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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오래 살기’와 ‘빨리 안 죽기’ 중 어느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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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5호 최영태⁄ 2011.08.19 07:53:11

‘검은 백조(블랙 스완)’란 새로운 개념을 내놓아 ‘월가의 새로운 현자’란 칭송을 얻은 나심 탈레브라는 사람이 있다. 그가 블랙 스완 개념을 정립하는 데는 자신의 건강 경험이 큰 계기가 됐다.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가족 중에 후두암 병력도 없는데 30대 젊은 나이에 후두암 진단을 받았던 것이다. 다행히 일찍 암을 떼어내 건강을 지켰지만 그는 이후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나타나는 위험’이란 개념을 파고든다. 15년 정도 연구 끝에 그는 ‘블랙 스완’이란 책을 내놓았고 세계적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려놓았다. 블랙 스완 개념의 핵심은 ‘재앙은 예측할 수 없고 피할 수 없으므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블랙 스완이 나타났을 때 죽지 않을 대비를 미리 해놓는 것일 뿐’이라는 깨달음이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그는 월가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옵션 투자를 한다. 1년 365일 동안 거의 매일 ‘돈을 잃는 투자’ 방식이다. 그는 매일 조금씩 돈을 잃고 매일 조금씩 돈을 따는 상대방은 희희낙락한다. 그러나 몇 년에 한번 정도씩 세계 경제는 반드시 크게 출렁인다. 9.11 사태, 2008년 세계금융 사태, 현재의 미국 소버린 쇼크(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세계경제 충격) 등이다. 이렇게 증시가 크게 흔들릴 때 그는 단숨에 그간의 손해를 몇배로 보충하는 한몫을 쥔다. 그래서 지금 그가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펀드만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그의 투자방법은 보통 사람에겐 거의 불가능하다. 매일 피를 조금씩 흘리면서 크게 먹을 그 날(언제 올지 모르는)을 기다리는 방식은 인간의 본성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설사 나중에 크게 잃더라도 매일 조금씩 이익을 보는 투자방식이 훨씬 속 편하고 하루하루가 즐겁다. 이런 철학을 그는 건강에도 적용한다. ‘뭐뭐 하기’ 전략보다는 ‘뭐뭐는 안 하기’ 전략이 장수를 위해서는 더 좋다는 깨달음이다. 예컨대 매일 비타민-건강식품을 꼬박꼬박 챙겨먹고 칼로리 계산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다고 암 선고가 피해지는 것은 아니며 평소 완벽하게 건강을 유지하던 사람이 싸움판에 휘말리거나 건널목에서 조심하지 않으면 변을 당하기 쉽다. 뭐뭐 안 하기 전략은 정반대다. 먹는 거나 운동은 기본적으로 내키는 대로 한다. 먹고 싶으면 폭식하고 먹기 싫으면 며칠 굶는다. 단 하나 꼭 지킬 일은 ‘죽을 위험이 있는 일’을 철저히 피하는 것뿐이다. 절대로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건널목에서는 조심하며, 비오는 밤에는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 되도록 큰 차(버스나 지하철)를 탄다. 이러면 비명횡사할 가능성이 뚝 떨어지며, 암 같은 블랙 스완을 피할 수는 없지만 타고난 수명을 지키는 데는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최근의 한국 증시-경제를 보면서 그의 말이 생각난다. 한국은 항상 자기자랑에 정신이 없는 나라다. ‘한국이 제일 잘났다’ 노래를 쉬지 않고 불러댄다. 그러다가 이번 소버린 쇼크 같은 걸 당하면 잠시 ‘외국자본의 일시-대량 유출을 막을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고 곡조를 바꾸는 듯하지만 며칠 지나면 또 ‘한국이 제일 잘났다’로 돌아간다. 한국도 이제는 전략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뭐뭐 하기’ 전략을 집어치우고, 죽지 않기 위한 ‘뭐뭐만은 하지 말기’ 전략을 세워야 국민의 비명횡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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