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아로 태어나 삼류배우를 거쳐 한 나라의 퍼스트레이디까지 오르는 기막힌 삶을 산 여인의 이야기가 있다. 바로 뮤지컬 ‘에비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으로 알려진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으로 국내에는 2006년 초연됐다. 5년 만에 다시 돌아오는 에비타는 연출가 이지나를 비롯해 정선아, 리사, 박상원, 이지훈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눈길을 끈다. 특히 부드럽고도 카리스마 넘치는 박상원과 이지훈이 에비타의 두 옴므파탈로 주목된다. 11월 30일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서 연습 현장을 공개한 두 배우는 작품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박상원은 이번 공연은 5년 전 초연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이 있다며 아낌없이 애정을 드러냈다. “보통 라이선스 공연을 할 때는 오리지널 작품을 그대로 옮겨오는 케이스가 많은데, 이번 공연은 구조적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었어요. 아마 기존 에비타가 지닌 무겁고 웅장한 분위기가 아닌 코믹적인 요소도 맛보실 수 있을 거예요.” 또한 에비타는 화려한 음악과 함께 매혹적인 탱고가 곁들여져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지훈은 고충이 많았다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 두 달 전부터 재즈와 탱고를 배웠어요. 그런데 제가 발라드 가수였기에 춤을 한 번도 춰본 적이 없고, 배워본 적도 없어서…. 이번에 기본기를 다지면서 가능성과 희망을 봤어요. 뮤지컬 무대에 설 때 가장 기본적으로 노래와 연기, 춤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소득이 많아요.”
극 중 박상원은 강렬한 독재자지만 자신의 연인 에비타에게는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대통령 후안 페론으로 열연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대통령이라면? 이 질문에 박상원은 다소 조심스러워했다. “제가 맡은 페론은 아르헨티나 역사에서 굉장히 대단한 인물이죠. 하지만 제가 대통령이 된다…. 그건 너무 센 질문이라서…(웃음). 그냥 저는 퇴임할 때까지 모든 국민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통령이 좋다고 생각해요.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거죠.” 이지훈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쿠바 혁명 지도자로 1960년대 저항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체 게바라 역을 맡는다. 워낙 역사적인 인물이라 어깨도 무겁다. “자신의 꿈과 야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앞만 달려가는 모습으로 나와요. 웨이터로, 기자로 나오기도 하는 등 팔색조 같은 매력을 뽐내죠. 방송에서는 제가 워낙 웃고 밝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 이 캐릭터와 매치가 될까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오히려 꾸미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두 배우가 입을 모아 칭찬한 것은 바로 에비타에 등장하는 음악이었다. 박상원은 에비타 음악을 듣느라 밤을 새기도 했다고. “브로드웨이에 직접 가서 매년 작품을 보고 있어요. 그런데 외형적인 무대 기술은 상당히 좋아졌는데 음악이 예전보다 맛이 많이 사라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에비타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밤을 새면서 10번 이상 들었어요. 이렇게 좋은 음악이 있나 싶더라고요. 록 요소가 들어있는 곡들도 있어 경쾌하고 가슴을 울려요. 음악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전 개인적으로 ‘쉬 이즈 어 다이아몬드’라는 곡을 추천해요. 대사 같은 노래가 대부분인데 이 노래는 멜로디가 참 아름다워요.” 무대에 오르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은 표현하고 싶은 것도 많다고. “예전에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셨을 때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의 관이 빠져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뒷모습을 봤는데 그 잔상이 굉장히 기억 속에 남더라고요. 이번 작품 대본을 보면서 에비타의 죽음 때 그 장면을 연출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에비타의 관에 손을 댄 뒷모습에서 그 분위기를 보여드리려고 해요.”(박상원) “가수 생활을 할 때는 방송에서 선호하는 캐릭터가 있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뮤지컬계에는 모험을 감행하는 연출가나 제작자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무대를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 안에 꿈틀거리기만 했던 본능을 무대 위에서도 표출하고 싶어요. 계속 열심히 해서 나중에는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도 있네요(웃음).”(이지훈) 한 마디로 간단히 요약해 이들에게 에비타는 무엇일까? 박상원은 ‘다시 듣는 위대한 음악’, 이지훈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뮤지컬’이라 결론지었다. “국내와 해외에서 에비타가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정치적인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만큼 시기적으로 대선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되는 강점이 음악이 아닌가 싶습니다. 워낙 음악성이 강한 작품이라 기대하셔도 좋아요.”(박상원) “국민들의 소리를 듣는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에요. 거기에 다양한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죠. 고품격 뮤지컬로 자부하고 있어요. 점점 공연의 완벽한 틀이 잡혀져 가는 것을 보니 저도 기대돼요. 관객들이 편하게 누워서 보는 게 아니라 앞으로 당겨 앉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공연을 보여드리겠습니다.”(이지훈) 뮤지컬 에비타는 LG아트센터에서 12월 9일 개막해 2012년 1월 29일까지 공연된다. 이지나 연출. 정선아, 리사, 박상원, 박상진, 이지훈, 임병근, 박선우 등 출연.
[연습현장 스케치] 장난꾸러기 박상원? 파파라치로 변신해 기자를 촬영 11월 30일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에비타’ 연습 공개 현장은 후끈했다. 비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몰린 취재진 앞에서 배우들은 열정적으로 공연에 임했다. 그런데 이중 눈길이 가는 곳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배우 박상원. 박상원은 자신의 하이라이트 시연 부분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에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들을 핸드폰으로 찍는 등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다. 매번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 찍히는 입장이 되니 묘한 기분이 됐던 취재진. 그가 찍은 사진을 어디에 올릴지는 미지수이다.