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꽃, 국화꽃. 그 은은한 향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사랑과 이별을 다룬 연극 ‘국화꽃 향기’도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국화꽃 향기’는 한결같은 해바라기 사랑을 보여주는 승우와 병에 걸린 미주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김하인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배우 고(故) 장진영-박해일 주연의 영화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국화꽃 향기’ 연극이 열리던 내내 사람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거림을 참았다. 도대체 얼마나 슬프길래? 슬픈 사랑을 그리는 신파극이지만 극의 초반에는 오히려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미주(배해선, 정애연)와 승우(이건명, 박상훈), 정란(송인경, 이은주)이 대학 음악 동아리에서 만나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면서 순간순간 작가, 신입생, 부부 등 여러 역할로 출연하는 배우 김가영과 윤병희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비록 무대에는 배우 5명이 등장하지만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며 무대가 꽉 찬 느낌을 준다. 이들은 음악 동아리가 공연을 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면서 관객을 해수욕장의 주민들, 때로는 라디오의 청취자들로 만들며 흥을 돋운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승우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미주에게 ‘국화꽃 향기’를 느끼며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미주를 따라 음악 동아리까지 들어가지만 미주는 승우를 남자로 보지 않는다. 비록 승우의 일방적인 해바라기 사랑을 보여주지만 그 모습이 슬프기보다는 풋풋한 승우의 순정이 싱그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7년이나 한 여자를 짝사랑할 수가?’ 하는 ‘다소 억지스럽지 않나’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은 미주가 승우의 사랑을 받아들이면서 둘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시선을 옮기게 한다. 둘의 사랑이 이어지는 데는 정란의 역할이 크다. 사회에서 라디오PD와 라이브 카페의 무명 가수로 다시 만나게 된 승우와 미주는 이어질 듯 안 이어지면서 관객들의 애간장을 태우다 결국 아이까지 가지면서 결실을 맺는다. 그러나 이때부터 아름다운 사랑은 처절하게 변해가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임신을 한 동시에 병을 가진 사실을 알게 된 미주는 약물 투여를 거부하며 아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고도 미주의 굳은 결심을 알기에 뒤에서 흐느껴 우는 승우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라이브 클래식 연주는 극을 즐기게 하는 묘미다. 사운드가 더 크면 감성을 더 자극하지 않았을까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생생하게 들려오는 첼로와 바이올린, 피아노 연주는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구슬프게 들려오며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작곡 겸 음암 감독은 피아니스트 신지호, 테마 음악은 니시무라 유키에, 라라(Lala)가 맡았다. 연극이지만 극 중 음악 동아리가 등장하는 만큼 배우들의 신나고 때로는 구슬픈 노래를 들으며 마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은 다양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이 공연의 매력이다. 관객들이 퉁퉁 부은 눈으로 공연장을 나서게 하는 ‘국화꽃 향기’는 가을 문턱에 들어서는 9월 1일부터 10월 9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김동혁 연출. 배해선, 이건명, 정애연, 박상훈, 송인경, 이은주, 김가영, 윤병희 등 출연. 공연 관련 문의는 070)8263-1360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