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의 비극 ‘햄릿’.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문구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슬픔과 처절한 고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뮤지컬 ‘햄릿’도 다소 우울하고 고리타분하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웬걸? 박장대소하며 눈물 콧물을 찔끔 빼놓는다. 하지만 그 비극의 뼈대는 유지하고 있다. 뮤지컬 ‘햄릿’은 햄릿이 덴마크 선왕인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클라우디우스와 그와 사랑에 빠진 자신의 어머니 거투르트 왕비를 저주하며 복수를 결심하는 내용을 그린다. 하지만 그가 복수로 향하는 과정에는 무수한 죽음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공연은 햄릿 역에 김수용·박은태,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에 윤공주, 클라우디우스에 서범석·윤영석, 거투르트 역에 신영숙, 오필리어의 오빠 레어티스 역에 강태을·전동석이 출연하는 등 막강 캐스팅을 자랑한다. 연출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도 최고라고 격찬할 만큼 배우들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낸다. 배우들의 화려한 안무와 더불어 뛰어난 노래 솜씨 속에 공연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다. 공연이 끝나도 노래가 귓가에 맴돌 만큼 좋은 노래들이 많이 등장한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회전 무대는 단조로운 공간을 다채롭게 만들면서 공연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에 이미지 영상도 중간 중간 삽입되며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니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등 한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말들도 깜짝 등장한다. 고전 작품인 ‘햄릿’이 현 시대에 맞게 각색돼 유쾌하고 세련되게 변했다고나 할까? 특히 햄릿이 연극 극단을 이용해 클라우디우스의 진실을 알아낼 계획을 세우는 1막 마지막 공연에서는 탄성과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햄릿의 대표 문구로 손꼽히는 ‘죽느냐, 사느냐’는 오히려 공연에서 부각되지는 않는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고뇌 장면과 노래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거투르트 여왕이 사랑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고백하는 ‘사랑을 원하는 나’ 장면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잔혹한 운명 속에 자신의 사랑을 숨겨야 했던 거투르트 여왕이 지닌 여자로서의 면모가 부각돼 눈길을 끈다. 공연의 커튼콜 또한 백미이다. 퇴장하던 배우들이 재밌는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공연이 끝났어도 눈을 떼지 않는 것이 좋다. 유쾌하게 시작하는 1극과 달리 2극은 비극이 시작되면서 극의 흐름이 무겁게 변해 많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유쾌하고도 잔인한 비극, 그것이 이번 뮤지컬 ‘햄릿’이라 할 수 있겠다. 공연 관련 문의 EMK뮤지컬컴퍼니(02-6391-6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