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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뮤지컬이 궁금하면 물어 보세요”

공연 콘텐츠 배급 전문 회사 떼아뜨로 김지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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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6호 이우인⁄ 2011.08.22 10:26:27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 ‘잭더리퍼’ ‘삼총사’ 등은 국내에 소개된 지 불과 2~3년 만에 인기 뮤지컬로 자리를 잡은 작품들이다. 국내 공연계를 오랫동안 장악하던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뮤지컬이 휘청거릴 정도로 이들의 등장은 한국 관객에게 신선함을 뛰어넘어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왜 이토록 소위 ‘대박’ 뮤지컬들이 지금에서야 한국에 들어오게 된 걸까? 이웃 나라 일본에서 유럽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뮤지컬처럼 하나의 레퍼토리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일본의 소식에 빠른 한국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공연 배급 전문 회사 떼아뜨로의 김지원 대표(38·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는 이에 대해 속 시원히 밝힐 수 있는 인물이다. 한국에 소개된 비영어권 유럽 뮤지컬 전부가 그녀를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떼아뜨로는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 ‘잭더리퍼’ ‘삼총사’ ‘클레오파트라’ ‘햄릿’ ‘드라큘라’ ‘오즈의 마법사’ 등의 한국 배급과, ‘클레오파트라’ ‘드라큘라’ ‘삼총사’ ‘잭더리퍼’의 아시아 독점 배급을 맡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지원 대표는 호탕한 여장부 스타일이었다. 2006년에 처음 도전한 뮤지컬 ‘드라큘라’로 고배를 마셨지만, 바로 재기에 성공한 그녀다. 그녀가 부대표로 있는 EMK와 대표로 있는 떼아뜨로는 오랜 역사를 지니진 않았지만 현재 업계로부터 주목받는 거물이 됐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말고’하는 식의 겁 없이 덤비는 김 대표의 저돌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은 오늘날의 그녀를 있게 했다. - 공연 배급 일은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드라큘라’를 실패한 이후 엄홍현 EMK 대표와 함께 간 체코에서 체코 측 저작권 협회장과 만나면서부터 관심을 갖게 됐다. ‘드라큘라’ 프로듀서이기도 한 그 협회장은 그 해에 프라하에서 히트한 작품 전부에 대한 저작권을 우리에게 줬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공연 배급 일을 정식으로 하는 회사가 없었다. 나는 공연 관련 학과 출신도 아니고(김 대표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공연 제작 쪽은 오래 전부터 이미 잘하는 분이 많기 때문에,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배급을 하게 됐다. 한국 공연계는 3분의 1이 배우 출신, 3분의 1이 스태프 출신, 3분의 1이 공연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 이렇게 나뉜다. 이들 가운데 공연을 비즈니스로 보고 덤비는 사람은 별로 없더라. 대학로 등에는 뮤지컬 업계가 상업적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뮤지컬은 순수예술이 아니다. 반은 상업적, 반은 문화적인 대중예술이다. 그래서 한 쪽으로만 치우쳐선 안 된다. 문화예술의 기반을 닦는 사람이 있다면, 나처럼 뮤지컬 분야를 사업적으로 확장시키는 사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공연 출신이 아니라는 편견 때문에 힘들었지만, 오히려 공연계의 편견이 그런(사업적) 틈새를 잘 보게 하고, 이처럼 단기간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했다.” - 엄홍현 대표와는 어떤 인연이 있는지 궁금하다. “엄홍현 대표로 인해 뮤지컬 일을 시작했다. 엄 대표와 나는 너무 다르다. 그래서 처음엔 서로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함께한 지도 8~9년차가 되니까 ‘다르기 때문에 같이 해올 수 있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 떼아뜨로가 대한민국 최초 공연 콘텐츠 배급 전문 회사인가? “개인이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떼아뜨로가 처음인 것으로 안다. 해외에서 공연을 보다 보니 어느 순간 한국 공연의 수준이 대단해졌다는 사실을 느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한류문화가 유럽에서 인정받았듯이 우리 공연도 해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 공연계는 자신들이 만든 공연이 해외에서도 잘 팔릴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공연을 해외에 수출하는 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기회가 되면 그 일을 내가 하고 싶었다. 아무리 좋은 공연도 사고파는 데 절차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중간에 흐지부지되기 마련이다. 떼아뜨로는 그 중간 단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2007년부터 꾸준히 작업해온 ‘햄릿’의 저작자와 올해 드디어 아시아 판권 계약을 한다. 곧 한국 버전 ‘햄릿’이 일본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일본 배우와 연출가도 이미 세팅된 단계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과 연극 ‘라이어’도 해외 배급 일을 공식적으로 의뢰받았다. 이런 의뢰는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들어올 것이다. 어느 정도 세팅만 잘 해 놓으면, 대학로 공연의 판권 관리를 우리가 전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공연 콘텐츠 계약 대행을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내 꿈이다.” - 외국에도 이런 종류의 회사가 있나? “미국에는 MTI라는 곳이 있다. 또 신시컴퍼니와 설앤컴퍼니가 주로 같이하는 RUG라는 회사도 있다. RUG는 우리나라로 치면 싸이더스처럼 많은 연예인을 보유하면서 제작도 맡는 대기업이다.” -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공연이 아닌 생소한 유럽 정통 뮤지컬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다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는 수십 년간 해온 사람이 있으니 우리가 뒤늦게 들어가 봤자 비전이 없었다. 