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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교수의 메디컬 40년 에세이 - 20]‘완치시킨다’는 책, 정말 많지만…

아무거나 발표하고 광고해 돈만 벌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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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6호 박현준⁄ 2011.10.31 13:15:11

현대 의학이 많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잘 알려진 병이면서도 완치가 어려운 병들이 많다. 필자가 근무하는 세브란스 심혈관병원 바로 옆이 암 센터인지라 자주 암 환자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 환자들에게 다가가는 장사꾼들이 있다. 어두운 얼굴로 앉아 있는 환자에게 다가가서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셔도 차도가 없고 몸만 힘드시지 않습니까?”라거나 “강원도에 자연 치유법으로 암을 치료하는 곳이 있는데 많은 환자들이 차도를 얻었다”며 말을 건다. 또는 몇 명이 작당해 환자 차림을 하고는 “어디의 아무개에게 가면 완치가 된다는데…” “사실이냐? 한 번 가 볼까?” 등의 말을 흘리며 환자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나는 평소에 병원에서도 가운을 입지 않고 다녀 이들의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암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므로 이처럼 뻔한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생명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 하느님, 이들도 용서해주십니까? 그런데 이런 유혹을 버젓이 신문이나 잡지에 광고로 내는 사람들도 있다. 의사들의 광고도 만만치 않다. ‘노화를 방지한다’거나 ‘키를 크게 해주겠다’, ‘경구용 성장 호르몬’, ‘수술 없이 완치 가능’ 등…. 그 외에도 현대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당뇨, 고혈압 그리고 전립선 비대에 관해 수많은 식이요법, 기계 등이 과장돼 소개되기도 한다. ‘간편한 미세 수술로 완치!’ 등 일시적 효과를 영구적인 것처럼 광고하는 병원도 많이 눈에 띤다. 요사이는 줄기세포 치료가 현실화된 것처럼 광고들을 한다. 또한 일부 연구소 등이 암 치료약을 개발했다며 환자들을 들뜨게 만드는 바람에 문의를 해오는 사람도 많지만, 대개는 동물실험에 성공한 사실을 발표하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동물실험에 성공했다고 해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성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린다. 더 중요한 점은 동물에게 효과가 있는 약이라고 사람에게 반드시 효과가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몸에 좋다는 책으로 내가 조사한 것만도 590가지가 넘는데, 왜 병원에 환자는 나날이 늘어나고 의료비 부담도 점점 심해질까 필자가 대형서점에서 조사해본 결과에 따르면 건강에 관한 국내 발간 서적이 500권 정도, 암에 관한 서적이 60종 이상, 성인병에 대해서도 운동 치료에 관한 것과 전문 서적을 제외하고도 30여권이나 됐다. 그런데 대부분 서적이 과장된 이론이나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뇨병이 심해져 발에 염증이 생긴 환자가 “발목을 절단해야 한다”는 진단을 이런 저런 병원에서 연달아 받다가 우리 병원에 와서, 여러 의사들의 컨설팅한 끝에 장기간 입원해 항생제를 써가면서 완쾌한 경우가 있다. 이처럼 아무리 치료법이 정립된 질환이라 할지라도 그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들은 진중하게 함께 토의해 진단과 치료 방침을 정해야 한다. 서적, 광고 그리고 매스컴의 보도나 다큐멘터리 등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소개할 때는 광범위한 문제점까지도 파헤쳐 실현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발표해야 할 것이다. 골퍼들은 매년 새로 나오는 골프채(특히 드라이버)의 ‘거리가 많이 나가도록 새 공법으로 만들었다’는 광고 탓에 장비를 바꾸고픈 유혹에 시달린다. 이것이 광고의 위력이다. 하물며 병을 고칠 수 있다면야…. 발표하면 그만, 보도하면 그만, 시청률만 오르면 그만이라는 식의 사회적 인식이 얼마나 많은 환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울리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야 한다. 레버퀴바 박사와 메뚜기 복숭아뼈 아무거나 입에 쓸어넣는 한국인의 탐욕 신문이나 잡지의 광고를 보면 우리 몸에 좋다는 광고가 넘쳐 난다. ‘정력에 좋다’, ‘소화기능에 탁월하다’, ‘암을 치유시킨다’ 등…. 광고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로 여행가는 단체 관광객이 뱀, 살모사 등을 먹고 오는 것이 관례처럼 됐다는 보도가 있었으며, 얼마 전에는 세관을 통과하는 짐에서 구렁이가 수백 마리 산 채로 발견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심지어는 동면 하는 개구리가 몸에 좋다는 이유로 개구리를 싹쓸이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턱대고 믿는 성향이 강하다. 건강에 대한 막연한 욕망이 커서인지 외국인과 비교해 너무 쉽게 믿고 또 속는 경향이 있다. 다단계 상품이나 불량 상품에 속고, “조금만 투자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뻔한 사기에 현혹되는 경향이 매우 높지 않은가? 오래 전 일이지만 나의 외삼촌 한 분이 중국에 여행을 갔다가 간에 좋다는 환약을 사서 먹은 뒤 심한 급성 간염으로 1주일 만에 사망하는 경우도 봤다. 건강은 자연스럽고 건전한 생활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음식, 운동, 생활, 습관 등이 중요하다. 영양제란 병 때문에 몸에 어느 특정 성분이 부족할 때 먹는 것이다. 한때 관절에 좋다고 세계적으로 팔렸던 약도 임상시험 결과 아무 소용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가니탕을 먹는다고 관절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이미 확인됐다.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음식류는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FDA의 공인을 받았다고 과대광고를 하는 약 중에는 ‘몸에 해가 되는 물질이 아니다’라는 공인을 받았으면서도 마치 약효를 공인 받은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도 많다. 무릇 건강식품이란 효과가 확실한 것만 잡숴야 한다. 일찍이 20년 전 네덜란드 출신의 레벌퀴바 박사가 몰래 전수하고 떠난 비방이 있으니… 얼마 전 미국 TV에서 몸이 약한 젊은이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서 몸을 키운 얘기가 나왔다. 해병대에 들어간 이 젊은이는 용량을 더욱 늘려 강한 힘으로 이라크 전쟁에서 공까지 세웠다. 그러나 결국 스테로이드 과다복용 후유증으로 정신착란을 일으켜 불명예제대를 하고 정신병원 신세를 진다는 내용이었다. 건강과 체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은 모든 사람의 소망이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보면 건강이나 체력 증진에 초고속 지름길은 없다. 정상적인 방법만이 최선이다. 네덜란드의 한 박사가 한국에 살다 떠나면서 신문에 칼럼을 썼다는 얘기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몸에 좋다는 것은 뭐든지 먹으니 자기가 증명한 최고의 스태미나 음식을 소개한다는 내용이었단다. 그런데 그의 이름이 레벌퀴바 박사였다는…. 이 이야기는 20년 전쯤 어느 정신과 의사가 한국인들이 몸에 좋다는 음식에 너무 현혹되는 문제를 꼬집기 위해 쓴 내용이다. 물론 한국인보다 더한 사람들도 있긴 하다. 중국인들은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먹는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몸에 좋은 약은 ‘입증된’ 것만 먹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확인한 최고로 비싸면서도 효과가 확실한 건강식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치겠다. 아프리카산 메뚜기 뒷다리 복숭아뼈와 네팔 동굴에 사는 모기 눈물 수프가 바로 그것이다. -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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