 그런 과거경력과 정치철학을 가졌던 사람이 민주당으로 와서 민주당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하고,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되려고 한다. 60년 정통의 민주당역사를 훼손할 수 없다. 민주당의 노선이 있고, 한나라당의 노선이 있다. 그 노선은 필요에 따라 바꿔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대권을 바라보는 사람의 경우는 더 그러하다. 민주당이 정체성의 위기를 초래해선 안 된다 생각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자기 편리에 따라 정당을 달리하고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정치 지도자에 대해 국민들은 존경하는 마음을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믿고 따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20년 넘는 세월, 정통민주세력의 맥을 이어왔고,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싸워온 나로서는 당연히 손 대표의 정체성 문제를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 내년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하겠다고 했는데 만약 지지율이 생각보다 저조하다고 하더라도 대권도전 의사는 변함이 없는가. “내년에 부산에서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당에서 비례대표를 준다고 해도 나는 거절하고 부산에서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 한 사람 부산에서 당선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과 경남에서 민주당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지금 나는 지지율이라고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 선거 관련 조사 대상에 내 이름이 등장도 하지 않고 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요즘의 사회적 분위기는 인지도와 지지율은 순식간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지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정치인 김정길이 살아온 그동안의 정치적 행적과 능력에 대해 알게 되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실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지지율 급상승의 기운은 변화를 바라는 민주당 내에서부터 시작되어 전 국민으로 확산될 것이다.” - 지난 출판기념회에서 “대한민국을 ‘모든 국민을 위한 행복한 집’으로 만들고 더 이상 눈물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는 구체적인 대안은… “‘눈물 없는 대한민국’은 내가 직접 경험한 생생한 체험에서 우러난 표현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부산의 당감동 어느 독거노인 집을 방문했다가, 나는 샘솟듯이 터져 나오는 눈물 때문에 그날 하루 종일 모든 선거 일정을 취소하고 하루를 쉰 적이 있다. 그 독거노인은 개똥냄새와 막걸리 냄새가 가득한 움막같은 버려진 폐가에서 개 몇 마리와 살고 있었는데, 정말 사람 사는 게 아니었다. 집안 곳곳에 개털이 굴러다니고, 이불이며 입은 옷이며 때에 찌들었는데 그 속에 해골 같은 모습으로 한 노인이 누워 있었다. 그 걸 보는 순간, ‘아, 이건 내가 정치를 잘못한 결과구나’ 싶은 생각에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어떻게 멈출 방법이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제대로 해서 국민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눈물 없는 대한민국’은 그렇게 내가 직접 흘린 눈물 때문에 만들어진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