그래서 아직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유럽 뮤지컬로 눈을 돌렸고, 여기에는 일본 유학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한국 문화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 일본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는 유럽 공연이 20년 전부터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공연보다 더 잘 되고 있고, 하나의 레퍼토리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있는 유럽 뮤지컬은 프랑스 뮤지컬이 고작이었다. 또 우리가 유럽 공연을 한국에 소개한 시기 역시 잘 맞아 떨어졌다. (유럽 뮤지컬을) 너무 일찍 가져왔으면 길만 닦고 끝났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 관객이 새로운 콘텐츠를 원할 때 선보인 유럽 공연이 때마침 먹혔던 거다.” -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 ‘잭더리퍼’ 등 유명 뮤지컬이 한국에 소개되기까지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나? “제일 힘들었던 작품은 ‘모차르트!’다. ‘모차르트!’를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었다. 나는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나 자신과의 갈등이 더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를 만족시켜주는 작품이 ‘모차르트!’였다. 처음엔 ‘모차르트!’ 작가인 미하엘 쿤체 씨와 친분이 있는 체코의 저작권 협회 이사를 통해 메일 주소를 알게 됐고, 쿤체 씨한테 ‘‘모차르트!’를 너무 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을 여러 번 보냈다. 그런데 답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비엔나에서는 작품을 주느냐 마느냐 하는 권한이 작가가 아닌 비엔나극장협회(VBW)에 있다더라. 그리고 이미 한국의 수많은 제작사에서 접촉이 있어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비엔나에서는 한국과 한 번도 거래를 한 적이 없어서 고민하던 중이었다. 비엔나극장협회 메일 주소를 알게 된 나는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던 사람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일 년을 보내도 연락이 없었다. 그러다 방법을 바꾸기로 했는데, 일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었다. 왜냐면 일본은 비엔나와 10년 넘게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쪽 관계자에게 비엔나극장협회에 나를 추천해줄 수 없겠느냐고 이야기했다. 일본 측은 ‘추천해줄 수는 없지만, 그들을 만날 자리 정도는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이후 일본 공연장에서 ‘모차르트!’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씨와 VBW 대표를 만났다. 그때 일본 관계자가 나를 ‘내가 아는 친구야’라고 소개해줬다. 그의 말 한 마디는 내게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기뻤다. VBW 대표도 일본 관계자의 말을 듣고 마음을 활짝 열었다. 대표가 명함에 자신의 주소를 적어주면서 이번 달에 비엔나에 올 수 있겠느냐고 묻더라. 알고 보니 그 대표는 그해 12월 초에 VBW를 퇴임하기로 돼 있었다. 그는 ‘내가 이번 해에 VBW를 그만 두는데 당신이 비엔나로 오면 (관계자에게) 소개시켜줄게’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달 비엔나로 갔다. VBW에 갔더니 1년 동안 내 메일을 무시했던 담당자가 앉아 있더라. 그와 그날 바로 MOU(업무협약)를 맺고 계약을 하게 됐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모차르트!’는 내게 운명 같은 작품이다.” - 떼아뜨로는 뮤지컬 배우 에이전시(뮤지컬 배우 김승대, 박은태, 류정한, 뮤지컬 음악감독 이성준이 소속돼 있다)도 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에이전시 업무는 김승대 씨가 내게 개인적으로 부탁하면서 시작됐다. 승대 씨가 어느 날 밤에 날 찾아와서 ‘일반 연예 기획사에 들어가기는 싫고, 혼자서 하기는 힘들고, 도와주면 안 되겠느냐’고 하더라. 처음엔 내가 내 인생도 매니지먼트하지 못하는데, 남을 어떻게 도와줄까 싶어서 거절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하기로 했다. 일반 연예 기획사와 같은 매니지먼트는 아니지만, 그에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연 콘텐츠를 관리하듯 말이다.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결정하는 데 상의하고, 중간에서 계약을 대신 해주는 업무다.” - 그럼 사적인 일은 터치하지 않나?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에이전시도 하다 보니 매니지먼트 성향이 생기더라. 원래는 배우가 아니라 작업자에 대한 에이전시를 하고 싶었다. 공연 콘텐츠를 배급할 때 작가와 작곡가에 대한 관리도 해야 하는데, 에이전시에서 그들을 관리하면 법적인 부분을 순조롭게 조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힘들더라. 스태프들은 나를 떼아뜨로 대표가 아니라 EMK 부대표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떼아뜨로 소속이 되면 EMK가 아닌 다른 제작사랑 작업할 때 어떤 장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딜레마에 빠진 적도 있다.” - 아직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한국 관객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 있다면 귀띔해 달라. “EMK가 판권을 가진 작품 가운데에는 풀어놓지 않은 작품이 더 많다. ‘모차르트!’를 가장 먼저 소개한 이유는 모차르트 캐릭터가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레베카’ ‘댄스 오브 뱀파이어’ ‘마리 앙투아네트’ ‘로빈훗’ 같이 유럽의 성향을 가진 작품을 차례대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 독일에서 가장 히트한 ‘엘리자벳’이 내년에 한국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그 중 내가 가장 해보고 싶은 작품은 ‘카르멘쿠바나’다. 중극장 사이즈의 공연인데, 독일어권에서만 공연된 작품이다. 일본에서도 아직 안 했다. 그래서 더욱 더 하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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