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9월에 개봉했다. 가족을 잃은 죄책감으로 어떠한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혈우병 때문에 작은 통증도 몸에 치명적인 여자의 애틋한 만남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들은 통증에 무감각하거나 또는 극도로 예민하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평범한 이들은 때때로 통증을 호소한다. 참을만한 통증부터, 참을 수 없는 통증까지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사랑’의 힘으로 치유해가는 영화와 달리, 현실 속에서 통증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아프다’ ‘따끔거린다’ ‘쑤신다’ ‘찌릿찌릿하다’ 등 통증은 다양한 유형으로 찾아온다. 일시적이고 강한 통증부터, 미약하지만 만성적인 통증까지 강도와 부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의학적으로 통증은 ‘잠재적인 조직 손상을 동반 불쾌한 감각적·정서적 경험’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오직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통증 자체는 주관적인 감각이어서 특별한 질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도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냥 참다보면 괜찮아 지겠지’하는 마음으로 견딜 때가 많다. 그러나 만성통증 뿐 아니라 급성통증도 우리 몸에 이상이 있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경계신호로 봐야 한다. 몸 어느 구석엔가 이상이 생겼음을 알려주고,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통증 조절은 그래서 중요하다. 통증!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통증에 관한 Q & A> Q. 이미 원인을 알고 치료를 받고 있는데 통증 치료만 별도로 받을 필요가 있을까? A. 암환자와 같이 치료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나 척추디스크 환자처럼 만성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투약과 수술 등의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통증이 생길 수 있다. 통증클리닉을 찾아오는 많은 환자들이 특정한 질병으로 치료를 받음과 동시에 통증에 대한 적극적인 조절로 치료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원칙적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일차적인 원인에 대한 치료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더불어 통증에 대한 조절이 함께 진행된다면 탁월한 통증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Q. 통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참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A.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4명 중 1명은 스트레스로 수면장애, 우울함 등 성격에 변화가 생겨 가족, 친구와 관계를 맺는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만성통증이 장기간 계속될 경우 초기에 일반적인 치료가 가능했던 상황에서 치료가 복잡해지는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 경우 통증 치료의 원칙조차 바뀌게 된다. 통증에 대한 조기 검사와 치료로 만성 통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한다면 통증의 원인인 질병의 진행 또한 막을 수 있어 덜 침습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근육의 경직이나 혈액의 순환을 순조롭게 해 치유 속도도 짧아지게 된다. Q.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에도 조절이 가능할까? A. 이유 없이 머리가 깨질 듯 아프거나, 특별한 원인 없이 어깨에 고통이 가해지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은 다양하다. 통증만 나타날 때도 조절이 필요하다. 이 경우 통증에 대한 증상 완화 치료와 함께 진단적 검사로 혈액검사, 영상검사, 적외선 체열촬영, 진단적 신경차단술 적용으로 원인을 색출할 수 있다. 원인이 파악되면 필요 시 타과와의 협진을 통해 투약, 수술, 시술 등 치료 방향을 계획한다. Q. 대학병원 통증클리닉은 검사 시간이나 치료면에서 부담스럽지 않을까? A. 통증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전문클리닉이 많이 생겨 통증 치료를 대하는 환자들의 인식도는 향상됐다. 그러나 통증 치료의 원칙은 통증의 원인에 대한 치료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통증의 원인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에 대한 검사와, 타 진료부서와의 협진으로 일차 원인을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통증 환자에게는 반복되는 검사와 진단조차 부담이 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검사와 진단이 동시에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Q. 통증은 주로 어떤 방법으로 조절하고 완화시킬 수 있나? A. 압통점 주사는 근육통 환자의 근육 속에 존재하는 통증 유발점을 찾아 약제를 주사해 근육의 경직을 풀어줘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신경차단술은 척수신경, 말초신경, 뇌신경, 척수신경절, 교감신경절 등에 국소 마취제나 염증 감소제를 투여해 통증을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간혹 신경 차단술이라는 이름 때문에 신경의 기능을 아예 상실하게 하거나 마비시키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눌려서 부어있는 부기를 빼내고,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카테터 삽입은 경구 혹은 정맥 내 투약에 반응이 없는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마약제 혹은 국소마취제를 척추의 경막 외 공간으로 주입하는 것이다. 이 때 카테터를 삽입·유지함으로써 지속적인 통증 관리가 가능한 방법이다. Q. 딸꾹질과 같이 ‘통증’으로 보기 어려운 증상도 통증클리닉에서 조절할 수 있다고 하는데? A. 안면마비와 같은 신경마비, 딸꾹질, 다한증 등은 통증이 없어도 통증클리닉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증상들이다. 이중 딸꾹질은 불수의적인 횡경막 수축을 의미하는데, 자극적인 물질을 삼키거나 폐렴, 늑막염 등 호흡기 질환, 복부 수술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흔히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증상이 사라지지만, 오래 지속되거나 자주 발생하면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보통은 원인 교정과 약물치료를 동반하며, 미주신경 자극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손과 발에 땀을 많이 흘리는 다한증 역시 요부, 교감신경절을 파괴시켜 땀 분비를 저하시키거나, 성상절 차단술(얼굴)로 조절할 수 있다. - 김홍순 가천의대길병원 통증클리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