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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사’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해고는 곧 살인이다. 반드시 정리해고 체제 종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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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4호 심원섭⁄ 2011.10.17 14:05:03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을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받아들임에 따라 막혀 있던 노사협상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국회 환노위는 10월 7일 오후 9시께 ‘사측은 정리해고자 94명을 이날부터 1년 이내에 재고용하고, 근로자의 생계유지를 위해 2천만원 한도 내에서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만들어 조 회장에게 제시했다. 그러자 당초 이 중재안을 거부하던 조 회장은 3시간 여만에 고공 크레인에서 근 1년 가까이 농성중이던 김진숙(51)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조건으로 권고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난항을 겪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악화일로를 걷던 한진중공업 사태를 이만큼 진일보 시킨 장본인이 다름 아닌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라는 데에는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월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기피 상임위’였던 환경노동위를 자처해 노동·환경 문제를 고리로 진보 성향의 정치적 활로를 모색해왔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환노위 최대 쟁점이었던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 국회 차원의 청문회 실시를 강하게 요구한 것은 물론 모두 5차에 걸친 ‘희망버스’ 행사에도 적극 참여했으며, 이를 토대로 ‘희망 시국대회’ 등을 개최해 한진중공업을 더욱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이 10월 13일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사에서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첨병으로 변신을 꾀해 눈길을 모았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미 FTA 재협상을 주도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향해 “미국과 한통속”, “한국인의 영혼이 없다”는 강한 표현을 동원하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더구나 “대한민국 국익을 대표하는 게 맞는지, 미국의 파견관인지,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모르겠다. 역사가 단죄할 것”이라고 더 거세게 쏘아붙였다가 김 본부장으로부터 “말씀이 지나치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으나 물러서지 않고 “이미 미국 월가는 고장 났는데 월가 체제를 원안 그대로 직수입하겠다는 것을 애국이라고 강변하느냐”며 “미국의 식민지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통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리고 정 최고위원은 “식민지 관료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걸 갖고 와서 국회에 해달라고 하느냐”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반드시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10월 13일 오후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CNB 저널과 가진 일문일답이다. - 1년 가까이 끌어오던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일선에서 뛰었던 분으로서 소감을 말씀해 달라. “지난 1월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 옮긴 이후 현장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정치가 불신 받고, 정당이 불신 받는 상황에서 한진중공업문제에 대해 국회 권고안을 마련하고 사측을 설득한 것은 정치가 미약하나마 역할을 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한진중공업 문제는 개별사업장의 노사문제를 넘어 정리해고라는 전사회적 문제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진중공업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94명의 정리해고자들의 복직, 그리고 무엇보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박성호·박영제·정홍형 조합원들이 안전하게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를 넘어 재벌 대기업에게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법적인 혜택을 주어 해고의 남발을 정당하게 만든 근로기준법 24조의 전면적 개정이 필요하다. 1998년 시행 이후 정리해고 체제 13년을 넘어서는 근본적 대안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12일 쌍용자동차 희망퇴직자 한 분의 노제에 참여한 바 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던 36살의 청년이었다. 벌써 17번째 희생자다. 삶의 근거와 희망을 잃어버린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해고는 살인이다. 잘못된 제도가 살인의 근거가 되고 있다. 전사회적 합의를 통해 반드시 정리해고 체제를 종식시켜야 한다. 한진중공업은 저에게 노동현장의 눈물과 분노를 알려주었고, 해결을 위한 과제를 손에 쥐어주었다. 희망버스 참여자들이 늘 이야기했었다. ‘희망을 드리기 위해 왔다가 오히려 희망을 얻고 간다’고. 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협상 타결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달라. “요약해서 이야기하자면 1년 뒤 94명의 재취업, 그 기간 동안 2,000만원 이내의 생계지원금 지급이다. 또한 재취업 시 근속년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으며, 아울러 퇴직금 문제에 있어 희망퇴직자들과의 형평성을 유지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핵심은 권고안 수용과정에서의 조남호 회장의 눈물이다. 2003년에도 한진중공업에는 정리해고 시도가 있었다.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김주익 위원장이 지금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농성중인 85호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였고, 127일째에 목을 매고 말았다. 그 일주일 뒤 김주익 위원장의 죽음에 대한 책임감으로 곽재규 조합원이 도크에 몸을 던져 뒤를 이었다. 그렇게 해서 정리해고는 철회되었다. 2009년 신년사에서 조남호 회장은 노동조합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결국 이처럼 정리해고를 남발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던 시도가 실패함에 따라 조남호 회장은 굴복의 눈물을 보였던 것이다. 권고안 채택이후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즉각 성명발표를 통해 이번 권고안이 ‘고용조정을 포기’한 것으로 스스로 인정했다. 즉 김진숙 위원과 한진중공업 노조에서 줄기차게 주장한 정리해고 철회가 관철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권고안은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을 위한 발판임과 동시에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발판이 되는 것이다.” - 그 내용에 대해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은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보는가. “많은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진일보한 권고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지난 두차례에 걸쳐 합의를 파기했던 사측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또 권고안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공유를 위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지만 결국 좋은 결론을 내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 1년 가까이 크레인에서 투쟁을 벌였던 김진숙 위원이 내려오면 무슨 말부터 해 주실 생각인가. “우선 건강을 눈으로 확인하는 게 급선무이며 밥 한번 같이 먹자고 권하고 싶다. 그동안 전화나 트위터로 워낙 많은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특별한 이야기보다는 오랜 친구를 만난다는 느낌일 듯 하다. 그러고 나면 정리해고 시대를 청산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 - 그리고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에게도 한 말씀 하신다면... “지난 국감 때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모든 사람의 추모를 받는 스티브 잡스가 있는 반면, 조남호 회장은 모든 국민의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당부하고 싶다. 물론 이번 권고안을 반드시 이행하고, 노동자들을 진짜 가족처럼 대할 것도 거듭 당부하고 싶다.”

