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가면, 검은 망토 차림으로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고 어김없이 ‘Z’ 이니셜을 새기고 사라지는 스페인 출신 영웅 ‘조로’가 한국 버전으로 새롭게 옷을 입는다.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 대작 ‘조로’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뮤지컬전용극장 개관 작으로 선정돼 11월 4일 국내 초연된다. 인기 밴드 집시 킹스의 음악으로 남미의 열정을 불태울 뮤지컬 ‘조로’는 2008년 7월 15일 런던 웨스트엔드 게릭시어터에서 초연돼 8개월 만에 런던에서만 31만 명이 관람하고, 1100만 파운드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듬해 ‘영국의 토니상’으로 불리는 로렌스 올리비에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안무상, 조연상(수상) 등 5개 부문에 후보로도 오르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조로’의 국내 초연이 큰 관심을 끈 이유는 뮤지컬 톱스타 조승우가 ‘지킬 앤 하이드’의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라는 데 있다. 조승우는 스페인 귀족 청년 디에고와 영웅 조로로 1인 2역에 캐스팅됐다. 그는 8월 말 영화 ‘퍼펙트 게임’의 촬영을 마치고 ‘조로’ 연습에 합류한다. 조승우는 7월 1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조로’ 제작발표회에서 “조로는 배우로서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10년 전에 박칼린 음악감독이 ‘승우는 조로 같은 역할을 하면 잘할 것 같다’고 말한 적도 있다. Z 이니셜도 좋아해서 군대 명찰에 내 성(조)을 ‘Cho’가 아닌 ‘Zo’로 바꾼 적도 있다. 오랜 친구 조정은, 최재웅, 문종원 등과 함께하게 돼서 더욱 기쁘다”면서 출연 소감을 밝혔다. 조승우와 함께 조로 역을 맡은 미남 배우 박건형은 “‘햄릿’ ‘삼총사’에 이어 또 다시 칼을 잡게 됐다”며 “기존 작품보다 퀼리티 높은 무술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각오를 말했다. ‘영웅’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그는 “영웅이 하는 행동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길에서 담배 피우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도 영웅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이라면 그 친구들에게 맞아도 덜 아프겠지만(웃음). 그런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은 모두 영웅이다”고 생각을 밝혔다. 조승우, 박건형의 조로와는 다른 조로를 보여줄 일본 극단 시키 출신 뮤지컬 배우 김준현은 “내가 영웅이 된다면 세상의 뒤틀린 것을 모두 다잡고 싶다”며 “공연 전까지 대본을 보면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서 조로에 접목시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로’의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스완은 “(1919년에 태어난) 조로는 우리에게 첫 슈퍼 히어로다. 그는 재치와 총명함을 동시에 가진 매력적인 인물”이라며 “뮤지컬 ‘조로’에는 집시 킹스 음악과 훌륭한 캐스트 외에도 흥미로운 게 많다. 마술, 결투, 플라맹고, 그 밖의 많은 춤이 나온다.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조로’의 송한샘 프로듀서는 “전 세계에 20여개의 ‘조로’ 프로덕션이 있지만, 그중 한국 공연만 지역성에 맞게 자체적으로 바꾸도록 허락받았다”며 “한국의 ‘조로’는 한국인의 감수성을 100% 반영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