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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상, 흙은 영원히 함께 가야할 동반자

대중과 소통하고 끊임없이 노력·실천하며 움직이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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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6호 김대희⁄ 2011.08.22 10:25:06

우리 주변에서 가장 자연적인 것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 그 중 하나가 바로 ‘흙’이 아닐까 한다. 인간을 포함해 지구상에 살아있는 많은 생물들에게 흙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전문적으로 풀이하면 흙은 농학 및 토양학에서 특히 토양이라 불리는 것으로 단단한 암석과 구별되며 지각의 최상층부에 있는 팽연한 물질. 바위가 부서져 가루가 된 것이다. 암석이나 동식물의 유해가 오랜 기간 침식과 풍화를 거쳐 생성된 땅을 구성하는 물질로 크기나 성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너희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라는 말이 떠오르듯 임옥상 작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흙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았다는 생각에 이처럼 흙의 정의를 한번 짚어봤다. 흐린 하늘에 비가 오락가락 하던 8월 초 어느 날 이른 아침 평창동 임옥상미술연구소를 찾았다. 예전보다 더 젊어진 모습을 보이는 그는 개인전 준비로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여느 전시보다 더 집중하고 공을 들이며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이 젊음을 다시금 불러들였나보다. 이번 개인전은 무려 8년 만에 여는 전시였기 때문에 그도 많은 고민과 준비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토탈아티스트로 불린다. 회화, 조각 그리고 설치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의 조형언어를 통해 사회적 이슈를 다루며 예술의 공공성을 확립시켜 온 작가다. 그가 보낸 지난 8년이라는 세월을 단 몇 시간만으로 다 들을 수는 없었지만 어떻게 지내왔는지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는 있었다. “2003년 이후 처음 여는 전시예요. 그동안 2~3년마다 전시를 열어왔는데 꽤 오랜 시간 잠시 일탈을 한 거죠. 본래 예술이 가진 게 일탈이에요. 자유를 향한 인류의 소망이기도 해요. 결국 사람들은 예술에 목말라하는데 직접 사람들을 찾아나선거죠.”

그는 전시장을 떠난 8년 동안 공공미술에 매진해왔다. 일명 ‘벽 없는 미술관’ ‘공공미술을 향한 외침’으로 세상을 캔버스 삼아 작업했다. 그가 추구하는 공공미술은 일반적으로 공간을 점유하는 형태가 아닌 공간에 끼어들기다. 주변에 이질감 없이 그 공간에 맞는 작품으로 자신의 작품을 봐달라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작업한다. 때문에 재료도 흙 뿐 아니라 쇠나 돌로도 만든다. 누구의 작품, 즉 임옥상 작품이다가 아닌 그 지역 공간에 맞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작업 한다. 결국 만지고 함께 즐기는 작업이 그의 공공미술이다. 지자체와도 함께 일을 했다는 그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상업적이고 많은 문제가 내재된 부분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공공미술하면 특히 벽화를 많이 그리는데 제대로 된 관리가 되지 않아 1년만 지나도 색이 변하고 훼손되면서 나중에는 거리를 오염시키기도 한다는 예를 들었다. 공공미술은 말 그대로 공공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작가로서 작업하는데 존재하는 갈등과 함께 이는 영원한 딜레마라고 얘기했다. 8년 만에 미술작품으로서의 흙을 안고 돌아오다 이처럼 그가 못 다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돌아온 곳이 바로 전시장이다. 이번 전시는 8년 동안 준비하고 기다려온 작가로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기회이자 그를 궁금해 하는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는 자리다.

“공공미술은 어느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대중 모두를 위한 중성적인 성향으로 함께 즐기며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하지만 개인전은 실험적이고 내가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또한 전문가들에게도 보이며 그들을 설득해야 하는 점도 있죠.” 그가 준비한 이번 전시에 주제는 물, 불, 철, 살, 흙이다. 그동안 흙에 매진해온 그가 이번에는 흙만을 내세우지 않았다. “전시 주제에 있는 것들은 모두 제가 다루는 재료들이에요. 흙 전시를 하고 싶었는데 있는 그대로의 흙만을 연상하게 될 것 같았어요. 사실 흙 속에 모든 게 들어가 있자나요. 살이 이번에 처음 들어갔는데 구제역을 보며 떠올렸어요. 살아있는 생명들을 땅에 매장하면서 흙으로 덮는 모습을 보며 생명에 대해 절실하게 생각했죠. 결국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들어가는 거죠. 지구의 살 또한 흙이 아닐까요.” 그의 처음 소재는 땅이었다. 땅은 우리의 국토고 분단의 아픔을 가진 오랜 역사와도 같다. 현재는 부동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땅은 사회적이며 역학적인 느낌이지만 흙은 미적 느낌에 가깝다는 게 그의 말이다. 미술은 물질적 대화라고 말하는 그는 땅에서 흙으로 구체적인 소재를 잡았다. 물감보다 흙을 더 즐겨 쓰며 처음에 점토로 작업을 했고 즐거웠다고 한다. 점토를 그대로 전시할 수 없어 한지를 썼으며 흙과 한지의 궁합이 잘 맞았다고 한다. 점토는 재료일 뿐 흙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후 직접 땅을 찾아가 논밭에서 작업도 했고 흙을 전시장으로까지 가져가고자 하는 마음에 직접 흙으로 전시도 했었다. 하지만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보였을 뿐 미술작품으로 다가가기 힘들었다. 결국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흙을 끌고 전시장으로 들어왔으며 누가 봐도 작품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흙을 번안한거나 마찬가지지만 흙의 냄새 등 모든 속성을 최대한 많이 유지하는, 살아서 숨 쉴 수 있게끔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미술작품으로서 형식과 내용이 맞아떨어지게 됐다는 얘기다. 이처럼 흙을 연구하면서 실패도 많이 맛본 그는 건축적인 기법에서 해답을 찾았다. 건축용어로 흙다지기와 미장 방식이다. 건축가들도 함께 만들기도 하면서 건축적인 기법과 미술이 합쳐진 작품을 만들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여 생명의 숨소리가 메말라가는 도시에 흙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는 그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며 우리 문명에 흙 한 덩이를 꼭 부각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미술이 전유물이나 사치품으로 전락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미술은 삶과 역사와 문화 그리고 존재에 대한 고민과 갈구이지 물건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흙과 함께 살고 죽을 정도로 더 연구하고 실험할 계획이라는 그는 “나는 동사다”라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실천하고 노력하는 예술가의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8월 26일부터 9월 18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8년 만에 돌아온 그의 전 예술관을 짚어 보고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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