- 한진중공업 사태가 우리 사회와 경제계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이며 향후 노동운동에 어떤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고 보는가. “한진중공업 문제의 두 가지 키워드는 ‘김진숙’과 ‘희망버스’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미 개인의 의미를 넘어 한국 사회 노동문제, 그 중에서도 정리해고 문제의 상징이 되었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인해 정리해고를 단행한 한진중공업에 대해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정당한 해고라는 판정을 내렸지만 청문회를 통해 해고의 부당성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 무엇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사측의 부당해고를 비판했다. 그 결과 이번 권고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정당한 정리해고라는 법적 판결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부당한 해고였던 것이다. 이는 결국 현재 정리해고 제도가 가지는 불합리성을 반증하고 있다. 그리고 정리해고 시대의 청산이라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희망버스’는 노동문제에 대한 최초의 시민의 자발적 연대로 기록될 것이다. 이것은 시민의 인식이 그만큼 확대되었다는 것과 함께 현재 노동의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정리해고가 곧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이를 이겨낼 힘이 연대에 있다는 자각이 5차에 걸친 수만명의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 이번 ‘희망버스’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탄압받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빛이 될 것이다. 더 많은 희망버스가 노동현장으로 달려가 연대의 틀이 마련될 것이다. 또한 ‘희망버스’는 자발성과 함께 네트워크의 힘을 보여준 사례이다. 보이지 않던 ‘김진숙 위원’과 한진중공업 문제를 보이게 한 것은 트위터의 힘이었다. 기존 언론은 외면했지만 개인 미디어들의 네트워크가 이를 극복한 것이다. 이 또한 향후 노동운동 뿐 아니라 전반적 시민운동에 엄청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정부의 희망버스 저지 등으로 어려웠던 상황들도 적지 않았을텐데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다고 생각하는가. “하루하루 어렵지 않은 시간이 없었지만 역시 지난 6월 27일 강압적 노사합의가 이루어진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청문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1천여명의 폭력용역들과 공권력을 배치한 후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고 해고자들을 폭력적으로 회사 밖으로 끌어냈다. 크레인의 전기를 차단해서 암흑으로 만들고, 합의했으니 상황은 종료됐다는 대대적인 여론전이 진행될 때는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이를 이겨낸 것도 결국 노동자와 시민의 연대였다. 소식을 듣고 모든 일 제쳐놓고 현장으로 달려오신 평범한 시민들이 한진중공업의 진실을 알렸다. 분노와 슬픔에 빠진 해고자들을 다시 보듬었고 서로에게 격려가 되었다. 진실은 늦게 올지 모르나 반드시 온다는 말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 될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은 언제 들었는가.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또한 하루하루 확신을 갖는 날들이었다. 현장에 가면 해고자들이나 그 가족들, 그리고 희망버스의 시민들 모두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에 차있었다. 우리가 정당하기 때문이었다. 굳이 계기를 들자면 여야 간 청문회가 합의되었던 8월 5일이 기억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움직여야 하는데, 일단 청문회가 합의되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열린 날이라고 할 수 있다.” -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한 바 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저의 정치 인생을 돌아보면 정치개혁, 한반도 평화 등에 집중하고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고 자부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서민의 삶의 문제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10년 민주정부를 지나며 갑절로 늘어난 비정규직, IMF 사태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정리해고의 제도화 등 지금 노동자와 서민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한 책임을 통감한다. 한진중공업 문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것은 곧, 이러한 노동의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하겠다는 제 스스로의 성찰과 다짐이었다.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그 길을 갈 것이다.” - 현재 한진중공업 사태 뿐만 아니라 유성기업 등 여러 사태에 신경을 쓰고 계시는데 공통점이 있다고 보는가. “전국 방방곡곡이 생존을 위한 농성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청소노동자에서부터 요양원 간병인까지 차별과 해고에 시달리고 있다. 노조파괴 컨설팅 업체가 폭력용역업체를 끼고 전국의 노동조합을 깨려 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 정부는 ‘공정사회’를 외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이 정부의 반노동정책이다. 정권이 노동자의 입장을 공정하게 대변한다면 기업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노동자를 박해할 수 없다. 또 있다. 재벌 대기업의 반노동경영이다. 정권과 손잡고 ‘노조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정권을 교체해야 하는 이유이며, 이것이 재벌 대기업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 오는 10.26 재보선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서울시장 보선에 대한 전망을 해 달라. “이번 서울시장선거는 명백히 ‘복지 대 반복지’의 구도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인 국민의 권리로서 복지를 실현하려는 세력과 시혜적이고 부분적인 복지를 구현하려는 세력과의 한판 승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진보세력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내년 총선과 대선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선거 과정을 통해 민주진보세력 내부에 쌓인 신뢰는 야권통합을 위한 결정적 동력이 될 것이다. 지난 7월 24일 시민사회, 종교, 노동, 정치 등 각계 원로 지도자들이 모인 ‘희망시국회의 200’과 8월 20일 개최된 ‘희망시국대회’는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 앞에 야권이 통합한 아름다운 행동이었다. 이를 전면적으로 확산하고 실현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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