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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교수의 메디컬 40년 에세이 ⑬]우울증과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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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6호 박현준⁄ 2011.08.22 10:48:58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인간은 누구나 시한부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특별한 질환이 없다면 죽음이 자신에게도 온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이는 어쩌면 인간이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자살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10 보건의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자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우울증이 심해져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교육으로 인한 것이다. 후자는 아랍권의 자살폭탄 테러가 대표적이다. 어려서부터 종교적·정치적 신념을 어려서부터 주입 당해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도 못할 ‘폭탄 휴대 돌진’을 하는 젊은이들…. 정녕 이들은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았을까?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가미가제 특공대, 즉 미국 전함을 향해 목숨을 버리면서 전투기와 함께 돌진한 군인들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조직이나 국가를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사람들, 이들은 정신적으로 죽음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건가 아니면 모태신앙과도 같은 것인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은 양상이 매우 다양하다. 사업이 망해 큰 빚을 져서, 가족 간의 큰 문제로, 사회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학교 성적이 나빠져서, 부모가 결혼을 반대한다고, 심지어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인터넷에서 자살 동호회를 만들어 함께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남이 보기에 ‘저 사람은 뭐가 부족해서 자살을 했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되는 자살도 있다. 걸린다고 바로 죽는 ‘몸의 병’은 요즘 드물다. 반대로 마음의 병(우울증)에 걸린 사람 중 15%는 자살한다니 마음의 병이 훨씬 무섭다. 이 같은 경우들은 거의 모두가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우울증은 신경정신 질환의 하나고, 대표적인 기분 장애에 속한다. 불행을 겪는 사람이 많지만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은 그 중 극히 일부다. 우리는 자살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 뒷이야기를 확인하고 화제에 올린다. 성 상납을 강요당한 연예인, 회계 부정을 조사받던 대학교수, 검찰 조사를 받던 피의자 등 여러 상황이 그들을 막다른 코너로 몰아간 건 사실이지만 목숨까지 버린 것은 여기서 유래된 우울증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울증은 사람들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한 두 번은 겪고 지나간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출산 후 우울증, 폐경기 우울증 등이 대표적이지만 남성도 아주 가벼운 증세부터 심한 증세까지 한 번씩은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 심한 우울증은 정신적으로만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잠이 안 오는 등의 증세가 오면서 가슴통증, 복통 등 육체적 증세도 수반된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심정이 들 정도로 괴로워지는 것이다. 우울증을 일으킨 원인이 제거돼도 우울증이 계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처럼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한 연구팀이 자살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모두 자살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나고 후천적으로 좋지 못한 환경이 자극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다른 질병을 악화시키거나 치료를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하버드 의대에서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당뇨병을 앓는 사람이 우울증도 앓고 있을 경우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두 배라고 한다. 게다가 우울증은 식욕을 떨어뜨려 규칙적인 식생활을 방해하고 스트레스 탓에 순간적인 폭식을 유도해 비만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울증은 다른 질병의 합병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에게 우울증 치료가 함께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여성의 25%, 남성은 10% 정도가 우울증을 겪을 만큼 흔하다. 흔히 ‘마음이 걸리는 감기’라고도 한다. 그런데 감기보다 지극히 위험한 것은 15%가 자살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치료가 비교적 쉽고 완치율이 높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치료 시도와 주변의 도움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둘 일이다. ‘문명 질병’ 비만 석기시대에는 당분, 지방, 염분의 결핍이 건강에 해가 됐다면 오늘날에는 과잉섭취가 건강을 악화시킨다. 패스트푸드처럼 칼로리 높은 음식이 일상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비만이란 지방이 몸에 축적돼서 건강에 이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수명도 단축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비만은 보통 사람들도 쉽게 측정할 수 있다. 간단한 기계로 측정이 가능하지만 자신의 체중과 키만 알아도 계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비만이면 뚱뚱해 보여 안 좋고 생활습관병들을 악화시켜 해롭다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미국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정말로 심한 비만이 어떤 것인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10여 년 전 국제선을 탈 때 비행사에 잘 아는 분의 배려로 처음 일등석에 타본 경험이 있었다. 좌석이 넓고 정말 편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정말 뚱뚱한 부인이 남편의 부축을 받으면서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그 넓은 자리가 꽉 차는 것이었다. 나는 빈자리로 옮기고 싶었으나 그 부인에게 실례가 되는 것 같아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 부인만 남겨 놓고 남편은 이코노미 좌석으로 돌아갔다. 부자라서 일등석을 탄 것이 아니라 일등석이 아니면 앉을 수 없는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 부인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자신은 어려서부터 다소 비만이었는데 성인이 되면서 점점 심해졌다는 것이다. 식사 조절을 하는 등 노력도 해봤으나 소용이 없다면서 한숨을 쉰다. 내가 ‘운동은 해봤냐’고 묻자 너무 뚱뚱하니까 걷는 것조차 힘들다는 대답이다. 가는 동안 잠이 들었는데 하마 물먹는 소리를 낸다. 미국에선 이 같이 뚱뚱한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의자를 두 개 겹쳐놓아야 앉을 수 있는 비만자는 병원에서 복부 수술을 할 때도 의사를 매우 괴롭힌다. 복부를 절개하고 장에 도달하려고 해도 지방층이 많아서 쉽지가 않다. 미국 식당에서 심하게 비만인 사람들이 혼자서 큰 사이즈의 피자 한 판을 거뜬히 먹어 치우고 후식까지 먹는 모습을 종종 봤다. 오죽하면 심한 비만에 위 절제 수술까지 하겠는가? 한국에는 이렇게까지 비만이 심한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요사이 어린이 비만이 증가되는 현상을 보면 우리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성인 비만은 세포가 커지는 것이지만 어린이 비만은 세포 숫자가 늘어나는 것. 늘어난 세포가 성인이 돼 커지면 치료 힘들어. 어린이 비만은 성인 때 갑자기 생기는 비만과 달리 비만을 일으키는 지방세포의 수도 증가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증가한 세포가 성인이 돼 커지면 치유도 잘 안 된다. 비만은 당뇨나 심장질환 등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복부 비만이 심하면 척추의 곡선이 없어지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가슴은 안으로 쳐지고 잔등은 뒤로 나가 둥근 모양을 하게 된다. 설사 비만을 극복해도 허리통증, 어깨통증 등에 시달리게 된다. 여성들이 임신했을 때 그리고 출산 후에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임신 5개월 정도가 되면 배부른 정도가 배꼽 위로 올라간다. 심한 비만과 비슷한 신체 모양이 되는 것이다. 자라나는 어린이의 식사습관과 신체 디자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심한 비만은 약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식사조절이나 운동으로도 쉽게 비만 조절이 안 된다. 우리 몸은 오랜 진화의 결과로 탄수화물만 섭취해도 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되므로 일단 저장된 영양소를 사용하려면 많은 일과 운동을 해야 한다. 지금은 고칼로리 음식이 주변에 넘쳐난다. 그러므로 비만과 관련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먹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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